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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육헌 Apr 18. 2016

기술 사회를 바라보는 어떤 시선

책 <낡고 오래된 것들의 세계사>를 읽고 쓰다



스타트업에서 일을 해봤고 기술혁신에 민감한 사람들이 주변에 많았으며 나 또한 관심이 많았기에, 기술의 변화나 트렌드를 늘 빠르게 접했던 편이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기술 혁신이니 신기술의 등장에만 신경을 곤두세웠을 뿐, 그 기술을 받아들이고 사용하는 대상인 사회에 대해 또 실제로 매일 접하는 기술에 대해 고민해본 적은 없었다. 책을 읽고 나서야 '사용기술 technology-in-use'을 중심으로 바라보는 우리네 리얼 월드는, 각종 미디어와 sns라는 편향된 뷰를 통해 접해온 반짝반짝 최첨단 월드와 또 퍽 다른 거다. 


생각해보니 정말로 그렇다. 신기술이 등장하고 기술이 인간 노동을 대체할 거라며 어쩌고 저쩌고 열광한 기억은 많지만, 그러한 기술이 그 등장의 찬란한 순간만큼이나 우리네 삶을 혁신적으로 바꿔놓은 기억이 얼마나 있던지. 신문지상에서 떠드는 과학과 기술과 혁신과는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네 이웃들이 사실은 여전히 훨씬 더 많은거다. 엑셀보다 쌀집계산기, 슬랙보다 이메일이고, 스마트폰보다 피처폰이 괜춘하며 배달은 앱이 아니라 전화로이런 현실도 있었는데 그리고 생각보다 더 많았는데, 쳐다보지를 않았었다.


어떤 기술들은 칭송을 받으며 등장했다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고, 또 어떤 기술은 사회의 요청에 다시 불려나오기도 하더라. 지금 핫하디 핫한 기술들이 제품들이, 실은 아주 오래전에 등장했다가 실패를 맛보고 잊혀져버린 아이들이었던 스토리도 허다하다. 국내에서도, 우버니 콜버스니 헤이 딜러니 하는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아이템들이 그렇게 기존 산업의 압력에 또 정부 정책에 규제받고 축소되고야 말았다결국 기술 그 자체가 혼자 빛나는 일은 없었다. 사회적 공감대와 정책과 수요가, 기술의 발달과 착착 맞아떨어질 때야 비로소 빛을 발하는 거지. '모든 민주주의에서, 국민은 그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 하지 않았던가. 기술도 마찬가지다 싶다. '사용 기술'의 측면에서 우리는 늘 그래왔듯 우리 사회의 수준에 맞는 기술을 가지고 사용할테다. 


이 책은, '알고 보면 국내 청바지 1위 브랜드는 리바이스도 아니고 캘빈 클라인도 아니고 뱅뱅이더라' 하는 뱅뱅 이론 같은 느낌의 기술 이야기였다. 마치 '지구촌이 100명이 사는 마을이라면'의 기술사 버전을 읽은 느낌이랄까. 이러한 관점을 접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이미 재미진 독서였다. 


*독서모임 트레바리 34의 4월 모임 도서 <낡고 오래된 것들의 세계사>를 읽고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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