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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캔두잇 Sep 03. 2024

짱아가 어린이집에 갑니다.

하오일기


우리 아기 손톱. 얇고 보드라워서 행여 다칠까

부들부들 손을 떨며 가위로 잘라냈었지.

오늘은 손톱깎이가 딱딱 딱 소리를 내며

제법 단단해진 아기 손톱을 잘라낸다.

우리 아기 그 사이 많이 단단해졌구나!  

뒤돌아서면 또 어느새 자라 있던 손톱처럼 엄마 몰래 부지런히 컸구나.


우리 아가, 처음 어린이집에 갑니다.

어린이집에서 받아 온 가방을 등에 메는 건 어찌 알았는지 가방만 보이면 등에 메달란다.

가방보다 째깐한게 어린이집에 간단다.


엄마는 어린이집 준비물을 챙기면서 신이났다가도

안쓰러운 마음에 울컥 눈물이 나기도 했다.

낮잠이불, 이불가방, 손수건, 치약, 칫솔, 물병, 이름표, 물티슈, 기저귀, 실내복 등등 필요한 것들을 챙기고 사들였다. 아기 물건들에 이름 세 글자를 적는 일이 제일 재미나고 귀여웠다.


일 년 잘 컸다고 엊그제 돌잔치를 하더니만,

사회생활을 한단다. 우습다.

입학원서에 이것저것 적어내고 담임선생님께 당부의 말도 잊지 않고 적었다. 더 바랄 것도 없다.

"안전하고 즐겁게 생활할 수 있도록 잘 보살펴주세요."


 첫날은 한 시간 동안 보냈다.

함께 간 남편이랑 근처 카페에서 기다리며 커피와 허니브레드를 시켰다.

얼마만인지.. 평일 오전시간에 둘이 마주 앉아 커피를 마시다니. 나란 사람..

어린이집 보낸다고 마음이 아프다고 할 땐 언제고

입이 귀에 걸렸다. 어린이집 보내는 맛이 이런 거구나! 아메리카노 참 달다!! 한 시간은 10분 같았다.


내성적인 나와달리 성격 참 밝은 우리 아기.

첫날 만나는 친구마다 손을 흔들어대며 친한 척을 하더니 엄마 없이도 울음 한번 내지 않고 놀다 왔다.

둘째 날은 네 시간.

그 사이 나는 아기가 집에 돌아오면 먹을 반찬을 만들어놓고 잠들었다. '밀린 잠 실컷 자야지!'라는 생각으로잤지만 몇 번이나 가위에 눌리며 잠을 설쳤다.

혹시나 아기가 심하게 울면 데리러 가야 된다는 생각에편히 잠을 못 잔 거다. 다행히 아기는 점심도 먹고 낮잠까지 자고 왔다.

엄마를 보더니 '엄마 엄마 애엥' 하면서 짧게 운다.

 "어디 갔다가 이제 왔어요! 보고 싶었어요 엄마." 그런 눈빛으로 내 품에 안긴다.

엄마품에 안기더니 선생님을 보며 손을 흔든다.

 "잘 놀았습니다잉 나 갑니다잉~ " 그러는 것 같다.

차 안에서 아기를 안고서 잘했다고 기특하다고

더 꽉 안아주고, 뭐 하고 놀았냐고 맛있게 먹고

잘 잤느냐고 안부를 물었다.

뽀뽀를 퍼붓고, 한참 그러고 나서야 집으로 간다.


아직은 어린이집에 대한 믿음보다는 걱정과 불안한

마음이 크다. 목마르면 물은 제 때에 잘 주실지..

땀 많은 아이인데 너무 더워하진 않을지..

밥 먹다 목에 음식물이 걸리진 않을지..

엄마를 너무 보고 싶어 하진 않을지..


짱아야!

엄마가 너무 보고 싶고, 어린이집에 있는 게 버티기 힘들면 참지 말고 울어. 그럼 엄마는 언제든지 너를 데리러 갈 거야. 엄마는 언제나 너의 곁에 있어.

딸아, 너의 첫 사회생활을 응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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