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마무리
사실 개인적으로 2017년이 조금 힘든, +보단 -가 많았던 1년이여서 정리하는 글을 남기지 않으려 했다가 문득 작년의 글을 꺼내봤다. 크고 작게 변한 것들도 있고 여전히 그대로인 것들도 있어서 기분이 묘해졌다. 내년 연초에도 이 감정을 못 느낀다고 생각하면 괜히 아쉬워 2017년을 정리하는 글을 남긴다.
1.Career
'직무적인 역량이 성장했는가?'라는 질문에는 자신있게 답할 수 있다. '아니오'라고! 그나마 숫자를 보는 눈은 재작년 인턴했을 때보다 좋아졌다긴 하지만 현재 포지션 자체가 분석력을 요하는 업무보다 현장 대응에 치중되어 있다보니, 본격적으로 바빠지기 시작했던 지난 여름부터 더욱 주먹구구식으로 일을 처리했던 거 같다. 내가 안일해지기도 했고 업무가 과중된 탓도 있었다. 어딜 가도 비슷하겠지만. 하하. 어쨌든 재작년 인턴을 마무리하면서 '네 나이에는 돈을 쫒기보단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곳에서 찾으라'는 피드백을 받고 몇 년간은 이대로 따르려고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쉬웠다. 유독 변화가 컸던 포지션인만큼 어쩔 수 없겠거니 싶지만 부디 2018년에는 업무숙련도도 늘어나서 개인적으로라도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해였으면 좋겠다.
2.Personality&Sociality
1번의 연쇄효과랄까.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욕을 내뱉는 빈도가 잦아진 걸 보면 성격이 괴팍해지고 감수성도 많이 사라졌다. 별로 인정하고 싶지 않고 글로 쓰니까 마음이 더 아프지만 부정할 수는 없다. 사실 직무적 성장도 그렇지만, 본연의 성격이 부정적이고 염세적으로 바뀌는 걸 느끼니까 개인적으로 괴로웠다. 관계에 있어서도 조금 더 까탈스러워졌다. 심지어 취준생일 때도 먼저 연락하고 만남에 있어 주도적인 편이었는데 작년은 수동적으로 굴었다. 연락이 있으면 만나고 없으면 만나지 않고. 혼자 있는 시간도 필요했고 더 이상 사람에 치이기 싫은 것도 있었고. 나는 99%정도가 외향성으로 채워져있는 사람같았는데 올해 보니 또 마냥 그런 것 같지 않다고 느꼈다. 이 자체는 -보다는 낯설다 정도였고 그저 더 내향적이어도 되니까 적어도 만나는 사람들에겐 따뜻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란 평을 받고 싶다.
1.Travel
작년에는 꾸준히 여행을 갔다. 1월엔 혼자서 제주도를, 5월엔 의진언니와 뉴질랜드를, 9월엔 부모님과 부산을, 10월에 소담과 홍콩을, 12월엔 나래, 수재와 다낭을 갔다. 미리 미리 항공권을 준비한 덕에 저렴하게 갔다왔고 신기할 정도로 나쁜 순간 하나 없었던 여행들이었다. 2017년의 가장 큰 즐거움을 주었던 키워드는 단연코 여행이었다. 제주도는 멍 때릴 수 있는 시간이 많아 좋았고, 뉴질랜드는 푸른 자연의 아름다움이 너무 좋았고, 부산은 부모님이랑 함께 해서 좋았고, 홍콩은 맛있는게 너무 많아 좋았고, 다낭은 아무것도 안 해서 즐거웠다. 올해도 언제, 어딜 갈 지 가볍게 정해놨다. 해외는 주로 가족들과 갈 것 같고 친구들과는 국내를 돌아볼까 생각 중이다!
2.Favorites
작년의 목표는 영화제 가기로, 5월 무주산골영화제, 10월 부산국제영화제를 가면서 목표 달성했다! 히히. 무주산골영화제는 캠핑이나 소풍같은 느낌이라서 좋았고 부산국제영화제는 정말 영화를 사랑하는 분위기가 가득해서 좋았다. 특히 부국제는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관객의 호응도나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박수치는 분위기가 기억에 남는다. 두 영화제 모두 같이 간 친구들도 내년에도 가고 싶다고 할 정도로 재밌고 즐거운 추억이었다. 이밖에 틈 날때마다 페스티벌도 보고 뮤지컬도 보는 등 여행만큼이나 문화생활도 내게는 단단한 버팀목이었다. 다만 그것들이 주는 즐거움에 점점 내성이 생기는 것 같아 슬프지만.
내친 김에 2018년의 계획, 결심도 적으려다가 우선은 2017년을 온전히 보내는게 먼저같아서 그만뒀다. '사회 생활이 다 그렇지'라는 하등 도움 안 되면서도 만고의 진리같은 소리를 들으며 버텼던 25살의 내게 1년간 수고 많았고, 얼른 만성 번아웃 증후군에서 벗어나서 늦게라도 2018년에는 어떤 나를 기대할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결심을 적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