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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육헌 Mar 03. 2017

불친절과 승차거부는 이제 그만

카풀앱은 택시를 대체할 수 있을까? 카풀앱 풀러스 사용기

택시 헤는 밤


서울에서 지낼때는 밤이고 낮이고 늘 시끄러웠던 상수동에 살았었다. 언제 어느때건 택시 잡고 상수동이라 그러면 싫은 티 내는 택시 기사가 없어서 좋았다. 아니 오히려 잠재 택시 손님들이 많은 동네로 가는거라 환영받는 편이었다. 상수동 살기 전에는 서울에서는 조금 외진 지역인 안암동에 살았었는데, 택시 잡기도 힘들었고 잡고도 투덜투덜 싫은 소리를 들어가며 집에 갔던 적도 많았다. 그런 투덜거림에 대거리하기 싫어서 용산으로 자취방을 옮긴 친구도 있을 정도다. 취직을 하고 경기도로 이사를 한 지금도 비슷하다. 늦은 시간까지 회사에 있게 되어 퇴근 버스도 다 끊긴 시간이면 결국 택시를 타야 되는데, 회사는 수원이고 집은 용인이다보니 온갖 핑계 대며 승차거부하는 택시들의 행태가 참 여전하다. 카카오 택시라고 뭐 대단히 다르지는 않다. 목적지가 표시되니 오히려 대놓고 편하게 승차거부가 가능하니까. 정작 택시가 갈급해 앱까지 써야 하는 사람들은 카카오 택시와 같은 서비스에서도 더 차별당하고 거부당하는게 현실이다. 


자정에 가까운 시간이었던 지난 화요일 밤에도 그러했다. 카카오 택시로 주변을 샅샅이 뒤졌지만 나를 받아주는 택시 하나 없고, 회사 중앙문 앞에 있는 두 대의 택시는 마지막 손님이라 집 가까운 방향 가실 분을 받는다느니 하는 구구절절한 핑계로 나를 거부했다. 그러던 찰나에, 여자친구가 혹시 모르니 한번 써보라며 메신저로 알려준 서비스, 바로 카풀앱 풀러스 였다.


카풀앱 풀러스 소개 이미지


풀러스를 사용해보다


앱을 다운받고 간단한 가입과 카드 등록 과정을 거치고 들어가니, 소개되는 각종 프로모션 쿠폰이 든든하다. 회사에서 집까지의 경로를 설정하면 예상 요금이 나오는데 이 또한 저렴하여 맘에 꼭 들었다. 평소 택시비의 2/3 수준이고, 여기에 쿠폰을 살짝 사용해 1000원을 추가로 할인받았다. 예상 요금이 비싼 편이 아니라 1000원짜리 쿠폰을 사용하는데 그쳤지만, 10000원짜리 쿠폰이며 이런저런 할인 혜택이 많으니 담번에 또 써야지!


배차를 신청하는 버튼을 누르자 금새 카풀 드라이버를 매칭해준다. 대략 7-8분 정도 거리에서 오는 차이긴 했지만, 방금까지 당해온 승차거부에 지친 내게 그나마 이게 어디랴. 편리하게도 풀러스에는 앱내 채팅 기능도 있어서, 5분 남았다며 친절하게 메시지도 보내주시더라. 도착한 차는 깨끗했고, 내 동년배쯤으로 보이는 드라이버는 친절했다. 이런저런 질문을 드려보았다. 드라이버 등록하고 운행한지 3일째 되었는데, 운전하는 것도 좋아하고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도 좋아해서 짬짬이 재미나게 하고 있다고. 예전에 Uber X를 열심히 탔었는데 그 때와 아주 비슷하게 좋은 경험이고, 앱내 채팅기능은 우버보다 더 좋은 듯. 택시보다 저렴한 요금에 택시보다 더 친절하니, 배차만 그때그때 잘 되고 + 지금의 가격과 퀄리티를 유지할 수만 있다면 안 쓸 이유가 없어보인다.



풀러스, 우버, 그리고 미래의 직업에 대한 짧고 잡스런 단상들


1. 우버와 달리, 풀러스가 영업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출퇴근시 승용차를 함께 타는 경우' 예외적으로 유상운송이 가능하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풀러스는 평일 아침 일찍~오전 11시, 오후 5시~새벽 2시에만 이용이 가능하단다. Uber X와 거의 동일한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운행시간에 따라 되고 안되고가 나뉜다니? 규제며 법조항이며 이런 것들이 참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구나 싶기도 하고, 우버가 두손 들고 철수한 반면에 이런 디테일을 캐치해 비즈니스를 하는 풀러스가 대단하기도 하다. 똑같이 하려면 할 수 있을텐데 못 or 안한 이유가 뭘까?


2. 풀러스의 경우 카풀 동승자(손님)을 고를 수 있으니 카카오 택시와 별반 다를바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잠깐 들긴 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대중교통인데다 뻔히 카카오 택시 켜놓고 다니는 걸 아는 택시로부터 승차거부를 당하는 것과, 주변에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풀러스 드라이버로부터 승차거부를 당하는 것은 여러 모로 다르다. 사실 후자는 주변에 차가 어디 얼마나 있는지 알기도 어려울 뿐더러, 택시와 탑승자의 관계와는 다르게 요샛말로 '선한 의지'로 맺어지는 관계에 가깝기 때문.


3. 조금 더 나간 상상. 꽤나 가까운 미래에 우리는 1인 1직업 시대의 종말을 목격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최근 여기저기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기본소득에 더하여, 자아실현을 도울만한 재미난 일들(일지 여가일지)과 출퇴근 길 재미삼아 해보는 카풀과, 또 온갖 공유경제와 재능중개 등을 통해 이어가는 일상이 어렵지 않게 떠오르는 것이다. 뭐 동시에 기업형 에어비엔비 돌리듯 자율주행차 여러 대로 카풀이며 우버며 돌리며 돈을 쓸어담는 자본가들과, 그들의 자산을 유지보수하는 저임금 온디멘드 서비스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디스토피아도 떠오른다만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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