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애는 나의 비누였다
불안하거나 심심할 때마다
그 애로 씻어서 지워버렸다
우울하거나
하기 싫은 일이 있을 때면
그 애에게 전화를 했다
돈이 없거나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날이면
그 애에게 만나자고 했다
비누로 씻어도
금세 더러워졌지만
상관없었다
나는 그 애를
아무 때나 원하는 만큼
쓸 수 있었다
그 애는 언제든 전화를 받았고
언제든 만날 수 있었고
언제든 맛있는 걸 사줬다
내 생활이 안정되자
더 이상 비누가 필요 없어졌다
나는 그 애를 씻어서 지워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