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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육헌 Jul 23. 2017

입사 1년의 소소한 단상

빠르고도 느렸던 365일을 되돌아보며 든 생각




문득 세어보니,
일곱 번째 회사에 다니고 있는 것이다


과외도 알바도 하기 싫었다. 용돈 벌이는 해야겠는데 어떤 것이 가성비 좋을지 고민했던 것 같다. 그리하여 회사 생활도 맛보고 스펙도 쌓아야지 하며, 군대 가기 전이던 스물한 살부터 여기저기서 인턴 생활을 했었던 것이 시작이다. 짧게나마 입소문 마케팅 에이전시, 이런저런 스타트업 등을 맛보다 보니, 나는 어느새 다섯 번째 회사에 와 있었다. 그곳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하여 11.5개월을 일했다. 퇴사 후 학부 졸업을 하고 다시 취업 준비를 하면서, 잠시 트레바리에서 3.5개월가량 파트타이머로 일했다. 그리고 마침내 지금 다니고 있는 일곱 번째 회사에 왔다. 2016년 7월 8일에 공채 신입사원 연수에 입과했으니, 어느덧 입사한 지 1년을 넘겨버린 셈.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되었나, 생각을 해보면 늘 스물한 살, 대학교 2학년 때로 돌아가 보게 된다. 과 선배 형들따라 이름을 올렸던 공모전이 바로 그 시작이다. 비록 입상에는 실패했지만, 동시대를 살고 있는 소비자들과 그들이 쓰는 제품/서비스에 대해 고민하는 게 재밌었다. 경영학과라는 두리뭉실한 이름 아래에 이런저런 세부 전공들이 있지만, 숫자와 공식으로 이루어져 있어 정답이 나오는 류의 것들은 취향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말과 글을 중심으로, 긴가민가한 것들을 나만의 답으로 만들고 이걸 남들에게 답이랍시고 설득하는 게 더 재밌었다. (마케팅을 함에 숫자와 공식이 필요 없다는 말은 아니다.) 그리하여 나는 결국은 마케팅이었다.


그 이후로도 공모전 언저리를 맴돌며 본선 진출도 해보고 작은 상도 받아봤었다. 그러다 공모전만 하지 말고 업무도 경험해보자 싶어 휴학을 하고 광고대행사니 홍보대행사니 여기저기 인턴에 지원했었고. 그중 한 곳에 합격하여 3개월간 일을 하고 입대를 했다. 전역하고도 시간이 다소 떠서 다시 스타트업에서 3개월 인턴을 하고 다시 복학을 했다. 한 번 일하여 업무경력이랍시고 한 줄이 쌓이고 나서부터는 처음만치 어렵지는 않았던 것 같다. 어린 주제에 여기저기서 일해본 경험도 있다고 하고, 주워들은 것도 많아보여선지 다들 예쁘게 봐주셨다. 남들보다 좀 더 일찍 움직였던 게 경쟁력이었다면 경쟁력이었던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의 이력서나 자기소개서, 그리고 내 언행과 행실을 떠올리면 자다가도 이불킥을 하게 되긴 하지만.) 그렇게 꼬박꼬박 방학 때 일을 해보다가, 계약 연장도 하다가, 퇴사도 해보고, 새로이 만들어진 회사에서 알바도 하고, 뭐 그러다 보니 지금의 회사에 이르게 되었다.




지난 1년의 시간 동안 고민하게 된 것들


입사 후 1년이 지났다지만 실은 3개월의 신입사원 연수, 6개월의 파견근무, 다시 정식 부서 배치 이후 3개월이었다. 그러니 뭔가 이것저것 적는 게 스스로도 조금은 우습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하지만 그런 시간 동안에도 새롭게 얻은, 나름대로 발전적인 고민거리들이 있어서 이를 정리해보고 싶었다.


일과 업무를 대하는 삶의 태도에 대한 고민

기본적인 업무스킬과 프로토콜에 대한 배움

내가 좋아하는 일, 잘 하는 일에 대한 고민




그래서 요즘 나는


1. 일(work)과 업무(task)를 대하는 삶의 태도를 정립하는 중이다


잘 나누어 표현할 방법이 없어 부득이 일(work)과 업무(task)를 어설프게 구분해서 글을 써보려 한다. (*읽으시는 분들 중 더 멋진 표현을 알고 계시다면 언제든 댓글로 지적 부탁드립니다!)


일 work : 앞서 한 번씩 일해보았노라 열거한 홍보대행사니 스타트업이니, 업의 특성이 그런지는 몰라도 그곳이 첫 일터인 주니어의 수가 꽤 많고 시니어래도 연차가 높지 않으며 이직과 퇴사율도 높은 편이었다. 그래서였는지는 모르겠다. 닥쳐오는 업무 자체는 터득했을지언정, 일 그 자체에 대해서는 고민을 깊이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 업력이 오래된 회사에서 때론 스무 살도 더 차이나는 분들과도 함께 업무를 하면서, 삶이라는 큰 그림 속에서 '일'을 대하는 태도는 어때야 할지에 대해 많이 고민해보게 되었다. 나는 일을 통해 어떻게 자아를 실현할는지, 회사의 수많은 인간군상들 사이에서 어디에 어떻게 포지셔닝을 할지, 또 나이를 먹어가고 라이프 스테이지가 바뀔 때마다 어떻게 일을 대할지, 뭐 이런 고민들을 하고 있다.


