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마개 착용 의무화'라는 헛소리
조례를 제정하겠다며 발의한 사람을 포함하여, 입마개를 해야 하네 말아야 하네 하는 사람들이 하루에 반려견을 얼마나 높은 빈도로 마주하는지, 그리고 그 마주함이 얼마나 대단히 위협적으로 다가오는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이러한 폭압적인 내용을 조례랍시고 내어놓고 간을 보는 것 자체가, 며칠새 반려견주들에게는 실질적인 위협으로 다가왔었다. 입마개 의무화 정책이 조례로 제정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당분간은 산책을 자제하라 / 자제하자 하는 검열의 목소리가 있었다. 그럼에도 몇날 몇일을 울타리 안에만 둘 수 없어 나갔더니, 입마개도 안 채우고 왜 길거리로 나섰냐는 큰 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오기도 했다. 스쳐지나가는 행인들의 눈초리를 살펴야 했었다. 심지어는 결국 이 조례 제정을 놓고 갑론을박하는 사이, 맹견으로 분류되어 있지 않아 입마개를 할 의무도 없고 목줄 또한 제대로 착용한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을 하다가 행인에게 욕설을 들으며 쫓겨서 결국 뺨까지 맞은 사건이 뉴스로도 보도되었다. ("반려견 입마개 안했다고 행인에게 뺨맞아" 20대女 경찰 신고)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직시할 생각은 않은 채 마냥 쉽고 빠른 길만 찾으면 이런 사단이 난다. 하물며 공공장소에서의 목줄 착용이 이미 의무화되어 있음에도 이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해서 사고가 발생하는 판이다. 목줄에 얹어 입마개도 의무화라고 땅땅 때리면, 과연 그간 목줄조차 안 채우던 사람이 갑자기 목줄도 채우고 입마개도 채우기 시작할까. 목줄 하던 사람들은 입마개도 씌울테다. 목줄 안하던 무개념 반려견주들은? 여전히 아무 것도 안하것지. 그리하여 비반려견주와 반려견주의 갈등만 깊어질테다. 빈대 잡을거면 빈대만 잡아야지 왜 초가삼간을 태우려드나, 그것도 심지어 빈대 없는 초가삼간까지 싸잡아선. 그리하여 애초에 논의조차 되지 않았어야 할 일이 논란이 되었다가 철회된 셈이다. 이게 도대체 무슨 에너지 낭비인가 모르겠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서명운동을 처음 시작하고, 경기도에 대한 적극적인 민원 제기 등을 통해 우려의 목소리를 대신 앞장서서 전달해준 많은 사람들께 큰 빚을 진 기분이다. 이 일과 관련해서 몇 번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던 탓에, 관련하여 같은 마음이라며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신 분들도 계셨다. 깊이 감사할 따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