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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결 Feb 02. 2021

비누

그 애는 나의 비누였다

불안하거나 심심할 때마다

그 애로 씻어서 지워버렸다


우울하거나

하기 싫은 일이 있을 때면

그 애에게 전화를 했다


돈이 없거나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날이면

그 애에게 만나자고 했다


비누로 씻어도

금세 더러워졌지만

상관없었다


나는 그 애를

아무 때나 원하는 만큼

쓸 수 있었다


그 애는 언제든 전화를 받았고

언제든 만날 수 있었고

언제든 맛있는 걸 사줬다


내 생활이 안정되자

더 이상 비누가 필요 없어졌다

나는 그 애를 씻어서 지워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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