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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결 May 18. 2020

적당히 나쁜 사람입니다

완벽한 상태라는 허상

일기를 쓰다가 알았다
나는 왜 사소한 일에도 큰 죄책감을 느끼는가
나는 왜 쉽게 주눅 드는가
나는 왜 누군가에게 안 좋게 보일까 전전긍긍하는가

완벽을 꿈꿨다
새로 산 노트북에 흠집이 날까 두려워하듯
내 인생에 작은 흠집이라도 날까 무서웠던 것이다

내가 꿈꾸는 완벽의 상태에서
나는 착한 사람이어야 했다
일을 잘하는 사람이어야 했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람이어야 했다
성숙한 사람이어야 했다
실수하지 않는 사람이어야 했다
후회하지 않는 사람이어야 했다
티끌 없는 사람이어야 했다
모두를 배려하는 사람이어야 했다
이기적이지 않은 사람이어야 했다
뭐든 잘하는 사람이어야 했다
예쁜 사람이어야 했다
매력적인 사람이어야 했다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는 사람이어야 했다


완벽한 상태라는 허상을 꿈꿨다
아무 후회도 하지 않는 그런 생은 오지 않을 것이다
시간을 생산적이지 않은 곳에 전혀 허비하지 않는
그런 생은 오지 않을 것이다
모두가 만족할 만큼 성숙한 말과 행동만 하는
그런 생은 오지 않을 것이다

나는 앞으로도
후회할 것이고
실수할 것이고
미성숙할 것이다

항상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항상 나에게 관심 없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항상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나는 착할 필요가 없다
나는 바를 필요가 없다
나는 성숙할 필요가 없다

티끌 하나 생길까 초조해하는 대신
티끌 가득한 삶을 살 것이다
적당히 나쁜 인생을 살 것이다
미성숙한 삶을 살 것이다
실수하고
후회하는 삶을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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