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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육헌 Jan 06. 2018

2017년의 소소했던 글쓰기

2017년 회고하기 - 글쓰기 & 글쓰기 클럽 편






1. 내가 2017년에 쓴 글


#리뷰편향의 글쓰기

언제 어떤 글을 썼던가 문득 궁금해져 아주 간단한 노가다를 해 본 결과, 2017년 한 해 동안 나는 브런치에 총 38편의 글을 썼다. 대략 47%에 육박하는 글이 리뷰글이고, 다시 그 리뷰글의 70% 정도인 13편은 북 리뷰이다. 트레바리 독서모임 덕분에 한 달에 한 권 의무적으로 독후감을 써야 했던 탓이고, 관성이 붙으면서 다른 책들도 읽고 독후감을 쓰게 된 덕일 테다. 그 외에 영화 '옥자'와 '겟 아웃'에 대한 리뷰, 앱 '풀러스' 사용기, 그리고 혜림과 함께 한 부산 여행에서 찾았던 두 곳의 카페 '브라운 핸즈 백제'와 '테라로사 F1963점'을 소개했다.


#소소한 글쓰기

리뷰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쓴 글은 신변잡기와 떠오른 단상 류의 소소한 내용들이었다. 나는 왜 글을 쓰는지, 내가 원하는 주거공간의 형태는 어떠한지, 입사 1주년이 지난 시점에서 내 마음가짐은 또 어땠는지 등에 대해 고민했다. 때로는 내가 목격한 불편함과 부당함에 대해서도 썼다. 소소한 글쓰기 클럽이라는 자리를 마련했던 덕에,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여 그간 머릿속을 지나 떠내려가버렸을 법한 생각들을 붙잡아다 정리할 수 있었으리라. 특히나 이런저런 불편함과 짜증스러움 들은 그저 잠깐 번뜩이는 감정으로 그치지 않고, 머릿속을 거쳐 문장으로 정리되어 나왔다. 감정의 원천이 무엇이었는지 한번 더 생각하고 정리하는 것만으로 마음이 안정되기도 했고, 그러다 보면 때로는 내 감정들이 실은 그릇된 것임을 깨닫는 계기가 된 적도 있었다. 남보다는 나를 위한 글쓰기였다.


#마케팅과 브랜드 글쓰기

아쉬움이 있다면, 연초 계획한 목표의 절반도 달성하지 못하고 크게 실패해버린 마케팅과 브랜드 관련 글쓰기 꼭지이다. 브런치에 마케팅 글을 쓰려면 엄청 열심히 + 잘 써야겠지 하고 너무 거창하게 생각해버린 바람에, 스스로 위축되어 수많은 좋은 글감들을 이건 좀 약해! 라며 흘려보낸 것이 하나요. 맡은 업무와 관련된 영역 - 리테일과 스토어 디스플레이- 에 대해서는 글감은 있으나 과연 써도 될까? 회사 사람이 보면 어떡하지? 하면서 넘겨버린 것이 또 하나다. 그리하여 어느새 나는 내가 글을 쓸 수 있는 영역을 스스로 좁혀버리고 말았음을 깨달았다.


애당초 목표는, 산발적이고 신변잡기적인 내용의 글쓰기가 많았던 점을 반성하며 한 가지의 쌓이는 글쓰기를 해보자는 것이었다. 그러니 원래의 목표를 고려하여 이제와 생각해보면, 주제 선정도 실행도 참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것 같다. 이미 덜컥 와버린 새해에도 비슷한 목표를 세울 것이나, 2017년의 시행착오를 겪은 만큼 아마 주제나 활용 채널 등의 세부 내용은 이래저래 조정하게 되지 않을까.


p.s. 뒤늦게나마 이를 해결하기 위해 10월 말 즈음부터는 조금 더 가볍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채널인 페이스북 페이지 Remarkable Products (링크) 를 개설했다. 마케팅과 브랜드 관련 페이지는 이미 많으니, 나는 새롭고 재미나고 주목할만한 제품들을 소개해보자-는 컨셉으로 영상, 링크, 이미지와 함께 서너 줄의 간략한 소개글을 써보고 있다. 비록 글의 길이는 짧을지언정, 심리적 부담 없이 짧고 편하게 포스팅을 작성할 수 있고 즉각적인 피드백을 통한 동기부여가 가능한 덕에 거의 하루 1개씩 꾸준히 포스팅을 업로드하고 있다. 따봉좀...




2017년 쓴 38편의 브런치 글 분류해보기










2. 2017년의 소소한 글쓰기 클럽


글쓰기모임 '소소한 글쓰기 클럽'은, 늦게까지 일을 하고 쓰러져 잠들기 바빠 글 쓰는 시간을 확보하기 힘든 생활인의 일상 속에서 1) 정해진 시간과 장소를 활용하자 + 2) 모임이라는 무언의 압력을 글쓰기에 활용해보자는 발상으로 시작되었다. 우리가 그렇게 월 2회씩, 주말 오전에 만나 인사를 나누고 각자의 글을 쓰다 헤어진 지도 어언 2년이 지났다. 2017년에는 서울 재즈 페스티벌을 비롯한 서너 번의 단체 결석(?) 덕에 월 2회에서 살짝 못 미친 스무 번을 모여 인사 나누고 각자의 글을 쓰고 헤어졌다.


