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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결 May 20. 2020

한달전화인터뷰#7 슬기

영어강사

<한달전화인터뷰>는 글쓰기 커뮤니티 <한달>의 멤버들을 대상으로 한 달 동안 전화로 하는 인터뷰입니다.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인터뷰이의 글을 읽고 질문을 던집니다.






인터뷰이 소개



이름 : 슬기

하는 일 : 영어강사

글 쓰는 곳 : https://blog.naver.com/baekseulgi / https://brunch.co.kr/@baekseulgi










왜 인터뷰를 하나요?



유진 님 라이브톡 보고 함께 대화 나눠보고 싶어졌어요. 달력에 적힌 유진 폰트가 참 예뻤어요. 유진 님을 바라보는 분들을 배려하는 마음이 넘 감동이었습니다. 라이브톡 중간에 보신 분들도 현재 무슨 얘길 하고 있는지 바로 알 수 있겠더라고요. 유진 님의 재미를 위한 인터뷰로 시작되었지만 저도 유진 님이 궁금해서요.

*<한달라이브톡> : 카카오톡 라이브톡을 활용해 주어진 시간 동안 자기 이야기를 풀어내며 멤버들과 만나는 시간


왜 인터뷰하고 싶었어요?


인터뷰를 신청한 처음 이유는 유진 님이 궁금해서였어요. 다른 이유는 제가 누군가에게 묻는 직업을 가지고 있어요. 강사니까 수업에 들어갈 때마다 학생들이 잘 이해하고 있는지 아닌지 계속 물어봐요. 인터뷰는 제가 하는 일과 달리 누군가가 저에 대해 질문해 주는 거니까 그 부분에 매력을 느껴서 신청했어요.










슬기 님의 하루 일과(4/14)



노트에 생각 정리 → 물 1.5L → 운동복 구경 → 카페 라떼 → 치킨 샐러드 → 스케줄러 정리 → <한달서평> 독서 목록 및 느낀 점 정리 → 인스타, 페북 → 안부 전화 → 친구들과 라이브톡 → 동료와 대화 → 운동 계획 → <한달서평> 작별 인사


생각이나 계획을 자주 정리하시는 것 같아요. 이유가 있어요?


일단 제가 제 기억을 잘 안 믿어요. 어떤 생각을 했는지 잊어버릴 때가 많거든요. 그리고 생각하는 모든 걸 실행할 수가 없잖아요. 지금 가지고 있는 생각을 단어로만 적어 놓아도, 나중에 글을 쓰거나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글감이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더라고요. 생각 정리를 할 때는 일단 노트를 하나 사요. 제가 보기에 예쁜 양장 형식으로 된 노트를 사서 떠오르는 생각을 하나씩 적어 놔요.



핸드폰이나 컴퓨터가 아니라 대부분 손으로 노트에 적으시는 것 같아요.


제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한 장소에 적어 놓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시간이 지나면 어디에 메모했는지 기억을 못 할 수 있어서 급할 때는 카톡 메모나 핸드폰 메모를 하는데 생각날 때 다시 노트에 옮겨 적는 편이에요.



슬기 님이 노트를 선택하는 기준이 있어요?


노트를 사러 갈 때마다 예쁜 게 보이잖아요. 이것도 예쁜 것 같고 이것도 괜찮은 것 같고요. 다양한 걸 많이 써볼 수 있다는 장점은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브랜드를 고르는 것도 스트레스라고 생각했거든요. 일단 종이 질이 나쁘지 않고 심플하다는 두 가지 기준을 두고 노트를 하나 정해서 쓰고 있어요. 크게 불편하지 않은 이상 브랜드를 안 바꾸려고 해요.



지금 쓰는 노트의 장점이 뭐예요?


큰 기능은 없는데 계속 쓰기에 불편하지 않고 깔끔해요. 커버 자체가 하드해서 책처럼 보여요. 모아두면 나중에 보더라도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을 것 같아요.



자신만의 노트 정리하는 방법이 있어요?


노트 옆에 숫자를 붙여놨는데 월(月)이거든요. 1월, 2월, 3월 이렇게요. 시기별로만 구분해도 나름의 타임라인을 볼 수 있어요. 어떤 시점인지 따라가다 보면 메모 찾기도 쉬워요. 필기할 때 주로 연필을 쓰는데 조금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은 볼펜으로 써요. 진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 때만 형광펜 칠을 해요.



나중에 그런 거 해보고 싶어요. 각자의 메모 노트 사진이나 메모하는 방식을 공유하는 거요.


오 그것도 괜찮겠다. 유진 님 이런 거 메모해야 돼요. 지금 이 얘기를 메모하시는 게 어떨까요.



그럼 메모하는 사람들 모아서 인터뷰 특집 해볼까요?


와(짝짝짝)


**메모를 좋아하는 분들을 찾습니다. 자신의 노트 사진이나 메모 방식을 공유하고 싶은 분들이 있으시면 이메일 주세요. youjineun@gmail.com










글쓰기에 관하여



글을 쓰게 된 계기가 있어요?


