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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육헌 May 20. 2017

더 좋은 소비에 대한 생각

소비자로서만 살아가던 나에 대한 반성

돈 쓰는 재미에 한창 맛들려서, 모이는 푼돈 족족 쓰면서 나는 남들과 달리 똘똘하고 간지나는 소비자라고 자부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백그라운드가 뭐였든, 내 돈 내고 느끼는 효용이 높으면 장땡이었다. 맛있으면 땡, 간지나고 힙한 공간이면 땡, 또는 저렴하면 땡.


해서 나는 불매운동하는 사람들을 이해 못했었다. 경영주가 어떤 전횡을 저질렀어도 기업이 어디선가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어도, 그건 그거대로 법대로 처벌받으면 될 일이지 하고 넘어갔다. 어쨌거나 내가 원하는 제품/서비스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니까, 그래서 소비자-나는 만족스러웠으니까. 그렇게 어느새 소비자로서의 자아만 납작하게 남았었는데 스스로는 몰랐었다.


요새는 조금씩 달라지려 노력 중이다. 손님 간 대화에 대한 뒷담화를 sns에 포스팅하던 예전 동네의 레스토랑과 바에는 발길을 끊었다. 가격이 더 저렴하더라도 특정 우유 회사 제품은 피하려 노력한다. 기타 등등. 이렇게 글을 써보는 이유는, 불과 최근 1-2년 새에 이렇듯 내 소비 행태들이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을 문득 느껴서다. 계기를 찾아보자면, 아마도 독서모임 트레바리에서 여러 사람들과 함께 책을 읽고 토론을 하면서부터 슬금슬금 그리 바뀌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어떤 책 때문이라거나, 누군가와 나눈 토론 덕분은 아니다. 독서모임 활동을 한 2년간 하게 되면서 비록 학교나 동아리, 회사보다야 더 느슨하지만, 더 폭넓고 다양성 있는 커뮤니티에 속하게 된 셈이 되었다. 그 안에서 예전보다 훨씬 다양한 이들의 이야기를 -때로는 뿌듯한 자랑을 또 때로는 맘 아픈 고충을- 듣고 또 그들을 옆에서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내가 속한 커뮤니티들에 대한 소속감과 약간의 책임감 같은 것이 생기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나 하나쯤 해당 제품을 불매한다고 매출이 뚝 떨어지겠냐 싶긴 하다. 그렇게 하다 보면 살 수 있는 게 얼마나 남겠나 생각도 했었다. 불매를 한다 안 한다, 하면 어디까지 한다 칼로 무 자르듯 자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비록 미흡하더라도 마음에 걸리지 않을 소비를 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나는 그저 소비자만은 아니며, 우리는 같은 사회를 살아내는 구성원이고 동료니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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