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한글 떼기

아이가 좋아하는 것이 있나요?

by 소만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스스로 찾아 반복적으로 노출되다 보니 한글은 저절로 읽고 쓸 수 있게 되었다. 돈을 안 들이고 한글을 떼게 된 과정을 소개한다.


1. 둘째의 읽기

둘째는 물고기를 좋아한다. 나의 반대로 키우지는 못하지만 어릴 때부터 가장 좋아하는 책이 물고기 책이었다. 책장에 꽂힌 책 중에 물고기책만 골라 나에게 가져왔다. 나는 아이가 책을 가지고 올 때만 읽어주었다. 여러 번 읽은 책은 아이가 기억했다. 둘째가 엄마 아빠를 제외하고 가장 처음 말한 단어가 '도미'였다.

둘째는 새로운 단어를 배우면 혼자 문 뒤에 가서 중얼중얼 연습을 했다. 그리고 나중에 말할 때 꼭 써먹었다. 나는 집에서 한글 공부 관련하여 아무었도 해주지 않기에 별 기대도 안 했는다. 아이가 6살이 되자 자음의 소리를 읽으려고 시도하는 모습이 보였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려서 오오~ 하고 응원해 주기만 했다.

아이는 반이라도 맞아서 기분이 좋았는지 이후 길에 다닐 때마다 간판이나 플래카드를 읽으려고 했다. 혼자 자음을 읽는 연습을 계속하더니 결국 거의 모든 글을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었다. 자음을 읽으려고 시도한 지 6개월 후였다.


2. 둘째의 쓰기

Reading이 되었으니 Writing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그래서 연습을 시켰느냐? 아니, 본인이 했다. 교재를 사용했냐고? 교재는 없다. 본인이 좋아하는 물고기 책을 보고 따라 썼다. 도미, 갈치, 고등어, 날치 이런 단어를 책에서 베껴 썼다. 그러다 어느새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그저 글 쓰는 순서만 조정해 주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쓸 것, 위에서 밑으로 쓸 것.

아이가 스스로 한글을 읽고 쓸수 있었던 이유는 좋아하는 것을 찾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아하는 대상을 더 알고 싶다는 호기심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혼자 한글을 뗀 아들은 영어 알파벳도 혼자 뗐다. 7살 봄에 알파벨로라는 유튜브를 어디서 봤는지 마음에 들어 했다. 우리 집에는 주말에만 전자기기가 허용되기 때문에 아들은 주말을 이용해 좋아하는 알파벨로를 실컷 보고 주중에는 알파벨로를 혼자 그리고, 자르고, 색칠하고, 만들고 하더니 곧 알파벳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둘째는 혼자 언어를 터득하는 과정에서 겪는 불확실성이나 실수에 대한 긴장이 낮았다. 언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모호함을 잘 받아들였고, 스스로 연습도 많이 했다. 그리고 배운 것을 꼭 써먹었다. 요즘도 입에서 의외의 단어가 튀어나온다(그럼 나는 어디서 봤는데 연습하는 것이겠거니 하고 생각한다).


3. 첫째의 한글 공부

반대로 첫째는 6살 때 어린이집에서 한글을 배웠다. 한글, 영어, 코딩, 한자 등 공부를 가르치는 곳이었는데, 어린이집에서 공부를 시키기에 나는 집에서 따로 공부를 시키지 않았다. 첫째는 어린이집에서 친구이름을 통해 글을 처음 익혔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받아쓰기 시험을 봤다. 그 때문인지 첫째는 항상 정답을 확인했다. 자신이 하는 일에 자신감은 있지만 실수에 약했다. 받아쓰기에서 한두 개만 틀려도 울상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어린이집에서 꾸준히 한글을 연습했음에도 글을 모두 떼지 못했다.


하지만 첫째가 좋아하는 캐릭터가 생기고 한글 실력이 향상되었다. 좋아하는 캐릭터 시리즈의 등장인물을 외운다고 캐릭터 이름을 여러 번 반복해서 썼는데, 그 이후 한글이 좀 편해졌다. 헷갈리던 모음도('l'와 'ㅏ'를 계속 헷갈려했다) 분명히 구분할 수 있게 되었고, 어느 순간 의미대로 끊어서 읽기가 되었다.


4. 두 아이가 한글을 뗀 방법

1. 좋아하는 것 찾기

2. 반복해서 읽기/쓰기(좋아하는 것이니 지루해하지 않음)

3. 배운 내용 놀이로 써먹기(만들고, 꾸미고, 자르고 색칠하고 쓰는 과정에서 익힘)


둘째가 한글에 흥미를 가진 것은 먼저 글을 배운 첫째의 영향이 없지 않다. 첫째는 글을 상대적으로 먼저 익히기 시작했지만 '성적'이나 '평가'에 긴장을 많이 했다. 둘째는 혼자 익혔는데 실수나 오류에 대해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고, 다른 언어를 받아들이는 것도 수월했다. 둘 다 좋아하는 것을 통해 언어를 익히면서 전보다 속도가 빨라지고 수준이 높아졌다. 내가 자극하지 않아도 스스로 좋아하는 것을 찾아 놀이를 통해 연습한 것이 유효했다고 생각한다.


5. 좋아하는 것을 찾을 때 시작하기

나는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스스로 찾는것이 말을 배우고 글을 익히는데 매우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아이의 흥미와 호기심이 자연스레 '놀이'와 '연습'으로 연결되니 글을 빨리 뗄 수 있었다.


6. 전자기기 주지 않기

한글을 스스로 떼게 하고 싶다면 아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탐색할 수 있도록 전자기기를 주지 않기를 권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다양한 방식으로 놀 시간을 주어야 한다. 하지만 무리하게 '학습'으로 연결시키지 말아야 한다. 첫째에게 "티니핑 캐릭터를 글로 써볼까?"라고 말했다면 아이가 '좋아요'라고 대답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음, 그럼 아이가 떻게 노느냐고?


노는데 돈 안 드는 방법은 다음편에 말씀 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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