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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육헌 Apr 21. 2017

건축과 권력의 오묘한 결탁

책 <세상에서 가장 큰 집>을 읽고 쓰다

종묘, 이세 신궁, 자금성, 베르사유 궁전, 경복궁과 여러 조선의 궁궐들까지, 구본준의 <세상에서 가장 큰 집>에 등장하는 건축물들은 모두 권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 대상이 신이든 혹은 황제나 왕이든간에. 그러니 이들 건축물들이 일반인들에게 경외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높은 기둥이나 벽, 그리고 길고 넓은 건축물로 이루어진 이들 건축물들의 스케일 또는 디테일에 대한 감탄이 그 이유 중 하나요, 이들 건물을 사용하거나 혹은 직접 거주한 인물들과 그들의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과 두려움이 또 하나겠다. 


저자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샌 것 같지만 어쨌든, 여러 권력자들의 파란만장한 삶, 또는 국가의 흥망성쇠에 얽히고설킨 건축물들의 우여곡절을 재미나게 읽다 보니, 심지어 이러한 건축과 권력의 오묘한 결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는 생각이 든다. 디자인 서울이니, 한강 르네상스니 하며 건축을 통해 치적을 남기려 했던 서울의 역대 시장들이 그러했다. 온갖 논란을 딛고 송파구에 우뚝 선 롯데월드 타워나, 삼성동 한전 부지에 10조라는 돈을 쏟아부어 거대하게 들어설 현대자동차 그룹의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가 또 그러할 테다. 그리고 비록 압도적인 맛은 없더라도 의뭉스럽기로는 역시나 2017년의 대한민국 청와대를 빠뜨릴 수 없으리라.


건축이라는 게 다 그렇지 싶다. 크고 아름답고 기억에 남을 정도로 인상적이려면 결국 그만큼의 그 이상의 권력과 자본이 필요한 거다. 그러나 이 책에 언급된 건축물들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이들이 권력과 자본의 힘으로 멋들어지게 쌓아 올려진 건축물이어서는 아니다. 이들이 사랑받고 또 끊임없이 회자되는 이유는, 이들 건축물로부터 시대를 초월하여 현재의 우리에게도 울림을 주는 가치와 철학이 엿보여서가 아닐는지.


끝내주는 영화를 보고 나면은 그 후일담이며 메이킹 필름이며 코멘터리며 다른 사람들의 리뷰들이 궁금해지게 마련이다. 이 책 속 건축에 대한 이야기들 내겐 또한 그렇게 와 닿았다. 저자인 구본준 기자는 <세상에서 가장 큰 집>을 통해, 우리가 익히 잘 알고 또 좋아하는 건축물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쉽고도 재미나게 풀어준다. 건축물 하나하나가 담고 있는 이야기를 영화에 비유한다면, <세상에서 가장 큰 집>이 담고 있는 이야기는 이들 건축물들에 대한 코멘터리쯤 되겠다. 책을 통해 건축을 읽는 법을 조금은 터득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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