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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육헌 Jan 22. 2017

나는 왜 글을 쓰는가

글을 쓰는 이유, 그래서 올 한 해 쓰고 싶은 이야기들

1. 내 글쓰기의 짧은 역사


이것저것 되고 싶은 게 많았던 어린 시절에 매해 바꾸던 장래희망 목록 중 '소설가'가 있었다. 한창 허세가 들었던 중학교 시절 SF와 판타지 소설을 쌓아놓고 읽으며 꾸던 꿈이었다. 나보다 나이 많은 고등학생, 대학생, 직장인 형 누나들이 글을 쓰고 나누어 읽는 장르문학 사이트를 들락거리면서 소설이랍시고 졸문을 끄적여보기도 했다. 웬만하면 모든 글이며 사진이며 다 잘 아카이빙하고 싶은 욕심이 있지만, 적어도 이 부분에서만큼은 그 사이트가 사라진 것이 정말 다행이다 싶다.


대학생이 되어서는 싸이월드 다이어리를 그렇게 열심히 썼었다.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이니 3인 1실 기숙사의 2층 침대 구석에 누워, 배 위에 커다란 15인치 후지쯔 노트북을 올려놓으면 그렇게 따뜻할 수가 없었다. 처음으로 부모님 곁을 벗어나 지내는 서울살이는 새롭기도 외롭기도 했다. 서로 자조하며 놀려대던 '대학 친구' 타령이 그저 타령만은 아니었다. 늘상 취한 채로 혹은 숙취와 갈증에 목말라하며 혹은 외로워하며, 남보라고 나는 이렇다고 일기를 썼다.


운이 좋아 카투사로 군에 입대할 수 있었고, 사무실에서건 생활공간에서건 제약없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호사를 누렸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들이 전세계로 그 영역을 확장하던 시기였다. 시니컬 한 척 짤막한 글을 툭툭 내뱉던지, 아니면 사소한 일상을 웃기게 과장한 글을 쓰고 좋아요를 구걸했다. 140자의 짧은 글로 촌철살인 하고파 안달이었고, 남들이 눌러주는 좋아요가 그렇게 좋았던 시절이었다.


지금까지도 별반 다르지 않으니, 내 글쓰기의 짧은 역사는 혼자 쓰고 마는 글쓰기가 아니라 남에게 보여주는 글쓰기라 요약할 수 있겠다.




2. 내가 글을 쓰는 이유


글을 쓰는 이유 : 나는 호불호가 꽤나 명확한 사람이라, 좋은 것을 보면 많이 감탄하고 성에 안 차는 것을 보면 짜증이 난다. 그 감탄과 짜증들을 그저 마음 속에 가둬두기에는 속이 좁아 말로 또 글로 표출하여 다스리게 되는 것 같다. 더군다나 글은 훌륭한 생각 정리 도구라서, 나만의 언어로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표현해내는 과정은 생각 정리에 큰 도움이 된다. 어설펐던 생각이 그나마 봐줄만하게 발전하고 또 때론 내 생각이 틀렸음을 발견한다. 여기에 마지막 이유를 더하자면 기록에 대한 약간의 강박이 있어서다. 사진첩에는 꼬박꼬박 찍은 수만장의 사진이 가득하고, 사진 한 장 짤막한 글로라도 매일의 기록을 남겨야 직성이 풀리는 나다. 그러니 그때그때 드는 생각을 글로 남기려 노력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내게 글쓰기는 감정을 다스리는 유용한 도구이자 생각 정리 도구이며 또 보조기억장치인 것이다.


남에게 보여주는 이유 : 그러나 나의 짜증과 감탄이 때론 온당치 않은 것일 수도 있다. 쓴 글을 보여주고 검증받는 것,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특히 SNS에서의 글쓰기는 각종 리액션과 댓글을 통한 검증과 토론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큰 장점이 있다. 또한 글쓰기를 통해 내가 어떤 의견과 스탠스를 지닌 사람인지를 먼저 보여주는 것은 운신의 폭을 넓혀준다고 믿는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그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내가 정의하는 나를 보여주고 그만큼 행동할 수 있게 돕는 일종의 선언이자 선빵인 셈. 쓴 글을 남에게 보여주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일종의 부채의식이다. 정보와 지식을 담은 글이든 개인적이고 내밀한 이야기이든 간에, 지금의 나는 내가 읽어온 글들과 그렇게 엿본 글쓴이들의 삶으로부터 많은 것을 얻어왔다. 그러니 언젠가는 누군가도 내 글을 읽고 얻어가는 것이 있으면 좋겠다는 빚갚음의 마음으로 글을 쓴다.