임용 시험이 끝나고 나서 앞으로 뭘 할까 고민하다가 예전부터 글쓰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글쓰기를 시작은 했는데 탄력이 안 붙더라고요. 혼자서는 뭐든 잘 못 해서 대부분 조금 하다 그만두거든요. 고민하던 찰나에 <한달>을 알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왜 글쓰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학교 다닐 때 글을 쓸 기회가 많았잖아요. 독후감을 쓴다든지, 시를 쓴다든지, 수행 평가로 글을 쓴다든지. 그때 문장력이 괜찮다는 칭찬을 받으면서 '내가 글을 나쁘게 쓰진 않는구나.' 하면서 글 쓰는 재미를 처음 느꼈던 것 같아요.



성인이 된 후로는 글을 안 썼어요?


글을 써봤자 학교 레포트 제출할 때였어요. 기억에 남는 건 스물두 살 때 학생 논문을 쓴 적이 있었는데 우수상을 받았어요. 나름 글이라고 할만한 건 일기 쓰기랑 스케줄러에 썼던 단어뿐이고 제대로 된 글쓰기를 한 적은 없었죠.



글 쓰면서 힘든 점 있어요?


나름 인풋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글을 쓰니까 금방 인풋이 바닥나더라고요. 책에서 발견한 좋은 문장이나 괜찮은 연사님들의 문장을 정리해둔 게 있어서 잘 쓸 수 있을 줄 알았거든요. 저의 글쓰기에 한계가 있다는 걸 느꼈죠.



<한달>을 하면 매일 써야 하잖아요. 어떻게 했어요?


제가 부족하다는 걸 인정하고 썼어요. '그래 나 진짜 못 쓴다.' 이렇게 내려놓고 반성하면서 썼어요.










슬기 님의 글을 읽고



25. 나 뿐인 사람이 나쁜 사람이다 - 이런 사람 만나지 마세요 (1)

나는 맨 마지막 질문 중 가장 싫은 사람 유형에 <기회주의자, 공감능력 없는 사람, 못배워먹은 사람> 이라고 답했다.

2. 공감능력 없는 사람
공감능력은 곧 소통능력과 동일하다. 스펙으로 보면 굉장히 잘난 사람이고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요소를 다 갖추었는데 딱 거기까지이며, 더 이상 궁금하지 않은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주로 자기 얘기를 하기 바쁘고, 자기가 남들한테 잘해주는 것에만 심취해있다. <나는 너한테 잘하는데, 너는 왜 반응이 없어?> 와 같은 소리도 잘한다. 그런 호의와 사랑이 어딘가 불편하고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원문 : https://blog.naver.com/baekseulgi/221899839490


공감 능력 없는 사람과 대화할 때 기분이 어때요?


대화라는 게 이야기를 주고받는다는 뜻이잖아요. 공감 능력이 없는 사람과 이야기를 할 때는 그 사람만 있고 서로가 없는 거죠. 서로 주고받는 게 없기 때문에 대화할 수 없는 장벽이 생겨요. 이야기를 하면서 잔잔하게 행복한 느낌이 있잖아요. 공감되는 사람이랑 이야기하면 나름의 에너지가 생기는데 공감 능력이 없는 분과 얘기하면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아 지면서 마음의 문이 닫혀요.



공감 능력이 높지 않은 사람은 타고난 성격이라고 생각해요?


타고난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감성적인 사람과 이성적인 사람의 사고방식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들은 밤하늘에 달만 떠도 황홀해하잖아요. 이성적인 사람은 결과론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우스갯소리로 '밤에 달이 떠서 너한테 전화를 했어'라고 말하면 감성적인 사람은 나한테 전화해줬다는 것에 집중하는데 이성적인 분들은 '그래서 왜?'라고 말할 수 있거든요. 나쁜 게 아니라 관점의 차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타고난 건 아닌데 그렇게 살았을 때 이득이 있어서 사고방식을 바꾼 사람도 있는 것 같아요.



슬기 님은 감성적인 편이에요?


네. 세상의 예쁜 것들에 대해 잘 감동받고 사물의 디테일에 관심을 둬요. 근데 한편으로는 이성적인 분들이 부럽기도 해요. 저는 감정에 취해서 현실 감각이 떨어질 때가 있는데, 현실에 발을 잘 딛고 계신 분들 있잖아요. 현재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판단을 빨리하는 것 같아요.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그런 능력이 유용할 때가 많잖아요.



감성적인 성향이면 쉽게 웃고 쉽게 울잖아요. 긍정적인 부분에만 집중하면 기쁨을 잘 느끼는 거니까 좋지 않을까요.


저는 원래 감성적인 사람이라 사소한 것에도 잘 웃고 그런 제 성향을 좋아하는 사람인데, 시험이란 영역 앞에서는 그게 다 필요 없는 게 되더라고요. 특히나 우는 방법을 까먹었어요. 그런 생각을 했던 적이 있어요. 시험에 합격하려면 감정에 치우쳐서 일을 그르치기보다는 일단 힘들어도 책상 앞에 앉아야 한다고요. 어쨌든 제가 승리할 확률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니까요.









