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물결 Mar 11. 2020

10일간의 글쓰기 도전을 마치며

나와의 대화가 남긴 것


글을 쓰는 것보다 올리는 것이 훨씬 힘들었다. 말이 행동을 하기 전에 남에게 어떻게 보일지 수십 번 한다. 일상의 큰 부분이 남의 눈에 거슬리지 않기 위해 애쓰는 일이다. 눈치 보기를 그만두고 싶었다. 이 말을 하고 싶을 땐 이 말을 하고, 이 행동을 하고 싶을 땐 이 행동을 하고 싶다. 도덕적 책임이 있거나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아니라면 뭐든 해버리고 싶다.

글을 쓰고 싶었고 내 글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 단순한 일이 어려워 글쓰기 도전을 빌어 용기를 냈다. 조금 비겁하지만 이 도전을 하고 있으니까 매일 글을 올려도 된다는 명목을 얻었다. 자꾸 하지 못하는 이유만 찾으니까. 이 글은 쓸데없어서 안 되고, 너무 진지해서 안 되고 그렇게 골라내다 결국 안 올릴 거라는 걸 아니까.

10일 동안 여러 번 망설였다. 용기 있게 '저는 이렇습니다'라고 말하기가 힘들었다. 에라 모르겠다 게시 버튼을 누르고 급히 창을 닫았다. 쓰면서 끄러움과 동시에 묘한 해방감을 느꼈다. 부족한 모습을 최대한 숨기며 살았는데 글을 쓸 때는 대놓고 '제가 이렇게 모자랍니다. 얼마나 모자라면요.'하고 자기 고백을 하는 거 같았다. 내가 가진 패 중 가장 좋은 패만 보여주며 살려고 애쓰다가 가지고 있는 패를 하나씩 다 보여주는 기분이었다. 대부분 부끄러운 카드였다. 더 이상 최상의 모습만 보이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함께 왔다.

내가 가진 것 중에는 마음에 드는 부분도 아닌 부분도 있다.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모두 마음에 드는 것으로 바꾸려 했으나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글을 쓰면서 나를 기죽이는 사람은 나라는 걸 알았다. 좋은 부분만 사랑하는 건 사랑이 아니었는데. 어떤 기준선을 넘으면 나를 사랑한다고 끊임없이 조건을 걸었던 건 결국 나였다. 글을 쓰면서 나와 끊임없이 대화했고 이제 나는 내 편이 되어주기로 약속했다. 무조건 사랑을 주겠다고.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내가 지금 아는 만큼 말할 뿐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