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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육헌 Jan 27. 2018

진정 중요한 일에 몰입하기 위하여

책 <딥 워크>를 읽고 쓰다




일에 몰입하기 어려운 업무시간의 역설


대기업 신입사원이자 부서의 막내로 업무를 수행하면서, 여기저기서 치고 들어오는 요청들 때문에 내 업무에 온전히 집중할 시간을 벌어내기 어려워질 때 정말 크게 스트레스받았었다. [긴급] [지급] [ASAP] [Urgent] 등의 말머리가 붙은 메일들, 노티피케이션이 사라질 날 없는 메신저함, 울려오는 전화들은 물론이고, 육헌씨 육헌님 육헌프로 육헌아 옆에서 저쪽에서 저 멀리에서 나를 부르는 다양한 호칭들까지. 누구나 나름대로의 긴급한 사정이 있을 테지만, 속 편히 시켜먹을 수 있는 막내의 긴급한 사정은 늘 예외였던 걸까.

그리하여 촘촘히 얽힌 조직도의 사슬 속에서 자잘하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다양한 종류의 건들을 일일이 응대하다 보면, 어느새 해는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아아, 그런 와중에 본업을 처리하는 것 또한 배움이고 능력이라는 공허한 조언과, 내게 자잘한 일을 여러 개 던지고 받아낸 결과물로 먼저 일을 마치고 퇴근하며 왜 아직 안 가느냐고 툭툭 던지는 말들이란 참. 결국 사람들이 슬슬 퇴근하기 시작하고 나를 급박하게 찾던 사람들도 잠잠해질 즈음에서야, 비로소 내 일을 온전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종일 이리 불리고 저리 털려버려서 내 집중력은 이미 바닥을 보이고 있는 거라.


'내 이름 좀 그만 불러, 나도 내 일 좀 하게'



칼 뉴포트의 <딥 워크>는 제목 그대로 업무에 깊이 몰입할 수 있게 하는 방법들을 제시하여,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탁월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돕는 책이다. 이 책은 이메일과 인스턴트 메신저,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등 주의를 빼앗는 - 그러나 동시에 업무에 필수적인 것들을 운영하는 방법에 대해, 딥 워크를 위한 시간을 세팅하고 관리하는 기술에 대해, 업무와 여가 간의 조율을 통해 효과적으로 휴식하며 집중력을 회복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업무적으로나 업무 외적으로나 주의를 빼앗기기 쉬운 현대인들이 피상적 작업의 시간을 피하고 축소할 수 있도록, 그리고 딥 워크를 통한 몰입과 집중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가이드해주는 훌륭한 내용들이 많아 즐겁게 읽었다.




딥 워크가 가능한 업무환경을 위하여


조직의 일원으로 - 특히 막내로 - 맡은 바 업무를 진행하며 동시에 딥 워크를 실천해내기란 참 쉽지 않은 일이었던 것 같다. 갑작스러운 보고와 업무 지시나 이를 완수하기 위해 떨어지는 취합, 파일 공유 등과 같은 잡무들은, 딥 워크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원인이다. 클라우드를 활용한 문서 공유이나 동시 편집은 물론이고, 업무 간의 콘텍스트 전환에 드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고민해도 모자랄 판인데, 정작 이런 자잘하고 비효율적인 일들을 하느라 정작 필요한 일에 쓸 집중력을 미리 소모해버리는 현실이라니 한숨이 나왔다.


완전히 개방되어버려 자기 자신도 모르는 새에 서로가 서로를 훼방 놓고 방해하기 쉬운 사무실 환경인 데다, 호칭과 직급으로 서로를 부리는 조직문화가 아직도 참 많이 남아있기도 하다. 그리하여 불명확한 R&R과 직급에 따른 위계질서가 공존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가장 생산성 높은 직급은 가장 생산성이 낮은 업무환경에 내던져져 고군분투하기 마련이었다. 일을 나노 단위로 쪼개어 흩뿌리는 과정에서 누락되거나 커뮤니케이션 코스트가 추가되는 것을 보고 있자니 답답했다. 이런 일을 왜 꼭 사람이 수작업으로 해야 하나, 자기 일은 자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해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거다.


그러니 생산성을 높여내어 탁월한 성과를 이뤄내고 싶은 욕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나 또 속해있는 조직에서나 실천해볼 액션 아이템들을 많이 떠올릴 수 있을 법하다. 사실 그보다도 더 시급하게 이 책을 읽어야 하고 변화를 주도해나가야 할 사람들은 기업의 경영진과 부서장, 그리고 조직문화와 관련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실무자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작정 자원의 투입량을 늘리면서 산출량이 늘어나기를 기대하는 제조업의 사고방식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투입량 대비 산출량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해야 한다. 그리하여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아마 크게는 조직문화부터 디테일하게는 자리 배치와 같은 오피스 환경, 그리고 업무와 협업에 사용하는 각종 툴까지도 손봐야 할 테다. 나쁘게 말하면 갈 길이 참 멀고, 좋게 말하면 개선해낼 수 있고 나아질 예정인 일들이 참 많겠구나 싶다 하하.








*독후감을 마치면서 :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독후감을 쓰는 데에는 두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인터넷 연결이 끊겨버린 인천->호치민 행 비행기 안에서, 오로지 아이폰 X의 리디북스 앱과 메모장 앱에 의지한 채로. 


도쿄행 왕복 비행기표를 끊어다가 비행기와 비즈니스 라운지에서의 30시간 만에 출판 원고를 완성해내었다는 책 속 피터 솅크먼의 사례가 떠오르는 순간이다. 이제 호치민까지 남은 두 시간 동안은 무엇에 몰입해야 하지! (그러나 이미 집중력이 바닥을 쳐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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