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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육헌 Apr 09. 2017

평생 직장이 사라진 이 시대에

책 <퇴사학교>를 읽고 쓰다

퇴사? 이직? 창업?


스타트업에서 1년가량 마케팅 업무를 하다가 퇴사를 결심했었다. 7개월 동안의 공백기간 동안 지난한 고민과 탐색을 거치며 새로이 가고 싶은 회사들을 리스트업하고 좁혀나갔다. 꼭 가고 싶다고 생각한 + 붙으면 즐거이 다닐 수 있을 것 같은 곳에만 지원하다보니, 지원 서류를 낸 회사가 채 열 곳이 안되더라. 운이 좋게도 그 가운데 가장 가고 싶었던 곳 중 하나에 합격하여 다니고 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인가, 지난한 고민의 시간들이 무색하게도 다시금 퇴사라는 단어가 입가를 맴돌기 시작했다. 나만 그러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함께 입사한 동기들도 또 먼저 입사해 이미 회사에서 또 사회에서 자리를 잡은 선배들도 '하루 빨리 퇴사, 이직, 창업'을 마법의 주문처럼 되뇌고 있는 것이 보였다. 퇴사를 결심하고 또 취업을 준비하는 긴 시간동안 방향성이니 커리어 패스니 하는 고민은 질리도록 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니 고민은 접어두고 당분간은 원하는 일을 배우고 익혀 결과물을 만들고 싶었는데, 고민의 종착지인줄 알았던 곳이 다시 고민의 시작점이라니. 그렇다, 내가 안일하고 기대치가 높았던거지. 고민에 끝이 어디있고 쉼은 또 어디있으랴. 그렇게 3개월간의 신입사원 연수와 정식 부서 배치 이전의 6개월 파견근무가 끝나갈 즈음, 이 책 <퇴사학교>를 접하게 되었다.



꿈을 찾는 어른들의 학교, 퇴사학교


책 <퇴사학교>는 '꿈을 찾는 어른들의 학교'라는 슬로건 아래, 건강한 퇴사와 인생 설계를 돕는 여러 교육을 제공하는 동명의 스타트업 '퇴사학교' 교장 장수한 님의 책이다. '회사 생활이 힘든 이유', '퇴사 전 배워야 할 것들', '퇴사 후 1년간 닥쳐오는 일들', '준비된 퇴사를 위한 질문들' 등으로 구성된 책의 내용들은 스스로에게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져보기에 딱 좋다. 사실 직장인들이 퇴사! 이직! 창업!을 부르짖게 되는 그 의식의 흐름이 탄탄하고 논리적이지만은 않다. 이 책은 그런 빈 틈들을 스스로 찾게끔 진단해주고 또 채울 수 있게 도와주는 훌륭한 가이드북이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대기업 여러 부서를 거쳐 스타트업을 창업한 저자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퇴사 이후 기대하는 장밋빛 환상만큼이나 냉혹한 현실 또한 기다리고 있음을 환기시켜준다. 꿍얼꿍얼 퇴사 타령을 늘어놓으면서도 간과하기 쉬운 부분들이라 특히 인상깊게 읽었다.


책을 읽거나 또 퇴사학교의 수업을 듣는 사람들 중 가운데 어떤 이들은 그들이 지닌 퇴사 욕구의 원인이 실은 퇴사로 해결될 수 없는 것임을 깨닫기도 한다. 또 다른 이들은 더욱 더 치열하게 퇴사를 준비해나가겠지 싶다. '퇴사'라는 단어가, 또 '학교'라는 단어도 조금은 무겁게 느껴질 지 모르겠다. 하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에 참 좋은 책이다. 비록 퇴사 고민이 아니더라도, 크던 작던간에 회사라는 조직에 몸담게 되면서 생기는 공통적인 고민이 있을테다. 그런 고민들에 대한 해결(혹은 해소)의 실마리를 이 책으로부터 찾아낼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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