3. 2017년의 글쓰기


2016년 한 해 동안 소소한 글쓰기 모임이라는 이름 아래 한 달에 두 번 시간과 장소를 정하고 모여 집중하며 글을 쓰려 했다. 되돌아보니 독서모임, 글쓰기 모임과 함께한 덕에 독서모임에서 읽은 책들과 그 밖에서 읽은 책들의 감상을 나름 충실하게 남겨왔다. 또한 독후감을 포함하여 월 평균 2.5편의 긴(?) 글을 발행하였으니 양적으로는 월 1회 500자 이상의 글을 쓰자는 소기의 목표도 달성한 셈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글이 일시적인 인상과 즉각적인 감정을 표현하는데 치우쳐져 있었던 것은 옥의 티다. 2016년이 생활 글쓰기를 습관화하는데 성공했던 한 해라면, 2017년 한 해에는 이러한 습관을 바탕으로 차곡차곡 쌓이는 글을 쓰고 이야기를 하고 싶다.


비록 반복이긴 하나, 이미 소개했던 2017년의 목표 에 포함했던 글쓰기 목표를 재정리하였다.


독후감 : 읽은 책의 최소 60%에 대해서, 500자 이상의 독후감을 남기자

- 독후감은 책을 읽는데서 그치지 않고, 사색하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기 위한 좋은 도구였다. 또한 읽고나면 하고싶은 말 쓰고싶은 글이 목끝까지 차오르는 책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는 편이기도 해서, 목표를 채우기 위해서는 좋은 책을 골라 읽고 성실하게 쓰는 것이 답이겠다. 2017년에는 최소 서른권의 책을 읽기로 다짐하였으니, 최소 열여덟편의 독후감을 쓰는 것이 목표가 되겠다.


글쓰기 모임 : 월 2회 글쓰기 모임을 유지하자

- 시간과 장소를 정해두고 모여서 조용히 글을 쓰는 모임, 이른바 소소한 글쓰기 모임을 만들었었다. 시간과 장소를 정해두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글쓰기를 하겠다는 의지와 목표가 절로 상기된다. 또한 함께 하는 사람들과 모임 전후로 나누는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만으로도 좋은 자극과 동기부여가 된다. 세 명으로 시작해 지금은 나 포함 다섯 명이 함께 하고 있다.


쌓이는 글쓰기 : 1월 내 주제를 정하여, 월 1회 이상 해당 주제로 500자 이상의 긴 글을 쓰자

- 2016년을 돌이켜보니, 글의 양은 꽤나 많았으되 독후감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글들을 빼면 죄다 쌓이지 않고 흘러간 느낌이다. 세상만사에다 토달기 좋아하는 얕고 넓은 잡식성 취향을 가져서 그럴테다. 하지만 잠깐 좋아요와 하트를 받았다가 시간과 함께 그저 흘러가버리는, SNS 피드에 너무나 최적화되어버린 글쓰기에 대한 아쉬움이 생겼다. 주제를 정하여 차곡차곡 글을 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이유. 여러 주제를 저울질하다가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눈길을 끄는 브랜딩 사례들에 대한 글을 월 1회 써보기로 하였다. 내가 좋아하는 서울의 여러 공간들에 대해서도 써보고 싶지만, 요건 강제성 없이 여력 될때마다 써보는 것으로 땅땅.


작은 출판 : 최소 16쪽의 작은 책을 만들어보자

- 쌓이는 글쓰기라는 위 목표를 채찍질하여 더욱 남부끄럽지 않은 글로 다듬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 완성된 결과물을 책이라는 형태로 펴내는 과정 또한 경험해보고 싶기에 추가한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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