[반달쓰기] 8. 작은 것의 힘 - 나를 사랑하는 첫 번째 방법

나는 슬픔이라는 감정을 '나' 자신이 겪는 것을 끔찍히도 싫어하고 거부했(한)다. 작고 사소한 목소리와 생각들이 "살아남기위해서는 감정이 최소화되어야해!" 라는 내부의 소리를 만들어내고, 나는 그 소리에 맞춰 채찍을 들며 살았던것 같다. 물론, 그렇게 살았던 모든것들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부족하다고 느끼는 그 지점에서 나는 많은 것을 부단히 애쓰며 만들어내고 바꿔오고 발전하며 살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어찌저찌 겪어온 과거를 지난 이 시점에 이루지못한 한 목표를 넘어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찾아가야하는 여정앞에서 슬픔과 절망같은 감정이 나를 덮치더라도 내가 <나약해서>가 아니라 <그럴수도> 있는 것이라고 받아들이는 연습이 반드시 필요하다.

(중략)

심리상담을 공부하면서, 다른것보다 <상담사>가 되기 위한 <상담>에 참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의 얘기를 들어주고 그가 가진 심리적 고충을 얘기하는 것에도 힘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심리학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여러가지이지만, 다른 것보다 나의 심리를 알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다. 인지행동 심리는 벡의 인지행동상담만 주로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나서 <수용>에 대한 생각을 참 많이하게 되었다. 나 스스로의 자동적 사고를 변화시키고, 인지적 오류를 제거하고, 인지도식을 재구성화 하는 것에 많은 시간과 <작은> 노력들을 지켜가야겠다.

원문 : https://blog.naver.com/baekseulgi/221843161069


슬픔이라는 감정을 겪는 것을 끔찍이 싫어하고 거부하는 이유가 있어요?


시험을 준비하면서 그런 생각이 습관이 됐어요. 슬픔을 겪는 시간이 저에게 시간 낭비가 될까 두려워요. 지금은 감수성 높은 게 장점이라고 생각하면서 다시 받아들이고 있어요.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게 불필요하다고 느꼈어요?


네. 시험 준비하는 동안에는 철저하게 불필요한 거라고 생각했었어요. 오늘 해야 하는 것에만 집중해야 하잖아요. '슬퍼하지 마. 너 그럴 시간 없어.'라는 식으로 저를 몰아세웠죠.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자기 심리를 많이 알게 됐어요?


처음에는 막연하게 시작했었거든요. 나를 잘 이해하고 싶은데 도대체 어떤 심리를 공부해야 나를 아는 건지 모르겠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예민하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건강이 안 좋거나 스트레스 많이 받을 때 어른들이 애가 왜 이렇게 예민하냐고 말씀하신 적이 많거든요. 제가 진짜 예민한 사람인지 아닌지 알고 싶은 거예요. 서점에서 <예민함이라는 무기>라는 책을 봤는데 뒤 페이지에 '그렇게 좀 유별나게 굴지 마라'는 대사가 있어요. 제가 자주 들었던 얘기니까 궁금해서 읽어봤는데 가장 고민했던 예민함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제 심리를 좀 알았어요. 심리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건 아니어서 나를 어떻게 알아야 할지는 아직도 미궁이긴 해요.



책을 읽고 어떤 점을 알게 됐어요?


예민하다는 말을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작가가 그런 관점부터 바로 잡아줘요. 다른 작가는 예민함을 바라보는 말로 '기민하다'를 쓰기도 하더라고요. 예민함이라는 단어를 사회에서 부정적으로 배웠을 뿐이지 이것 자체가 장점일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감수성도 예민함에 들어가는 영역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지각이 빨리 회전하기 때문에 자극에 대해 민첩하게 반응한다는 걸 알고 나니까 나는 내 지각을 믿어야 한다는 믿음이 생겼어요. 예민한 사람들이 대체로 분석력이 높거든요. 직업에서 분석력을 충분히 사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영어 공부할 때도 문장을 세세하게 분석하는 습관이 있어요. 아이들이 날카로운 질문을 할 때, 제가 공부했던 분석력이나 예민함으로 설명할 수 있더라고요.



저도 예민하다고 생각해서 <센서티브>라는 책을 읽었었는데요. 내 성격이 왜 이렇게 형성됐고 어떻게 하면 장점이 될 수 있는지 배웠어요. 예민한 성격을 바꾸는 방법보다 나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게 큰 도움이 됐어요.


맞아요. 우선은 자기 자신이 예민한 사람이라는 걸 인정해야 해요. 그전에는 받아들일 줄 몰랐거든요. 나는 원래 예민해, 나는 원래 이래 하고 말았는데 예민한 성향을 건설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됐어요. 예민한 사람들은 뭘 하든지 간에 시간이 좀 필요하다고 해요. 급하면 안 되고요.



쉽게 피곤해지는 것 같아요.


한 번에 보는 양의 정보가 많아서 그래요. 다른 사람들은 보는 시야가 180도라고 쳤을 때 예민한 사람은 그 각을 넘어가는 거죠.



예민한 성격으로 인한 고민이 있었어요?


