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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육헌 Feb 02. 2016

맨스플레인 독후감들에 대한 아쉬움

책 <맨스플레인>과 그 독후감을 읽고 쓰다


<맨스플레인 -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독서모임에서 한 달에 한 권 책을 정해서 읽고, 독후감을 쓰고, 독후감을 쓴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눈다. 트레바리라는 브랜드 아래에 여러 개의 독서모임이 있고 나는 그 중 하나에 속해있다. 여러 독서모임이 한 페이스북 그룹을 함께 사용하는지라 다른 독서모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독후감 또한 엿볼 수가 있는데, 이번에 <맨스플레인>을 읽는다는 독서모임 참가자 독후감들을 읽으며 드는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그래서 다시 엄밀히 말하면 <맨스플레인> 독후감이 아니라 독후감들에 대한 인상 및 생각 정리에 가까운 것. ('맨스플레인'의 의미가 궁금하다면 여기로)




1. 맨스플레인에 대해 맨스플레인하는 사람들이 아쉽다


'가르치기 좋아하는 남자들은 여자한테만 그러는게 아니라 누구에게나 그래, 그냥 지구상에 널린게 그런 꼰대질이란다' 같은 맥락이 포함된 독후감을 읽었던 것 같다. 맨스플레인의 피해자가 된 여성의 입장에서 충분히 서술했음에도 '에헤이 그런 가해자 애들은 여자한테만 그러는게 아니라 어디서나 다 그런다니까, 그런 애들이 있어요.' 하며 눙치는 분위기들이 아쉬웠다. 저자가 man과 explain을 합쳐 mansplain이라는 단어를 쓰면서까지 명확한 상황 명확한 전장을 설정한 게 무색하게, 그 앞에서 맨스플레인을 하다니 민망했다. 그것도 <맨스플레인>을 읽고 나서.


2. 잠재적 아군 코스프레는 아무 것도 바꾸지 않는다


'더 많은 숫자를 가져와, 숫자가 있으면 네 말을 들어볼게. 감정에 호소하는 건 그만해. 논리가 좀 부족해. 그건 좀 극단적인 것 아냐? 다른 사례는 없어? 무슨 말 하고 싶은지는 알겠는데,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건 불편하지.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 들어줄거야.'


도와주겠다고 손을 내미는 대신에 뒷짐지고 훈수만 두기 일쑤인 자칭 '잠재적 아군'은 비겁하다. 아래 붙인 트윗의 말마따나 잠재적 아군의 스탠스를 취하는 이들의 실상은 사실 잠재적 공범에 가깝지 않나. 이끌던가, 따르던가, 아니면 그냥 비키던가. 레베카 솔닛의 <맨스플레인>에 대한 독후감에서도 이런 잠재적 아군, 아니 공범스러운 코멘트들을 발견할 수 있었고, 토론 당일에도 비슷한 맥락의 발화를 여러번 들었던 것 같다.





<맨스플레인>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쓴 독후감도 유심히 읽었고, 잠시 시간을 내어 본 토론이 일어난 독서모임을 구경하러 갔었다. 굳이 아쉬웠던 포인트를 끄집어내어 몇 자 적어본 이유는 위에 적은 내용들이 해당 독서모임 내에서 뿐만 아니라 평소 SNS상 여기저기서도 자주 관찰되는 반응들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남성들이 종종 역차별이라는 단어를 들이밀거나, 맨스플레인에 대해 맨스플레인하거나, 잠재적 아군 운운하며 훈수를 두는 것을 목격하면 민망하기 그지없었다. 


한국은 여전히 양성평등 이슈에 대해 갈길이 먼 국가다. 운이 좋게 남성으로 태어난 덕에 이래저래 혜택을 본게 사실이고, 의식이건 제도건 바뀌어야 하고 바꿀 수 있는 부분이라면 기꺼이 참여하겠노라 다짐하면서 이 애매한 글을 마무리해본다(실제 독서모임에서는 유의미한 포인트를 짚어주신 분들도 많았음을 구구절절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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