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육헌 Feb 06. 2017

브랜드에 소속감을 느끼는 시대

커뮤니티를 만드는 브랜드, 비즈니스가 된 커뮤니티

나이키 런클럽 앱에 달리기 기록을 올린다. 한 달에 한 번, 책을 읽고 트레바리 독서모임에 참가해 토론을 한다. G마켓의 유료 멤버십인 스마일 클럽 전용 딜을 꾸준히 열어보며 좋은 딜이 있는지 확인해본다. 최근에는 더부스라는 크래프트 비어 브루어리의 투자설명회에 참석해보았다. 얼핏 들으면 전혀 상관없는 일상의 나열에 불과해 보일지 모르겠다. 아니다. 아니라고 생각한다.


브랜드의 가치관을 설파하는데 집중하던 기업들은, 이제 그 수준을 넘어서서 그들의 가치관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하나의 이름으로 묶고 소속감을 심어주려는 단계에 접어든 것 같다. 바야흐로 브랜드 커뮤니티의 시대이고 커뮤니티 비즈니스의 시대. 대놓고인가 아닌가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이미 소비자/팬 커뮤니티를 조직하려 열심히 노력 중인 브랜드들이 보인다. 오프라인 커뮤니티를 온라인으로 옮겨오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형태와 주제의 커뮤니티를 아예 사업화해내는 이들도 있다. 


나이키+ 런클럽이라는 이름 아래 전 세계의 러너들에게 소속감을 심어주려 노력중인 나이키가 전자에 속한다면, 최근 독서모임 커뮤니티로 1000여명의 열성적인 유료 회원을 모아낸 트레바리는 후자쯤 되려나. 런클럽, 독서모임, 쇼핑몰 유료 멤버십, 투자자 커뮤니티까지 그 종류 또한 참 다양하다. 심지어 배달의 민족처럼 기업이 스스로의 팬클럽을 직접 모집하기도 하는 세상, '커뮤니티'의 힘은 무럭무럭 커지고 있다.


지난 해, 나이키는 러닝 앱 'Nike + Running'의 이름을 'Nike + Run Club'으로 바꾸고 커뮤니티 기능을 강화했다


그간 소비자들이 모인 커뮤니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과거의 소비자 모임이 회사에 대해 압력을 가하는 이익집단이자 불만을 성토하는 장에 가까웠었다면 최근에는 그 양상이 크게 달라졌다. 유명한 애플과 할리 데이비슨의 사례를 비롯, 열성적인 팬덤의 효과를 누린 마케팅 사례들이 늘어난 덕일까. 아니면 성장의 여지가 줄어버린 이 시대, 집토끼 충성고객의 재방문&재구매 유도가 더 효율적인 전략이기 때문일까. 


높아지는 월세를 피해서 이사를 다닌다. 학점관리와 취업 준비 혹은 수험생활에 바빠, 과반 활동이니 동아리니 하는 대학생활의 낭만을 누릴 겨를은 없다. 평생직장의 개념도 사라졌다. 이직은 자연스러우며 젊은이들의 퇴사는 사회적 이슈가 될 지경이다. 그러니 지금 지역 공동체나 학교, 회사를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는 무너진 지 오래다. 어쩌면 커뮤니티에 대한 이 시대 사람들의 갈망을 기업들이 귀신같이 캐치해낸 것은 아닐까 싶다. 무너져버린 공동체의 대체재를 찾는 사람들에게, 철학과 가치를 공유하는 브랜드 커뮤니티는 꽤 매력적인 구심점이 될 수 있으리라. 

매거진의 이전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시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