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육헌 Dec 26. 2016

미친듯이 단순함을 추구한 사람들

책 <미친듯이 심플>을 읽고 쓰다

사회적으로는 얼만큼일지 모르겠으나, 단순함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이 적어도 내게는 꽤 큰 영향을 끼쳤던 한 해였다. 가까운 이를 먼저 떠나보내야만 했던 작년의 가을 이후로, 나의 떠남에 대해서, 또 그리고 그 이후 남겨질 것들에 대해서 문득문득 고민했었다. 그러던 시기에 불어온 단순한 삶과 관련한 트렌드에 대해서 책을 읽으니, 여러 고민들을 내 식대로 정리해볼 수 있었고 또 실천할 수 있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와 <심플을 생각한다>에 이어, 켄 시걸의 <미친듯이 심플>을 읽었었다. 하지만 위에서 구구절절히 기대한 바와는 달리, 이 책은 단순함의 미학을 설파하는 비즈니스 서적이었다.


저자 켄 시걸은 광고대행사 샤이엇 데이에서 일하며, 강박적일 정도로 단순함에 집착하는 스티브 잡스를 지근거리에서 지켜보고 또 협업해온 인물이다. 경영자 스티브 잡스에 대한 overview는 여러 책들을 통해 익히 접할 수 있었다만, 마케팅과 브랜딩에 대한 이야기를 깊숙히 다룬 책은 많지 않았다. 그렇기에, '단순함을 향한 집착'이 어떻게 마케팅 캠페인 제작과정에 반영되었고 성공적인 결과물이 태어날 수 있었는지, 그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똑똑한 사람들의 작은 집단'

애플의 단순함에 대해 이야기하라고 하면, 아이폰의 단순한 버튼이나 심플하고 이해하기 쉬운 UI, 깔끔한 외관과 패키지 디자인 등이 쉽게 떠오른다. 하지만 그러한 성취들이 그냥 나온 것은 아닐테다. '똑똑한 사람들만의 작은 집단으로 시작하라. 그리고 작게 유지하라'는 원칙, 양질의 사고를 위해서는 회의실에 앉아 있는 모든 사람에게 존재의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책에서 여러번 반복된다.


책에서 뿐 아니라, 어쩜 우리가 몸담고 있는 조직에서도 뻔하게 반복되었던 이야기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렇듯 단순함을 극단까지 밀어붙이기란 쉽지 않다. 아마 첫번째 원인은 의견을 내놓으면서도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뭐가 핵심인지 스스로 모르거나, 혹은 이게 핵심같긴 한데 확신이 없거나. 그리하여 자신감이 없으니 이것도 내어보고 저것도 내어보고. 이 메시지 저 메시지 얻어 걸릴때까지 던져본다. 두번째 원인은 내 아무리 자신있게 하나의 핵심에 올인한들, 이에 훼방을 놓는 훼방꾼이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니 마냥 수평적이고 여기저기 의견을 얹을 수 있는 소통의 문화가 좋은 것만은 아니다. 나조차 핵심에 확신이 없을진대, 불필요한 노이즈와 수군거림으로부터 아이디어를 변호하는 데에 소모되는 에너지가 이만저만이 아닌거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의 애플은 단순함에 대한 원칙들을 공허한 구호에 그치게 두지 않고 냉혹하다 이야기할 정도로 지켜내는 조직이었다. 창업자의 자신감과 뚝심, 그리고 그를 지원하는 '똑똑한 사람들의 작은 집단'이 만들어내는 힘이지 싶다. 비록 스티브 잡스의 애플만큼은 못하겠지만서도 이들을 벤치마크하려면 스스로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좋은 의견을 던지고 디펜스하는 태도가 필요할테다.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 혹은 문화를 만들고 지원하기 위해, 적어도 해당 아젠다에 대해서만큼은 정말로 유능한 사람들’만'을 팀원으로 꾸려야겠다. 아아, 어려운 것!


중언부언하긴 했지만, 결국 깔끔함과 단순함으로 칭송받는 것들은 만든 이들의 자신감과 확신 속에서 태어났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물론 그것도 맥을 잘 잡고 핵심을 잘 짚었을 때의 얘기이긴 하다만.


1) 맥을 잘 잡고 핵심을 잘 짚을 것 2) 자신있고 가차없게 그 외의 것들을 버리고 비울 것 3) 이 과정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서, 똑똑한 사람들의 작은 집단을 유지할 것. 책에는 1)이 생략되어 있으나 뭐 요 정도로 요약가능한 책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는 공간은 정말로 중요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