걱정 없고 둥글둥글한 친구들을 부러워했거든요. '왜 나는 혼자 유별나서 이렇게 예민하지.' 이런 거 있죠. 나 자체에 대한 예민함을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한 것 같아요. 지금도 부러워는 해요. 그런데 나한테 예민함이라는 무기가 있다고 받아들이는 것과 아닌 것은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책을 읽었다고 예민함이 사라진 건 아닌데 제가 가진 예민함이라는 기질을 이 책으로 인정받은 느낌이에요.



글에 자격증 사진이 있던데 심리상담사 자격증을 딴 이유가 있어요?


시험이 끝나고 나서 임용에 쏟았던 에너지를 어떻게 컨트롤할까가 가장 큰 문제였거든요. 3년 동안 성취하려는 목표를 향해 큰 에너지를 쏟고 있었는데 시험이 끝나니까 에너지를 쏟을 곳이 없었어요. 제가 무엇에 관심이 있었는지 생각하다가 글쓰기랑 심리학 공부가 떠올랐어요. 시간도 있는데 심리상담사 자격증을 한번 따 봐야겠다 싶었어요. 항상 유용성을 따져서 무언가를 배우려고 하면 급해지더라고요. 당장 자격증을 취득해서 어떤 직업에 쓰겠다는 욕심을 버렸어요. 이 자격증 자체가 민간 자격증이고 장벽이 높지는 않았거든요. 시간도 크게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아서 시작했어요. 공부하면 어딘가 도움은 될 거라 생각했고, 해봐야 도움이 되는지 안 되는지도 알 테니까요.









한달자기발견 - 모범정답은 모르지만 나의 정답은 만들 수 있다

<왜 힘들게만 사는 걸까>

괜한 슬픔이 드는 날이면, 그 슬픔을 분석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입맛이 없지만 공부하기 위해 식사를 했고 잠이 오지 않지만 공부하기 위해 잠을 잤다. 그러자 사람들과 애정을 나누는 시간이 줄어들고 얼굴에 표정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처음 시작한 수험 생활은 11월 넷째 주 토요일 오후 3시경에 마무리되었고, 그날 밤 4시간을 쉬지 않고 울었다.

<나는 모범정답을 모르는 선생이지만, 나의 정답을 만들어낸 사람이다>

실력이 높아지긴 했지만, 절대 실력에는 한계가 있었다. 어쩜 매번 커트라인이 높은 지역만 골라서 지원했는지 점차 시험으로부터 이제 그만하라는 소리를 듣는 것 같았다. 1년에 한 번씩 치르는 시험, 공부 좀 해봤다는 사람들끼리 피 터지게 경쟁하는 시험, 0.01점으로도 100명이 떨어지는 시험, 정답이 공개되지 않는 시험. 그 모든 악조건에서부터 나를 보호하기 위해 닥치고 공부만 했다. 2018년 11월, 3시 20분 종이 울리고 펜을 놓으면서 딱 생각했다. '합불을 떠나 이제 안녕한다. 더 이상 매력이 없다.'

원문 : https://blog.naver.com/baekseulgi/221952856232


첫 번째 임용 시험이 끝난 후 어땠어요? 눈물의 이유는 아쉬움이었나요, 후회였나요, 억울함이었나요?


임용 끝나고 집에 왔는데 몸살이 있어서 몇 시간 동안 누워 있었어요. 일어나서 책 정리를 하다가 3~4시간을 계속 울었어요. 아쉬움, 후회, 억울함 다 있었는데 억울함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시뮬레이션도 많이 했고 이전 기출문제랑 경향 분석을 열심히 하고 갔거든요. 시험 당일날 전공 시험지를 받아서 문제를 푸는데 기존 기출 시험과 성격이 너무 다른 거예요. 그 전의 기출 경향으로는 대비할 수 없는 문제와 난이도였어요. 시험 종료하기 전까지 버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눈물의 이유 중 억울함이 가장 크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다는 것에 대한 분노였어요. 그래서 그렇게 울었던 것 같아요.



시험 보면서 내가 이 시험을 잘 보지 못할 거라는 걸 느꼈어요?


네. 아직도 기억나는 게 문제 풀면서 손을 떨었거든요. 전공 두 번째 시험을 치는데 시간은 끝났는데 한 문제를 덜 풀었어요. 시험지 지문 옆에 빈 공간이 있잖아요. 거기에 검은색 펜 떤 자국이 있어요. '내가 손을 떨고 있구나'라는 걸 아는 순간 올해 시험은 힘들 거라는 걸 시험 치면서 알았어요. 오후 3시 20분에 종이 치면 펜을 딱 내려놔야 하는데 '그때 나는 뭐가 되어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단지 시험이 끝난다고 끝은 아닐 텐데.



지금도 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은 마음은 그대로예요?


임용을 준비한 가장 큰 이유는 제가 받은 사랑을 돌려주는 선생님, 학생 개개인의 모습을 예뻐할 수 있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었어요. 두 번째 이유가 안정적인 직업군이라는 이유였거든요.

