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를 차곡차곡 쌓아올리련다
요새 내가 정말 쉬고 있구나 하고 느끼는 타이밍은 집안일을 하는 순간들이었다. 주말 아침 집에서 청소기를 돌리고 밀린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널어놓고 잘 마르라고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너른 남향 창문으로 쏟아지는 햇살을 만끽하며 잠시 가루 커피나 티를 타 먹는 정도로도 충분히 호사롭다. 외국의 어느 나라 별 많은 호텔의 푹신한 침구에 파묻히는 것도 갓 삶은 생면에 스지가 푸짐하게 든 조식 뷔페의 쌀국수도 야경을 내려다보며 들이키는 생맥주 한 잔도 다 좋지만, 그런 건 덜 좋다.
보통 남들은 꽤나 기대하고 고대하는 해외 출장에도 또 여행에도 대단한 감흥을 느끼는 편은 아니게 되었다. 짧은 시간의 비일상 대신 하루하루 쌓아놓고 또 앞으로 더 쌓아갈 일상을 멋지게 꾸미는 것에 대한 욕심이 더 많다. 잠깐새 떠나오는 여행도 출장도 나름의 맛과 멋이 있고 이를 만끽하고야 있지만, 아주 긴 걸음으로 보면 이 또한 쌓여서 내 일상의 일부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또는 여행이나 출장과 같은 비일상이 결국은 일상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이벤트가 될 수도 있겠지만, 뭐 굳이 굳이 비교하자면 그렇다.
의식의 흐름대로 마구마구 쓰다 보니, 결국 중요한 것은 균형감각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하루하루 삶에 단단한 뿌리를 내리되, 언제나 열린 마음을 가지고 뿌리내린 흙에 내려질 비일상의 거름을 또 자양분을 한껏 빨아들여야겠다. 에잇 뻘소리는 그만두고, 이제 나는 반미와 베트남 커피를 먹으러 가야지, 룰루!
*베트남 출장 중이던 어느 새벽, 호텔 침대에 누워 뒹굴거리며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