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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육헌 Jul 06. 2016

아아 넓고도 얕은 인문경영

책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를 읽고 쓰다

청나라 강희제, 옹정제, 건륭제의 치세로부터 시작해, 여러 시대를 넘나드는 창의성의 대가들, 롤프 옌센의 드림 소사이어티, 세계대전을 성공으로 이끈 전쟁영웅들을 거쳐 다시 로마제국의 쇠망사로 마무리짓는 흐름이 인상깊다. 역사, 철학, 문학 등 다양한 동서고금의 인문학을 빌려다가 기업경영의 지침으로 녹여내는 저자의 능력이 참 탁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양의 독서에 더하여, 이를 글쓰기나 강연 등의 형식으로 다시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낸 경험들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책을 덮으며, 이 책의 주제 하나하나에 천착하기보다는 이러한 결과물을 만들어낸 글쓴이의 방법론을 본받으면서 배울 수 있는 부분이 더 많겠다고 느꼈다. 


특히 내 경우에는 한동안 역사와 관련된 텍스트들을 멀리 했었는데,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를 읽고 나니 다시금 역사와 역사서에 대한 관심이 치밀었다. 앞서 한 번 언급했던 책의 구성 또한 처음과 끝을 흥륭사와 쇠망사로 배치하여, 그 사이 다양한 사례들을 역사라는 큰 키워드 아래에 두고자 했다고 말하면 과한 추측일까. 어쨌거나 개인적인 실력 정진이든 인재 등용 및 관리 역량이든, 뛰어난 역량으로 결국 목표한 바를 이루어내고 역사에 이름을 남긴 이들의 이야기는 늘 흥미진진하니까. 이러한 역사 속 인물들의 케이스 스터디들을 거울삼아 급변하는 사회에서 빠르게 역량을 기르고 또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길 바라며, 역사서들에 다시 재미를 붙여야지 슬쩍 다짐해본다.


출판이면 출판, 강연이면 강연, 심지어 광고도 인문학으로 한다는 2010년대의 과도한 인문학 열풍을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거쳐왔던 나였다. 이런 내게,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는 오히려 한 번 도전해보고 싶은 책이었다. 2007년에 1판 1쇄를 찍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이 책이, 2010년대 한반도를 강타한 인문학 열풍의 진원지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싶었기에. 그리고 독서를 마친 지금의 소감은, 기대 이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진행된 인문학 강연의 컨텐츠를 엮어 만들어진 도서이기에 처음부터 출판을 염두에 두고 씌여진 도서들보다 깊이는 다소 얕을지 모르나, 대신 더 흥미로우며 쉽고 편하게 읽히는 인문-경영 서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통해 느낀 흥미로움을 원동력삼아 개인적으로 관심가는 부분을 조금 더 깊게 탐독해보고, 이를 비즈니스와 밀접한 실제 사례들에 적용시키는 노력을 해본다면 + 나만의 언어로 정리해본다면, 뭐 본전은 뽑은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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