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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육헌 Oct 22. 2017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책 <중간착취자의 나라>를 읽고, 함께 이야기 나누고 쓰다




만연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차별과 이로 인한 갈등을 다룬 뉴스 기사들이 나오기 시작한 지도 꽤 오래되었다. <중간착취자의 나라>는 이러한 비정규직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책이다. 명쾌한 비유 -지주와 중간착취자 마름, 그리고 소작인- 를 통해 만연한 비정규 노동과 아웃소싱, 도급 등 착취구조를 지적하고 있어 좋았다. 책을 읽어나가자니 그간 인턴과 아르바이트, 그리고 정규직으로 여러 회사들을 옮겨 다니면서도 그동안 고민해보지 않았던 부분들이 새로이 와 닿는다. 분량은 많지 않지만 결코 가볍지는 않았던 독서와 그 이후 이어진 재미난 토론을 통해, 중간착취자의 실태뿐만 아니라 노동 전반에 걸친 문제들을 이야기할 수 있었던 점 또한 즐거웠다. 토론을 마치고서야 뒤늦은 독후감을 쓰려고 에버노트를 열어놓고는 오만가지 생각을 정리하려 한참을 멍 때리다가, 책의 주제와 다소 거리가 멀 수 있으나 읽고 함께 이야기 나누며 든 생각들을 두서없이 정리해보았다.








1. 한국과 일본 정도에서만 50년도 넘게 명맥을 유지해온 현재의 대졸 공채 제도는 인력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어려운 구조인 것 같다. 더군다나 이러한 제도 하에서의 기업 간 채용 경쟁으로 인해, 생산성 대비 과도한 초봉을 지불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대졸 공채 정규직 채용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을 벌충하고자 하는 기업의 움직임이, 비정규직에 대한 노동 압착과 착취를 더욱 심화시키는 원인 중 하나는 되지 않을까.


2. 고용주와 피고용인의 관계는 결국 갑을관계겠다만, 너무나 기울어진 무게중심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피고용인의 교섭력이 올라가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직무 전문성을 키워나가는 동시에, 취업규칙과 근로계약, 근로기준법 등을 더 잘 숙지할 필요가 있다. 좀 더 거시적으로는 착취적 노동환경을 제공하는 기업에 대한 불매 및 취업 거부를 위한 연대가 필요하며, 여기에 정부의 일자리 정책 개선을 통한 공급 확대가 병행되어야 하겠다.


3. 오히려 실리콘 밸리를 들먹이며 자유로운 해고와 유연한 노동환경에 대해 논하는 이들도 있다. 다만 그 이전에 실리콘 밸리만큼 적합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등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이들이 창출하는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고 보상, 승진 또는 해고할 수 있는지 먼저 생각해보아야 할 테다. ‘회사의 진정한 문화는 보상, 승진, 해고에 의해 정의된다’는데, 보상과 승진 이야기는 쏙 빼고 해고 타령만 하는 사람들 참 많이 봤고요.


4. 구성원에게 영향을 미치는 비용의 증가 없이, 동일한 자본, 토지를 투입하고 동일한 노동시간에, 산출물을 예전보다 증가시킬 수 있게 되었을 때 비로소 생산성이 증가했다고 말할 수 있다는 구절이 기억에 남았다. 임금을 줄이고, 노동시간을 늘리고, 노동강도를 높이고, 노동을 소수에게 집중시키고 나머지는 배제하는 등의 행태는 노동 생산성 증가가 아니라 노동 압착과 노동 배제라는 것. 그러니 착취를 통한 효율성 증대는 그만 줄이고, 생산성 증가를 위한 활동에 기업들이 더 많은 자원을 투자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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