임용 시험을 그만두고 1년 동안 학원 강사를 하면서 학교 선생님을 하고 싶은 마음이 많이 줄었는데, 코로나 이후에 재택근무를 하면서 안정적인 직업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어요. 다시 안정성에 대한 고민이 생기기 시작하더라고요. 양면적인 생각이 들어요. '역시 안정적인 직업을 해야 돼.'라는 생각과 '요즘 세상에는 정말 안정적인 직업이 없구나.'라는 두 가지 생각이요. 계속 마음이 왔다 갔다 했죠. 오랫동안 학교 선생님이 되는 시험을 준비했었고 여전히 하고 싶은 일 중의 하나예요. 그런데 예전처럼 무조건 하겠다는 말이 안 나와요. 다시 임용 시험을 준비할 자신이 없어요.



시험공부를 해봤기 때문에 더 자신이 없는 거예요?


네. 마음만으로는 안 되는 것을 받아들인 거죠. 학교 선생님 하고 싶냐고 묻는다면 '네'라고 대답할 것 같은데, 시험 준비할 거냐고 물어보면 '아니오'라고 대답할 것 같아요.



노력해도 안 될 것 같은 마음이 커요 노력할 자신이 없는 마음이 커요?


임용시험 자체를 다시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가장 커요.



세 번째 임용 시험을 본 후 왜 그만둬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세 교시로 나눠서 시험을 치는데 교시가 끝날 때마다 시간이 남더라고요. 시험지를 훑어보는데 더 이상 쓸 게 없었어요. 시험 종료 종이 울리고 나서 펜 놓자마자 '이제 합격ㆍ불합격 여부와는 상관없이 잠깐 좀 놀다 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임용이 더 이상 매력 있는 카드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나중에 진짜 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는 카드가 된 거예요. 이 길을 계속 파려면 덜했다는 아쉬움이라든지 계속해야겠다는 큰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할 만큼 다 해본 것 같아요. 완전히 그만뒀냐고 묻는다면 '나중에 가고 싶으면 갈 거예요'라는 모호한 대답이 나오기는 해요. 그런데 지금 당장은 매력 없는 선택지예요. 다른 걸 좀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죠.









한달자기발견 - 30회차 드라마, 나의 역사 연표

12~15살
자기분석 : 겉으로 보는 나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속마음은 늘 고독에 쌓여있었다. 환대가 줄어든 세상을 무서워했고 나 스스로가 강해져야 질 것을 욕망했다.
내 성격이 착하고, 생긴게 착해보이는 이미지가 싫어졌고, 내 모습을 바꾸고 싶었다.

22~26살
- 25살, 인생 두 번째 전성기 : 교생실습. 함께 근무한 선생님들과 담당반 학생들 덕분에 인복이 최고치였음.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인기가 많아져서 무섭기도 했음.
- 인기와 구설은 표정만 다른 마스크였음을 알게 됨.

27~29살
- 본격 임용공부. 압박감과 부담감이 컸음. 차차 실력은 나아졌으나 매 순간이 너무 힘들었음.

원문 : https://blog.naver.com/baekseulgi/221945042141


왜 12~15살 때 고독하다고 느꼈어요?


표면적인 이유는 사춘기였을 것 같아요. 청소년기에 교우 관계가 큰 부분을 차지하잖아요. 내 마음 같지 않다는 상실감 비슷한 게 있었어요. 친구와의 관계가 항상 좋을 순 없다는 것에 대해 고독하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친구들이 내 마음 같지 않아서요?


제가 좋아하고 계속 친하게 지내고 싶은 친구랑 중학교 들어가면서 떨어지게 됐거든요. 물리적인 거리도 있고 매일 같은 학교에 있지 않다는 것 때문에 그전에 친했던 건 아무런 의미가 없더라고요. 마음은 항상 그 친구랑 예전처럼 친하게 지내고 싶은데 이전처럼 함께할 수는 없었죠.



친구가 슬기 님보다 같은 학교 친구들과 더 친해 보였어요?


네. 친구의 생활 패턴이 바뀌었잖아요. 학교 친구들이랑 종일 같이 있고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는 길도 비슷하니까요. 저랑 친했던 것과 상관없이 친구의 일상에 자주 있는 사람들이랑 친해진 게 보였었죠.



왜 자신의 성격이 착한 것과 착해 보이는 것이 싫어졌었어요?


'나는 안 착한데 왜 착하다고 하는 거지' 이런 반발심이었죠.(웃음) 나는 내가 착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거든요. 외부에서 먼저 착하다는 말이 들어오니까 거부감이 느껴지는 거죠. 두 번째 이유는 중학교 생활하다 보면 짓궂거나 아직까지 자기 멋대로 하는 학생들이 있잖아요. 이런 애들이 봤을 때 유해 보이는 친구들에게 더 쉽게 장난을 쳐요. 그런 게 되게 싫었던 것 같아요. 유해 보이는 모습이 상황상 유리하지 않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게 되면서 착하다는 말이 더 싫어졌던 것 같아요.



저도 어릴 때 착하다는 말 싫어했거든요. 만만해 보이고 무시하는 듯한 느낌이 있어요.


