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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육헌 Jun 13. 2016

간지나는 미디어를 소비하고 싶다

누가 어떤 미디어를 소비하는지, 알기도 어렵고 관심조차 없는 시대에서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의 피해자를 ‘화장실녀’라고 부르는 언론이 있었다. 헤럴드 경제는 최근에 벌어진 신안군 여교사 성폭행 사건을 보도하면서 ‘만취한 20대 여교사 몸 속 3명의 정액… 학부형이 집단강간’ 이라는 헤드라인을 달았다가 거센 비난을 받고 사과문을 게재했다. 무뇌아적으로 써내려간 헤드라인의 기사가 네이버 검색을 통해 또 SNS 뉴스피드를 통해 소비되고 유통된다. 자극적이니까, 무슨 내용일지 궁금하긴 하니까. 상황이 이렇다보니 싸구려 저널리즘이 횡행하기 시작한지도 오래다. 미디어들은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달기 시작했고, 실시간 검색어를 통한 트래픽 상승을 유도하기 위해 각종 편법을 쓴다. 바이라인도 없이 낚시질로 트래픽을 모으는 저질 기사들이 횡행한지도 오래되었다.


하물며 마트에만 가도, 원산지와 생산자가 표시된 상품을 이리저리 들고 비교하게 된다. 신뢰성이 어느 정도 담보된 브랜드 제품을 찾기도 한다. 그런데 양질의 기사를 고르고 소비하는 과정은 왜 없다시피 한건지. 이제는 아무도 누가 무슨 신문을 읽는지 궁금해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종이신문도 아니고 신문사 사이트도 아니고 네이버에서, 어떤 매체의 어떤 기자가 썼는지도 모를 기사를 읽으니까. 네이버 의존적인 언론지형은 수년전부터 극복해야 할 과제로 지적받았지만, 제대로 극복하는 언론사가 아직까지 하나 없는 실정이다. 한때는 컨텐츠의 퀄리티가 구독자수로, 또 구독자수가 구독료와 광고수익으로 자연스레 이어지던 시대가 있질 않았나. 어떤 신문을 읽는지를 통해 그 사람을 알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던 것도 같다.


간지나는 미디어를 소비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기사를 챙겨 읽는 것만으로도 뭔가 배운 사람이 된 것 같고 멋있는 사람이 된 것 같은 자부심을 안겨줄 수 있는 미디어 브랜드가 있었으면 좋겠다. 같은 논조와 성향의 컨텐츠를 소비한다는 것만으로도 동질감이 느껴지는 커뮤니티가 있었으면 좋겠다. 열심히만 하지 말고 잘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러한 미디어 브랜드와 커뮤니티에 기꺼이 돈을 지불하는 분위기가 생겨났으면 좋겠다. 돈을 낼테니 누가 그런 걸 만들어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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