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1일 5.93킬로미터 43분 25초
달리기를 함에 있어서 기록은 중요하다. 여기서 기록은 정해진 거리를 얼마의 속도로 어느 정도의 시간을 걸려 완주했는지를 포함해 달리는 순간의 마음을 기록하는 것을 말한다. 본격적으로 달리기로 마음먹으면서 적어도 주 3회 정도의 달리기를 계획했다. 3번을 뛰는 데에 성공한 적도 있지만 대부분 2회 정도에 그쳤다. 평일 아침에도 뛰고 싶은데, 9월이 되면서부터 5km를 기본 목표로 달리면서 평일 아침에 뛰는 것이 심리적으로 부담이 됐다. 목표는 5km였지만 처음부터 그 거리를 다 뛰지는 못했다. 시간을 정해두고 페이스를 조절하면 달리는 연습을 했다. 처음에는 35분에 맞춰 뛰었다. 뛴 거리는 4.58km. 세 번째 뛸 때에는 5km를 34분 27초에 뛸 수 있었다. 몸도 훈련이 필요한 법인데, 5km 뛰는 인간이라는 것이 세포에 각인이 되면 신체가 그 거리를 뛸 수 있게끔 유지를 한다고 한다. 거리를 늘려 나가면 근육도 거기에 맞춰서 버틸 수 있도록 신체가 변화한다. 하지만 운동을 쉬면 근육도 편한 상태로 돌아가려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단단함은 사라지고 흐물흐물해진다. 때문에 적어도 주 3회의 운동을 유지하고자 했는데, 주 2회 운동만으로도 신체는 그 감도를 기억하는듯했다. 세 번째 만에 5km를 목표 시간보다 당겨서 완주를 했으니 말이다.
5km를 넘겨 뛰긴 했지만 마지막 1km 정도는 자세가 흐트러지고 힘이 들었다. 걸을까 생각하다가도 그것만은 버텨내자고 다짐하며 느린 속도로 달리기를 유지했다. 6분대에 뛰다가 점차 7분대로 시간이 길어졌다. 페이스 조절을 잘못한 것 같았다. 그렇게 두어 번 5km를 살짝 넘겨 달리고 오늘의 달리기는 목표를 5km로 잡되 목표 거리를 달성한 뒤 출발지점까지 마저 달려서 돌아가기로 했다.
오늘의 코스는 항상 달리던 구간을 트랙처럼 운동장 돌 듯 가운데 하천을 두고 다리를 건너가며 원을 그리며 달리는 것이었다. 어제부터 내린 비가 아침까지 세차게 내렸지만 해가 뜨니 비가 그치고 바람이 불어 선선했다. 달릴 수 있겠군! 미소를 띠며 러닝복을 챙겨 입고 러닝화를 신었다. 생리가 시작하려는 지 아랫배가 욱신 거렸지만 생리 때문에 달리기를 포기하고 싶진 않았다. 허리에 벨트를 차고 나이키러닝클럽 앱을 실행한 뒤 정지 버튼을 누르고 휴대폰을 벨트에 넣었다. 애플워치와 에어팟을 착용하고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1층 현관에 다다랐다. 달리러 가는 장소까지는 5분 정도 걸어야 했다. 입구에서부터 달리면 중간에 횡단보도를 건너야 했기에 기록을 잴 때는 번거로움이 있어 횡단보도를 건너면 나오는 따릉이 자전거 보관소에 도착해 간단히 몸을 풀었다. 수영할 때도 오른쪽 다리에 쥐가 잘 나고, 걷고 달릴 때도 오른 발목이 약했기에 발목과 무릎, 허리, 어깨, 팔 순으로 스트레칭을 꼼꼼히 했다.
한낮의 달리기였지만 구름이 해를 가려주고 바람이 더위를 식혀주어서 달리기에 좋은 조건이었다. 나이키 앱을 다시 실행하고 애플워치의 운동앱을 함께 실행했다. 목표거리 5km, 시간은 35분에 맞췄다. 1km당 7분 내외로 달려보기로 하고 느리게 뛴다 싶은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에어팟에서는 플레이리스트 음악이 흘러나오면서 페이스를 맞춰라는 안내가 흘러나왔다. 아직은 초보 러너이다 보니 심박수가 160~190 bpm까지 올라간다. 언제나 달리러 나오면 나보다 먼저 달리고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대부분 나보다 먼저 달려 나가는 사람들이 많은데 오늘은 검은색 상하의 러닝복을 입은 러너와 같은 코스를 달리게 되었다.