성인이 되었을 때도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이 착하다고 하는 거랑 내가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나를 착하다고 하는 건 그 무게가 다른 것 같아요. 전자의 경우는 내가 이 착함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고, 착하다는 것 자체가 나의 매력이라고 믿어지는데 나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착하다고 얘기할 때는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칭찬으로 안 들리는 것 같아요.



착하다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그쵸. 우리가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착하다는 말을 들었던 상황이 나한테 유리한 상황이 아니었던 기억이 있을 거예요.



'인기와 구설은 표정만 다른 마스크'라고 생각한 이유가 있어요?


스스로 인기가 많다는 생각을 했던 때가 교생실습을 나갔을 때였는데 구체적인 이유는 모르겠어요. 복학하고 부학회장을 맡고 그다음에 교생을 나갔거든요. 남들한테 보여질 일이 많았던 시기인 것 같아요. 저를 딱 봤을 때 말수가 적거나 내성적으로 보이는 모습은 아니니까 다가오기가 쉽잖아요. 제가 사람을 싫어하지도 않았고요.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면서 인기가 많아진 것 같아요.

저를 보고 '이 사람이랑 같이 있고 싶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인기가 많아지는 건데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항상 말이 생기기 마련이거든요. 인기가 있어야 구설도 생기잖아요. 표정만 다른 마스크라고 한 이유가 나에게 지나친 관심을 줬던 사람들의 마스크가 달라지는데 그게 한 끗 차이구나 싶었어요.



인기 많은 게 좋아요 없는 게 좋아요?


저는 어느 순간 그걸 의식 안 하게 됐어요. 거품이라는 걸 알게 됐거든요. 처음에 인기가 많아졌을 때는 이상하다 싶으면서 기분은 좋았어요. 인기가 많다는 게 화려한 이미지가 있잖아요. 그런데 인기라는 게 사그라들기도 쉽고 그만큼 다시 오르기도 쉽고 격차가 심해요. 그걸 깨닫고 나니까 인기가 많아지든 적어지든 신경을 안 써서, 좋다 싫다라는 생각이 안 들어요.



시험 끝난 후 자신의 모습이 무엇인지 잊게 됐다고 했는데 어떤 의미예요?


시험을 치는 동안 나로 살았다기보다는 백 퍼센트 시험을 위한 인간으로 살았었거든요. 그 당시에는 시험을 치는 목적, 최종적인 나의 꿈 이런 본질을 안 잊으려고 많이 노력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잘 안 됐었나 봐요. 타고난 나의 모습을 살리면서 산 게 아니라 시험을 위한 생활을 했으니까요. 시험 끝나고 돌아봤을 때 '내가 어떤 사람인지 너무 오랫동안 잊고 살았구나'라는 느낌이 되게 컸어요. 그래서 시험 끝나고 일단 지쳤던 몸과 마음을 회복하고 감각을 채우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거든요. 미용실도 가고 처음으로 네일아트도 받았어요. 사람들 만나고 맛있는 음식 먹으면서 못 먹었던 것도 먹고요.



시험 끝나고 나서 학원 강사가 되기까지는 어떤 과정이 있었어요?


시험 준비하면서도 첫해에는 몇 개월 정도 전임강사(학원에 상주하는 강사) 일을 했어요. 시험을 준비할 수 있는 돈을 벌어서 임용 시험을 준비를 시작했거든요. 그 이후에는 파트(시간제)로 근무를 했어요. 수요일 토요일 이렇게 일주일에 8~9시간 근무를 하면서 임용 시험을 준비했어요. 파트로 일했던 학원이 용돈 벌기도 괜찮았고 고등부를 가르치니까 수험 생활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어요. 같이 일하는 동료 선생님들이랑 원장님이 참 괜찮으신 분들이어서 임용 끝나고 제가 먼저 전임 제의를 했어요.



시험 끝나고 다음 방향을 찾기까지 오래 걸리지는 않았어요?


사실 지금도 찾고 있어요. 학원강사가 된 건 제 선택이기는 했지만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이유가 지식을 알려주는 사람이 되려고 한 건 아니었거든요. 학원 선생님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에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지금 하는 일이 자신에게 딱 맞는 일이라고는 안 느껴지는 거예요?


네. 선생님이 되고 싶은 사람들은 대체로 선생님에 대한 좋은 기억 때문에 하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학교 다닐 때 우리가 좋아하던 선생님을 돌아보면 온화하고,  얘기도 잘 들어주시고, 칭찬도 잘해주시던 분들이거든요. 저는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었어요. 직업 특성상 학원 선생님이라는 역할은 우리나라 교육 제도에 맞는 시험 성적을 잘 올리는 사람으로서의 역할이 크잖아요. 제가 시간을 여유롭게 두고 한 명 한 명을 예뻐하기보다는, 공부를 더 잘 가르치고 자료를 더 잘 만들고 그런 역할이 더 크더라고요.

