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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육헌 Dec 12. 2017

늙음이라는 숙명을 생각하다

책 <글로벌 고령화, 위기인가 기회인가>를 읽고, 이야기 나누고 쓰다



1.

트레바리 국내이슈의 12월 모임에서는 <글로벌 고령화, 위기인가 기회인가>를 읽었다. 고령에 접어든 미국 베이비부머가 우리도 아직 쌩쌩하당께, 라고 주장하는 느낌이라 살짝 고까운 마음으로 책을 덮었었다. 책은 소위 '액티브 시니어'로 부상하고 있는 고령층과, 고령화로 인해 새롭게 열릴 기회들 - 시장들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하며, 글로벌 고령화가 새로운 기회로 다가올 것이라는 편에 손을 들어준다. (토론을 하며 뒤늦게 발견하게 된 부분인데, 심지어 책의 원제는 The Upside of Aging이었다 으음.)


독서를 마무리하며 떠오른 생각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 더욱더 빠르게 다가올 기술발전과 특히 인공지능, 자동화의 힘을 빌린다면, 고령화 사회에서도 사회의 총생산을 유지 혹은 증가시킬 수 있을 테다. 그렇다면 고령화와 고령화 사회가 문제가 될 일인가. 그러나 이미 유권자의 다수가 중장년층이다.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권자 또한 중장년층이다. 게다가 앞으로는 젊은이의 노동력과 고생산성이 예전만치 뒷받침되지 않아도 총생산량을 유지할 수 있는 사회일 테다. 베이비붐 세대를 위시한 중장년층 이상과 젊은이들의 세대갈등을 자주 목격할 수 있는 판이다. 심지어 지금도 저출산이 심화되어 인구절벽의 참사가 머지않았다. 개개인의 수명을 늘리려다 인류라는 종의 종말을 앞당기는 꼴을 보지 않으려면, 이미 코앞에 닥쳐온 고령화 사회에서 일어날 사회적 갈등을 미리 준비하고 지혜롭게 해결해나갈 필요가 있을 거라.


나이라는 간접 지표가 아니라, 활력과 생산성 그 자체를 제대로 직접 평가하여 그만치에 대한 보상 또는 복지를 제공하는 풍토가 자리 잡아야 하겠다. 고령화 사회는 성큼 다가왔을지언정 나이가 많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대접받는 구시대적인 발상은 그만 둬야겠다. 또한 젊은이들에게 -특히 여성에게- 무겁게 지워지는 출산과 육아, 이로 인한 비용부담과 경력단절 등을 공동의 문제로 인식하고 함께 해결해나가야 하겠다. 


두 번째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 어떤 방식으로 삶을 마무리해야 할지에 대한 개인적인 고민 또한 병행되어야 하겠다 싶다. 평균수명은 점점 연장되어가고 있으나, 그 말년에 대한 준비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언제 어떤 사건사고가 닥쳐올지 모르겠으나, 마음속으로나마 마지막의 시점과 그 모습을 목표해두는 것만으로도 남은 시간을 더 충만하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위험한 이야기일지도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개인적인 영역을 넘어서서 사회적으로도 고민해보아야 할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2.

이 날의 모임은 트레바리 국내이슈 첫 시즌의 마지막 모임이기도 하였다. <글로벌 고령화, 위기인가 기회인가>라는 책을 똑같이 읽었음에도, 노후 대비, 노인의 성 문제, 사회 전체의 생산성, 꼰대문화 등 여러 재미나고 생각해볼만한 화두들이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던져졌었다. 제한된 시간 속에서 원 발제의 의도에 충실하느라 이런 새로운 화두들에 대해서는 아주 충분한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탈원전, 노동문제, 혐오 이슈에 이어 고령화까지, 언제 이런 책들을 읽고 이런 생각을 말하고 듣고 확장시켜보겠나 생각해보면, 참으로 의미 있는 시간들이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이번 시즌의 많은 멤버들이 다음 시즌에도 트레바리 국내이슈 독서모임에 함께 해주실 예정이다. 안도와 기대와 책임감을 함께 느끼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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