오늘의 목표는 걷지 않고 계속 달리기. 날씨조차 시원했기에 중간에 물을 마시지 않기로 했다. 식수대에 가서 물을 마시는 순간 밸런스가 깨지는 것 같아서 테스트를 해 보고 싶었다. 처음 2km까지는 6분 40초 페이스로 달리다가 3km부터는 조금 속도를 늦췄다. 호흡을 가다듬고 과호흡이 되지 않도록 조절하며 평온한 마음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평온한 마음을 주는 데에는 에어팟의 음악이 한 몫했다. 바람이 불어 땀을 식혀주긴 했지만 달리는 방향으로 맞바람이 불어와 저항이 생겼다.
내가 혼자 정한 블랙의 러닝메이트는 나보다 빨랐다. 앞에서 달리는 그를 보며 나는 내 페이스를 유지했다. 사람마다의 피지컬이 다르니 달리는 속도, 호흡, 거리 등 모두 다른데 다른 사람의 속도에 맞춰 달리려다 보면 모든 것이 흐트러지고 밸런스가 깨지기 마련이다. 조금은 느리다 싶은 속도로 계속 달리다 보니 블랙의 러닝메이트가 앞쪽에서 걷고 있는 것이 보였다. 얼마 안 가 그를 지나쳐 느린 속도로 계속해서 달려 나갔다. 걷지 않고 계속 달리는 것이 매력적인 순간이었다. 물론 그가 나보다 빠른 속도로 다시 달리기 시작하면서 나를 앞질러 갔지만 그는 그렇게 걷고 달리기를 반복하며 나도 그를 앞지르고 뒤쳐지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같은 코스를 다섯 바퀴 돌고 나니 5km를 달렸다는 안내음이 들렸다. 여기서부터 출발점까지 달리며 6km 정도가 될 것 같았다. 이렇게 1km씩 늘려나가며 달리다 보면 10km도 자연스레 뛸 수 있게 될까? 대회까지 한 달이 조금 넘게 남아있었기에 그 기간 동안 10km를 2~3번은 뛰고 싶었다.
생각한 것보다 느리게 뛰자는 생각으로 뛰다 보니 5km를 넘어섰는데도 뛰는 것이 힘들지 않았다. 시선은 너무 정면을 보기보다는 2~3미터 앞쪽 지면을 바라보고 달렸다. 하천변 산책로였기 때문에 산책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내가 정면이 아닌 달리는 방향의 바닥을 바라보고 달리고 있으면 반대편에서 오는 분들이 길을 터 주셨다. 우측통행이긴 하지만 사람들이 많을 때는 크게 돌아 달려야 할 때도 있었다. 길에 서 있거나 여러 명이 길을 막고 걸어가는 경우에도 크게 돌아야 했다. 그들에게 인기척을 주기 위해 헛기침을 해 뒤에 사람이 오고 있다는 것을 알리거나 자전거 탈 때처럼 지나간다고 이야기하면서 달리기에 집중했다. 어느새 출발점에 도착하고 6km를 7미터 남겨두고 정지버튼을 눌렀다. 정지 버튼을 누르기 전까지 내가 얼마큼 달렸는지 알 수가 없어서 정지버튼을 누르고 난 뒤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다. 조금만 더 달릴걸.
달리기를 멈춘 지점에서 다시 스트레칭을 하며 발목과 팔, 다리를 풀어주었다. 머리는 산발에 땀은 주룩주룩 흐르고 있었다. 찬바람 알레르기가 있어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긴 팔에 반바지를 입고 달렸는데, 아무리 바람이 선선해도 아직은 반팔을 입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7미터 부족한 6km였지만 이렇게 달리고 나니 나의 페이스를 7분에 맞추는 것이 적절해 보였다.
다음 달리기는 7km를 50분 목표로 달리는 것이다. 코스는 3.5km 거리까지 달려갔다가 같은 길을 되돌아오는 경로로 달려볼 예정이다. 반복해서 달리는 것이 심리적으로는 조금 더 쉽게 느껴졌는데 코스를 달리 했을 때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하다. 오늘의 달리기도 좋았다. 다음의 달리기에서는 심박수가 조금 내려가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