이 학원에서 오래 일할 수 있었던 이유가 제가 인간적인 면모로 학생들을 대하는 걸 원장님이 인정해주셨기 때문이에요. 저는 오버하지는 않지만 애들한테 진짜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 때는 원장 선생님께 말씀드려서 상담을 하거든요. 그런 모습을 지나치다고 생각하지 않으시고 받아들여 주시니까 오랫동안 일할 수 있었어요. 그래도 학원 선생님의 역할에 대한 본질은 변하지 않잖아요. '나는 사실 이런 걸 원했던 사람은 아닌데.'라는 마음속의 의문은 항상 있죠. 방향성을 찾으려면 아무래도 조금 오래 걸리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한달자기발견 - 10년 전의 나에게, 차 한 잔 대접합니다.

고노무 진로.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앞으로 뭐 할거니' 와 같은 질문에 끊임없이 고민해야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공부 안했던 거 너무 무겁게 생각하지 않아도 괜찮을텐데. 너의 선택에 책임을 지는 것은 옳지만, 그냥 20살 - 21살 답게 놀기 바쁜 모습이었다면 어땠을까 해.

연애를 무슨 결혼하는 것 마냥, 그런 책임감은 조금 내려놨어도 되는데. 그래도 만들어진 성격이라 바뀌기 어려워.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 너를 좋아하는 일, 그리고 그 연애가 연애답게 재밌었고 슬펐던 일- 그거면 됐어. 그리고 너한테 잘 맞춰주는 사람 말고 그냥 처음부터 너랑 잘 맞는 사람 만나. 잘 모르겠으면 <커피프린스 1호점> 공유를 참고 하렴 ㅎㅎㅎ. 그냥 사랑할 수 있는 거 사랑하고 살아. 네가 웃으면 되는 거야. 그게 전부야.

아르바이트 줄이고, 친구들 워터파크 갈 때 너도 그냥 비키니 사서 놀러 다녀. 남자들이 합석하자고 하면 꼬나보지 말고 그냥 적당히 받아주고 좋게 보내. 술 마시면 취해도 괜찮고, 누가 너보고 뭐라 해도 그냥 놀아. 너는 웃는 게 젤 잘 어울려. 연사가 되어 특강 할 일도 생겨. 그때도 할 말 생기니까, 노는 거에 불편함을 줄였으면 해.

원문 : https://blog.naver.com/baekseulgi/221954489306


10년 전에 어떤 이유로 진로 고민을 했어요?


고등학교 때 공부를 열심히 해서 대학을 결정하는 게 중요하잖아요. 아이러니하게 그때 제가 춤을 췄어요. 중학교 때는 나름 공부를 잘했거든요. 고등학교에 가서 댄스 동아리를 하고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면서 공부를 잘 안 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이 되고 싶은 거예요. 

고3 담임 선생님께 이 성적으로 사대 가겠다는 얘기를 못 하겠더라고요. 선생님 표정이 정말 안 좋으셨어요.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그때 선생님으로부터 복수전공이나 교직 이수, 대학원 정보만 들었어도 20~21살 때 그렇게 고민하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고등학교 3학년 때 어떤 담임 선생님을 만나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선생님들도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입시가 복잡하니까 빨리 처리하고 싶어 하기도 하시고요.

사범대를 하나 붙긴 했는데 윤리교육과였거든요. 복수 전공을 알았다면 그곳에 가서 영어 교육을 했겠죠. 재수하기엔 제가 공부를 너무 안 해서 일단 점수 맞춰서 사범대가 아닌 일반 대학에 갔어요.



왜 20살~21살 때 노는 것에 불편함을 느꼈어요?


진로 걱정 때문에 노는 게 무의미하게 느껴지고 재미없었어요. 스무 살이 되고 나서 어떻게 살아야 하지라는 고민을 진짜 많이 했었어요. 선생님이 되고 싶은데 방법이 없더라고요. 약간 자포자기하는 마음도 있었고요.

어느 날 타 단과대에 교양 수업을 들으러 갔는데 학교 신문에 교직 이수라는 게 있더라고요. 그걸 읽는 순간 이런 방법도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런데 독일어 전공으로 선생님이 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드는 거예요. 학교 선생님이 되려면 영어를 해야 할 것 같았어요. 고민만 하고 있다가 2학년이 되고 나서 교직 복수 전공이라는 걸 신문에서 봤어요. 2학년 2학기 때 영어영문학과 교수님과 면접을 보고 다행히 합격해서 그때서야 진로 고민을 한시름 놨어요.



다시 20~21살로 돌아가면 편하게 놀 것 같아요?


아니오. 똑같을 것 같아요. 그 시기에 진로 고민을 앞당겨서 한 거라고 생각해요. 친구들이 취업 준비하면서 이제 막 내가 뭘 해야 하고 뭘 원하는지 찾을 때 저는 고민 안 했거든요. 20~21살 때 임용 준비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다 마련해놨어요. 22~23살 때는 독일로 유학을 갔어요. 유학 가기 전에 3학년 1학기 전공을 다 채우고 갔거든요. 24~25살 때는 모든 게 확실했죠. 이때까지 열심히 살았고 성과도 나쁘지 않았으니까 지금부터는 머리 풀고 논다고 생각했죠.(웃음) 저한테는 이때가 시작이었어요. 진짜 많이 놀고 공부도 많이 하고 대외활동도 열심히 했어요. 친구들이랑은 반대로 갔던 거죠. 다른 친구들이 20~21살 때 놀던 그 힘으로 미친 듯이 놀았어요.



