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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육헌 Feb 08. 2016

'정리하는 삶'이 인기인 이유

책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를 읽고 쓰다

1.

최근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을 흥미롭게 읽고 설렁설렁 집안 물건을 정리하던 찰나에, 한국에서도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오른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를 연이어 읽었다. 두 책의 저자 모두 일본인인데, 일본의 궤적을 꾸준히 따라가고 있는 한국이다 보니 인기도서니 트렌드니 어느 정도는 함께 가는 느낌이 든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에서는 정리 트렌드의 확산 이유로 1) 필요 이상으로 넘쳐나는 정보와 물건 2) 물건을 갖지 않고도 일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과 서비스의 발견 3)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꼽고 있다. 3)에 더 부연하면, 동일본 대지진이 정리 트렌드 확산과 맞닿아있는 이유는 지진과 쓰나미가 (1) 소중한 물건을 한순간에 못쓰게 만들어버릴 뿐 아니라 (2) 그 재난 속에서는 그득한 물건들이 심지어 우리를 죽일 수 있는 흉기가 될 수도 있어서라고.


그렇다면 1)과 2)는 만국 공통의 해당사항이므로 넘어가고 3)과  엮어서 해보는 조심스러운 추측. 한국에서의 정리 트렌드는 어쩌면 세월호 참사 등의 트라우마틱한 재난과 엮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세월호 사고, 제2 롯데월드의 안전문제, 메르스 전염 이슈 등 온갖 언론 지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인명사고와 안전문제가 일본에서의 동일본 대지진과 비슷한 역할을 했다고 하면 과연 지나친 비약일까? 죽음을 염두에 두고 살아간다면, 가져야 할 물건의 우선순위도 내가 이 세상에서 사라질 때 남겨 보이고 싶은 물건의 우선순위도 명확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돌아가 나름의 의견을 보태어 4)를 추가하자면 일본이 그러했듯 장기 불황에 접어드는 한국사회 그 자체가 또 하나의 큰 원인이다. '내려가는 사회'에서 내 집  마련은커녕 월세방 넓히는 것도 요원한 현실이니, 물건을 극단적으로 줄여서라도 공간을 만들어야 하는 거다. 여기서도 선택과 집중.


2.

<나는 단순하게 산다>와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 모두, 뒤에 가서는 실용적인 물건 줄이기 관련 팁에 그치지 않고 꽤 많은 부분을 자기계발서스러운 이야기에 할애한다. 이래야 책이 팔리지 싶으면서도 들어보면 그럴싸하기도 하다. 매일매일 맞닥뜨리는 삶의 공간에서도 무엇을 사고 무엇을 가지고 있을지에 대한 우선순위 조절을 못하는데야 일에서는 또 일상생활에서는 얼마나 잘할라고. 결국 정리 컨설턴트들이 주장하는 바는, 물건 줄이기와 정리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삶과 일상에서 지켜내고 싶은 가치들과 그에 따른 할 일들을 궁극적으로 우선순위화해내는 것이었다. 실용적인 정리의 기술에 그치지 않고 결국 삶과 일상을 더욱 윤택하게 만드는 자기계발법까지 담고 있으니 인기가 없을 리가!




버리기 아쉬워하던 버릇은, 사진을 찍어 블로그에 기록해두고 버리기 시작한 뒤로 좀 고쳐지고 있다


3.

나는 극단적으로 물건을 못 버리는 타입이었고 내 손에 별 이유 없이 굴러들어 온 물건에도 정을 잘 주는 타입이었는데 책을 읽으며 좀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개인적인 계기로 이미 슬슬 실천하던 찰나에 방법론을 접하게 된 것에 가깝다만. 책과 잡지는 전자책 위주로 구매하기, 쓸모는 없으나 추억 어린 물건은 사진을 찍어두고 버리기, 1년 동안 입지 않은 옷 버리기 등 책을 중간중간 뜯어보면서 나만의 방법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편이긴 하다. 몸만 다이어트가 필요한 것이 아니고, 가진 물건들도 잡동사니도 그릇도 옷가지도 심지어는 SNS 팔로잉도 북마크도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싶었다.




*과거에 책을 읽고 썼던 페이스북 포스팅을 조금 수정해 다시 업로드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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