올해의 모임을 운영하며 얻은 시행착오와 배움을 정리하며, 올해를 뒤돌아보려 한다.




#우리가 얻고 있는 것들을 더 많이 말하고 더 잘 알릴 것

내가 모임의 다른 구성원들보다 일을 덜 해서인지 혹은 별다른 취미가 없어서인지, 글쓰기 모임을 한 이후로 빠르게 관성이 붙어서 의무적으로 쓰기로 한 글보다 더 많은 글을 자발적으로 써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권태로움 또한 동료들보다 빠르게 찾아왔다. 새로움은 익숙함이 되어버렸고 익숙한 것은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아 보였다. 그렇게 한동안 나는 글쓰기 모임이 없어도 글을 쓸 수 있을 거라 자만했다.


해결의 실마리를 얻은 것은 최근이었고 바깥이었다. 나는 얼마전, 비슷하게 권태로움과 자만심을 느끼고 있던 독서모임의 파트너가 되면서 독후감 작성의 의무에서 해방되었다. 그 결과로 그간 느껴왔던 자만심 -나는 이제 독서모임이 없어도 or 독후감 의무 제도가 없더라도 독후감을 잘 쓸 수 있을 거야- 이 무색하게도 한없이 나태해졌다. 없어봐야만 아는 소중함들이 있는데, 운 좋게도 독서모임에서의 유사한 경험을 통해 먼저 깨닫게 된 셈이다. 우리 소소한 글쓰기 모임의 존재도 또 독서모임의 독후감 의무 제도도, 관성이 붙고 나면 그 효용을 쉽사리 잊게 되고 이를 위해 지불하는 비용이 다소 거추장스럽게 느껴지지만 없어보면 그 효용이 컸음을 그제야 알게 되는 것들. 


그리하여 배운 것. 내가 우리가 얻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더 많이 고민하고 말하고 알릴 필요가 있다. 있어서 얻고 있는 것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없을 때 잃게 되는 것들에 대해서도 상상해봐야지. 필요하다면 인센티브 또는 페널티를 도입해,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볼 수 있게 만드는 것 또한 방법일 테다.



#자발적이지만 완전히 자발적이지는 않은, 애매한 구조를 명확하게 할 것

소소한 글쓰기 클럽은 자발적인 모임이지만, 동시에 모임이라는 형태 그 자체에서 오는 압박감을 글쓰기의 원동력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또한 완전히 자발적인 모임은 아니게 되어버렸다 (말장난같지만 정말 그렇다). 그렇기에 서로가 일정 수준 이상의 긴장감을 가지고 모임에 참석하고 글을 쓰고 서로를 쪼는 게 매우 중요하고, 한두 명이 지각을 하거나 글쓰기에 나태해지기 시작하면 서로에게 피해를 준다. (그리고 나 역시 이런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러한 부분 역시 앞으로 개선될 필요가 많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역시 앞서 이야기한 바와 비슷하게, 비록 눈에 보이지 않을지언정 모임의 지속가능성에 도움이 되는 행위와 피해가 되는 행위를 잘 분류하고 인센티브 또는 페널티를 도입하는 것을 대안 중 하나로 여기고 있다. 




소소한 글쓰기 클럽의 글은 브런치 매거진과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대학교 시절 팀플이나 회사와 비교해보면, 달리기 모임도 독서 모임도 또 글쓰기 모임도 전자와는 달리 '결과' 보다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곳이다. 그 과정에 스스로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힘든 일이었다. 부담없이 뛰어들 수 있던지, 뛰어들으면 어마어마하게 즐겁던지, 둘 중에 하나는 해야지 않나 싶다.


휴, 그래서 2018년의 소소한 글쓰기 클럽이 어떻게 운영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결과물을 중시하는 집단으로 변모할 수도, 이 모임에 쏟는 인풋을 줄이고 더 가벼워질 수도, 지금처럼 불안정하지만 즐거운 상태로 서로가 서로를 이끌 수도 있을 테지. 하지만 어떤 방향이든 그간 함께 해왔던 것처럼 토론하고 티격 거릴 테고, 그 과정 자체도 그 결과물도 재밌고 멋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지난 2년간 함께 소소한 글쓰기 클럽을 함께 가꿔온 두 사람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며 글을 마친다. 2018년에도 잘부탁드립니다, 잘해봅시다!




2017년의 마지막 모임, 나혜가 만들어온 카드와 종무형이 선물로 돌린 시집. 나는... 고맙고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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