다행이에요. 저는 안 노는 것도 후회가 남을 거란 생각이 있어요.


맞아요. 그런데 20살~21살 때 노는 느낌이랑은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24살이 대학교에서는 고학년이잖아요. 제가 24살이 돼서 뭔가 해놓고 놀았던 거랑은 가벼움과 즐거움이 다른 것 같아요. 그래서 틈만 나면 무조건 놀아야 한다는 걸 알았죠.(웃음) 기회가 되면 일단 나가서 놀아야 해요. 노는 걸 미뤘다가는 절대 못 놀아요.



맞아요. 성인이 된 후에도 부모님께 열심히 살라는 말만 들었지 누가 나보고 놀라고 말해주지는 않더라고요.


제가 공부를 늦게라도 좀 해봤기 때문에 느낀 점이 공부는 필요하면 언제든지 찾아서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노는 방법을 일찍 배우지 않으면 정작 일해야 할 때 놀고 싶어질 수 있거든요. 노는 방법을 일찍 배워야 나중에라도 그 기억 때문에 놀 수 있는 것 같아요. 공부는 내가 필요하면 어떤 모임에 간다든지 책을 읽는다든지 할 수 있잖아요. 정작 노는 건 기회가 생겼을 때 하지 않으면 어렵죠. 놀아본 사람들이 놀 줄 아니까 쉽게 어울려서 놀 수 있는 시기에 빨리 놀아야 하는 것 같아요.



힘들어서 이제 새벽까지 놀고 싶어도 못 놀아요.


제 친구들도 졸아요. 다들 신데렐라가 됐어요. 그리고 회복하는 데도 오래 걸리잖아요. 그래서 놀 수가 없어요. 지금 나가 놀아야 돼요.



그래서 놀려고요.


유진 님이 질문지 만들면서 느낀 점에 취업한 후에 아~주 열심히 놀 거라고 하셨잖아요. 정말 놀아야 해요. 유진 님은 잘 아시는 것 같아 다행이에요.



'자신한테 잘 맞춰주는 사람이 아니라 처음부터 자신과 잘 맞는 사람과 만나자'고 생각한 이유가 있어요?


잘 맞춰주는 사람을 만나면 당장 그 사람이 저한테 잘해주니까 행복할 수 있는 건 맞아요. 그런데 연애가 일방향이 아니기 때문에 상대가 저한테 너무 맞춰주면 에너지가 편향되는 것 같아요. 언젠가 무너질 가능성이 높아요. 상대가 나한테 잘해주고 다 맞춰주는 것보다 저한테 잘 맞는 사람을 찾는 편이 괜찮은 연애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거든요. 연애도 상생 관계가 돼야 좋잖아요. 그런데 어떤 사람을 만나든 다 알고 만나지는 못하니까, 직접 만나봐야 알 수 있기는 해요.










인터뷰를 마치며



인터뷰한 느낌은 어때요?


역시 배려심이 넘치신다고 생각했습니다. 갑작스럽게 상대의 말을 듣고도 적절한 질문을 하시잖아요. 우리가 대화하면서 미리 정해진 질문이 아닌 다른 질문도 주거니 받거니 했잖아요. 저는 준비하신 질문만 얘기해도 정말 많을 것 같고, 더 질문 안 하셔도 아쉬움이 없을 것 같았거든요. 중간중간에 제 대답을 들으면서 더 구체적인 질문을 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진짜 말 잘하신다, 인터뷰가 편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혹시 제가 했던 얘기 중에 유진 님께 인사이트가 되는 부분이 있으면 기쁠 것 같아요. 다른 것보다 메모 관련된 부분에서 도움되는 점이 있으셨으면 좋겠네요. 나중에라도 메모하는 사람들 관련해서 더 얘기하고 싶어요.










인터뷰 후 느낀 점



1. 카페에서 수다 떤 느낌. 친구랑 오후 7시쯤 만나서 신나게 얘기하다가 시계 보니까 벌써 밤 11시라서 '집가야겠다.'하고 나온 느낌이었다.


2. 인터뷰하는 이유에 내 얘기를 이렇게 길게 써주신 분은 처음이었다. 인터뷰하면서도 칭찬을 많이 해 주셔서 감사했다. 나보고 배려심이 많다고 하셨는데 반대로 내가 슬기 님의 배려심에 감사했던 인터뷰였다.


3. '공감 능력이 없는 사람과 이야기를 할 때는 그 사람만 있고 서로가 없다.'는 말이 와 닿았다. 만나고 집에 오는 길에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친구들의 공통점이 그랬다. 같이 있는데 함께 있지 않은 느낌.


4. 인터뷰를 정리하면서 다시 한번 다짐해본다. 놀 수 있을 때 재미있게 놀자. 어른들은 공부 안 해서 후회한다고 하지만 못 놀아서 후회하기도 한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고 늘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초조함은 벗어던지고 놀 땐 미친 듯이 놀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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