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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육헌 May 07. 2017

폐공장, 카페로 변신하다

복합문화공간 F1963 (구 고려제강 수영 공장) 속 카페 테라로사

런던에 위치한 테이트 모던 미술관에 대해서는 이미 들어본 사람들이 많을 테다. 흉물스럽게 버려졌던 화력발전소를 리노베이션 하여, 당시의 모습을 보존하면서도 동시에 현대적인 느낌을 가미한 명물로 탈바꿈시킨 유명한 사례이다. 작년 여름에 다녀갔던 대만 타이베이에서도 비슷한 장소를 발견하여 들렀었다. 화산 1914 창의문화원구라는 곳은 일제시대 양조장/과실주 공장으로 사용되던 공장 건물을 개조하여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며두었었다. 전 세계 여러 도시들이 주목하고 있는 이른바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이다.


연휴를 활용해 2박 3일 짤막하게 다녀왔던 부산에도 이러한 공간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1963년 지어져 2008년까지 45년 동안 선재(와이어 철선)를 만들던 철강 공장, 고려제강 수영 공장이 바로 그 주인공. 2016년 부산 비엔날레를 계기로 하여 F1963이라는 이름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재개장했다. 2017년 5월 현재는 전시장과 카페 테라로사, 원예점이 입주하였고, Yes24 중고서점과 비어펍 프라하993, 복순도가 손막걸리 매장도 곧 들어설 예정이라고 한다. 하여 가벼운 마음으로 카페 구경할 겸 슥 들러보게 되었다.





F1963으로 들어서는 오르막길. 건물의 실루엣은 똑같이 따랐으되 유리와 메탈로 옛 공장 전면부를 감싸 새로운 느낌을 준다. 전시장에서는 피카소에 대한 전시가 한창이었다.






로스팅으로 유명한 카페 테라로사답게, 압도적인 크기의 로스팅 머신이 방문객들을 가장 먼저 맞이한다.





넓은 공장을 활용하여 만든 카페 테라로사 F1963점. 바리스타들은 그 한가운데에 위치한 커피 바에서 분주하게 커피를 내리고 있다. 커피 바의 반대편에는 베이커리가 있어 별도로 주문을 받는데, 남은 빵의 수가 적어지면 커피 바로 옮겨 함께 주문을 받으신다고.






높은 천장과 한쪽 벽을 헐어 만들었을 넓은 통유리창이 탁 트인 느낌을 준다. 이 곳이 공장 건물이었음을 짐작케 하는 천장 구조와, 빈티지한 천장등이 시선을 끌었다.






철제 와이어를 생산하던 공장답게, 그 와이어들을 감던 심을 가져다 소품으로 또 테이블로 활용하고 있는 모습. 여기저기서 재활용되는 아이템이긴 하지만, 원래 쓰이던 그 공장에서 새로운 쓰임새를 부여받은 모양새가 보기 좋다.






안쪽에서 본 카페 테라로사의 전경이 퍽 이채롭다. 공장이면서 카페, 카페이면서 공장인 모습.






공장에서 실제로 사용되던 철판을 활용하여 제작된 널찍한 테이블. 자석이 들어간 E-book 리더기 커버가 테이블에 철썩철썩 붙었다 하하. 테이블 위에도 또 카페 곳곳에도 사람 손길이 많이 간 생화와 식물들이 놓여있어, 자칫하면 삭막할 수도 있었을 폐공장의 분위기를 생기 있게 바꿔준다.






창가 쪽에 길게 이어진 바 테이블 앞에는 디자인, 브랜딩, 로고타입, 영화, 음악 등을 주제로 한 아트북들이 깔맞춤 된 채로 놓여 있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슥 꺼내보기에 좋을 것 같다.






2층에서 내려다본 F1963의 중정, F1963 스퀘어. 비록 지금은 텅 비어있지만, 전시, 강연, 공연 등 여러 문화행사들이 이 곳에서 열릴 계획이라고 한다. 너른 땅과 탁 트인 하늘을 위아래로 두고 옛 공장 건물이 감싸 안은 이 공간에서 열릴 여러 가지 문화행사들이 기대된다.










연도를 딴 네이밍이나 여러 문화공간들이 함께 들어선 모양새나, 여러모로 앞서 언급한 화산1914 창의문화원구를 벤치마크한 모양새다. 그런 F1963에 위치한 카페 테라로사. 높은 천장고가 주는 개방감이나 널찍한 공간 여기저기 보이는 설치미술스러운 기물들이나, 전체적으로 성수동 대림창고와 비슷한 느낌이긴 하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멋진 공간에서 맛난 커피를 마시니 즐거운 경험이다. 원래 그런 건지 벽 한쪽을 헐어낸 건지, 중정으로 향한 너른 유리벽에서 들어오는 채광도 따숩고 좋으니 기분 난다.


인더스트리얼이네 브루클린 스타일이네 유행입네 이미 한물 갔네 이야기들이 나오긴 한다. 하지만 어디 이런 로우한 곳 찾고 빌리고 예쁘게 & 잘 뜯어고치는게 쉽겠나 싶다. 뭔들 부수고 까뒤집고 새로 간판다는 이 와중에, 이러한 도시재생의 시도가 참 반갑다. 뜯어낼 것들은 뜯어내고 남겨낼 것은 남겨내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이겠지만, 물리적인 흔적만 남길 것이 아니라, 그 곳에 깃든 이야기들도 작은 역사들도 잘 남겨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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