업무 task : 부서 내 사람들 뿐만 아니라 여러 유관부서, 심지어는 해외 법인의 주재원분들이나 현지 채용인들과도 폭넓게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 환경에 놓여있다. 그러다 보니 롤모델 삼을 사람도 반면교사 삼을 사람들도 참 많다. 이들과의 협업 과정에서 나름대로의 업무관 같은 것도 정립해나가는 중이다. 사실 오직 나만의 특별한 업무관이랄 건 없다. 업무를 대하는 바람직한/추천할만한 태도에 대해서는 수많은 블로그 포스팅이나 자기계발서 등에 이미 잘 언급이 되어있기도 하니까.


하지만 개중에 가장 명쾌하고 내게 공감되는 정리는, 많은 사람들이 이미 잘 알고 계실 송파구에서 일 잘하는 방법 11가지 by 우아한형제들. (아래 이미지 참조) 당연한 말 같으면서도, 많은 회사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들. 중요한 11가지만 추리고 추렸겠지만, 그중에서도 특히나 주니어/신입사원에게는 1,7,8,9번이 가장 중요하리라 생각해본다.


'송파구에서 일 잘하는 방법 11가지' by 우아한형제들

 



2. 기본적인 업무 스킬과 프로토콜들을 익히고 있다


그간 다녔던 회사들보다 규모가 큰 회사인지라, 작은 회사들에서 가지지 못했던 교육의 기회들을 많이 누렸던 것 같다. 그룹 - 계열사 - 사업부로 이어지는 신입사원 연수나 교육 목적의 파견근무뿐만 아니라, 정식으로 부서 배치를 받고 나서도 여러 방면에서 오는 배움의 기회들이 많았다. 사실 이는 속해있는 산업군이나 기업이 위치한 성장단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일 테다. 드라마 <미생>을 보면, 하물며 같은 상사 내에서도 중후장대한 철강산업을 맡은 철강팀에서와, 당장 실전에 투입할 인력이 필요한 영업 3팀에서의 신입사원 교육이며 활용이 각각 다르다!


그러나 다시, 산업이나 기업이 위치한 성장단계마다 그 배움이 다를지라도 어디서나 통용될 기본적인 업무 스킬과 프로토콜은 분명 존재한다. 회의나 미팅에서의 비즈니스 매너, 이메일 잘 쓰는 방법, 간결하고 명확하게 의도한 바를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심지어는 업무 폴더 운영 및 관리나 개인적인 to-do 관리에 이르기까지. 이런 스킬셋들에 대해 먼저 고민한 사람들의 노하우를 엿보고 체득할 수 있는 환경이라 좋았다. 어렸을 때의 결정적 시기를 놓치면 언어를 습득하는 것이 참 힘들어지듯, 회사 생활에도 단계마다 결정적 시기라는 것이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앞서 언급한 가장 기본적인 부분들은 특히 주니어 레벨일 때 집중적으로 체화시켜서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닐까. 규모와 체계를 갖춘 회사에 입사하겠다 다짐했었던 큰 이유였고, 그리하여 지금은 열심히 익히고 내 것으로 만들고자 노력중인거다.




3. 내가 좋아하는 일, 잘 하는 일들을 찾고 있다


과거 일하던 곳에서는 한 달간 쓸 수 있는 마케팅 예산이 100만 원도 안 되었어서, 일하는 대부분의 시간을 노동집약적인 컨텐츠 마케팅에 쏟았던 경험이 있었다. 이런저런 이벤트도 해보고 제휴도 해보며 나름대로는 다양한 시도를 해보았지만, 결국은 예산의 한계 앞에서 지루함을 느꼈던 것 같다. 앞서 적은 이런저런 회사 선택의 기준들과 함께, 돈 걱정은 조금 덜 하면서 이런저런 시도들을 하고 그 성취를 맛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새로이 옮긴 지금은, 회사의 규모가 큰 탓에 예산의 규모 또한 크지만 그래서 오히려 내가 온전히 의사결정할 수 있는 부분은 제한적이다. 대부분의 프로젝트들이 해외 법인과 함께 하는 일들이라, 실행의 결과 또한 그저 보내오는 요약 리포트 정도로나 확인할 뿐 몸으로 체감하기 어렵기도 하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이고, 어디고 원하는 것들만 할 수 있는 환경은 없음을 알게 된 1년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 한 가지를 이루기 위해 10가지 싫어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데, 회사에서 만난 많은 선배들이 해주신 이야기는 비슷하면서도 살짝은 결이 다르기도 했다. 싫어하는 일이 아무리 많더래도 본인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으면 그게 즐겁게 오래도록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는 이야기들. 아직까지는 좋아하는 일을 찾는다기보다는 싫어하는 일들을 걸러내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지만, 수행하고 있는 수많은 일들 중에서도 특히 좋아하는 일들을 찾아나가려 한다. 인생도 일도 단거리가 아니라 마라톤일테니, 기왕이면 좋아하는 코스로 달려야 하지 않겠는가. 싫어하는 코스를 달리면서도 이 코스를 지나면 다시 만날 아름다운 코스를 생각하며 힘을 낼 수도 있을 테고. 뭐 그렇게 지내고 있다.






적고 보니 대부분의 고민들은, 이제는 도망갈 방도 없이 오래도록 일이라는 놈과 함께 하며 살아야 하는 사회초년생의 상황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러한 고민들을 먼저 한 선배들이 많은 환경이라서, 어떤 것을 고민해야 할지 또 어떻게 답을 찾아야 할지 조금은 감을 잡을 수 있었던 것도 같다. 던져진 환경에 따라 위에 적은 내용들이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뻔하고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다. 그리하여 일한 지 갓 열두 달이 지난 신입사원의 고민 치고는 얄팍한 것 같아 부끄럽지만, 기록으로 남기고 꺼내어 보이는 것 또한 의미 있을 거라 생각해서 적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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