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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육헌 Nov 06. 2017

답답한 탁상행정의 전형을 보여주는 경기도의 반려견 정책

입마개 착용 의무화, 목줄 2m 제한? 과연 실효성 있는 정책일까요?




경기도에서 '무게 15kg 이상의 반려견과 외출할 경우, 입마개 착용 의무화 + 목줄 2m 이내 제한' 대책을 내놓고 조례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단다. '개 물림 사고 예방'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반려견과 반려견을 기르는 이들에게 그 비용과 부작용을 전적으로 전가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도대체 탁상행정도 이런 탁상행정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멍청한 제안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1) 개의 무게와 개 물림 사고의 가능성은 정비례하지 않는다. 최근 사망에까지 이르게 한 물림 사고로 논란이 되었던 프렌치 불독은 15kg 미만의 중소형견이다. 반대로 대형견이지만 공격성은 지극히 낮아 안내견으로도 쓰이는 리트리버와 같은 종도 있다. 차라리 기존과 같이, 견종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훨씬 더 합리적이다. 이미 맹견에 대해 입마개를 의무 착용하도록 명시하고 있기도 하다.  


2) 입마개와 목줄의 부작용 또한 고려해야 한다. 짧은 목줄이 주는 통제받는 느낌은 오히려 개의 스트레스와 공격성을 증가시킬 가능성을 높인다. 입마개 또한 같은 의미에서 목줄보다 더한 부작용이 있을 테고. 결국 입마개와 목줄로 인한 스트레스, 공격성에 대한 리스크를 온전히 해당 동물과 그 동물의 주인이 짊어져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무게, 크기와 같은 상관관계 낮은 기준으로 입마개와 목줄을 일괄 적용하는 것은 실효성도 떨어지고, 해당 정책의 당사자들의 의견을 전혀 수렴하지 않은 정책이라 할 수 있겠다.




대안으로는,


1) 자격을 갖춘 이들만 개를 기를 수 있도록 2) 견종에 따라 합당한 통제 장비를 착용시키도록 하고 3) 이를 지키도록 제대로 관리 감독하며, 4) 반려동물들이 마음 놓고 뛰어놀 수 있는 장소를 충분히 제공하는 것 정도가 있겠다. 이에 더하여 5) 타인의 반려견을 대하는 시민의식 또한 향상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사실 '우리 개는 안 물어요' 하는 무개념 견주의 등장이 가장 큰 문제의 원인이자, 갈등의 시작이다. 공공장소에서의 반려견 목줄 착용은 이미 의무화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목줄을 채우지 않고 공공장소에 등장하는 자격 없는 견주들이 일차적 문제고, 이를 관리 감독하지 않아 그들이 활개 치고 다니니 사고가 일어나는 셈이다. 면허를 발급하든 주기적으로 시험을 보든. 반려견-주인 간의 관계, 그들과 그들이 속한 공동체 간의 관계를 건강하게 만들고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윤리의식을 지닌 이들에게만 반려동물을 들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지 못한 이들에게는 처벌과 제재가 따라야 하겠다.


추가적으로는, 반려동물이 맘 놓고 뛰어놀 수 있는 격리된 공간이 제공되어야 하겠다. 흡연자들의 의식개선과 더불어 격리된 흡연 공간이 충분히 제공되어야 하듯, 반려동물 쉼터 또한 충분히 제공될 필요가 있다. 반려견주들와 개를 기르지 않는 사람들 간의 마음 졸일 접촉 자체가 줄어든다면, 사고의 가능성도 이를 우려한 갈등도 줄어들 테다.


마지막으로는, 타인의 반려견을 대하는 시민의식 또한 향상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여자 친구가 기르는 반려견 호두와 함께 산책을 다니다 보면, 묻지도 않고 덥석 덥석 다가와 말을 걸고 멋대로 개를 만져대는 사람이 종종 있다. 반려견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안겨주는 일이자, 반려견과 견주에게 매우 무례한 일이다. 또한 반려견의 방어 본능과 공격성을 자극하는 행동이기도 하다. 차에 치일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도로에 뛰어들지 않고, 해외여행 시에는 밤늦은 시간 우범 지역에 가지 않을 텐데, 산책하던 남의 집 개에게 무작정 손을 내밀고 얼굴을 들이미는 사람들이 있다. 스스로 위험을 자초해놓고, 이를 견주의 탓으로 돌리는 이들 또한 분명 있기에 굳이 사족 같은 마지막 부분까지 쓰게 된다.








인간과 반려동물이 조화롭게 공존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몰상식한 사람들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경계하고 손가락질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와중에 이번 경기도에서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은 조화와 공존은커녕, 일부 견주들의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모습이라 부아가 치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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