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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캔두잇 6시간전

그저 평범한데 행복한 나의 하루입니다.

6시에 깨어난 태오는 슬금슬금 내 곁으로 다가와

꼴랑 네 개 있는 앞니로 내 엉덩이 혹은 팔뚝을 깨물어

깨운다. 그럼 나는 화들짝 놀라 깬다.

그리고 또 슬금슬금 누나 곁으로 기어가 누나의 코를

깨물려고 하다 나에게 딱 걸린다.


그렇게 누나와 아빠가 차례로 깨어나고 우리 가족은

‘잘 잤니?’라는 인사로 아침을 맞이한다.

아침에 맞이한 아이의 얼굴은 살짝 부어 통통해져있고 머리카락은 잔뜩 헝클어져 귀여운 모습이다.

아주 잘 잔 얼굴.

참 좋다.


혼자 있을 때는 아침에 일어나기 너무 힘들었고,

기분 좋게 일어나기보다는 ‘아. 출근하기 싫어’였는데.

아이가 있으니 아침부터 행복하고 기분 좋게

잠에서 깬다.

참 좋다.


출근하는 남편과 등원하는 누나는 분주하게 밥을 먹고 단정하게 차려입고 나선다.

그 길에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라며 말을 건네니

태오도 소리를 내며 손이 빠져라 흔든다.

‘누나! 잘 갔다 와! 이따 데리러 갈게! 아빠도!!! ’하는 듯

누나가 가고 나면 다시 잠자리에 드는 태오.

마치 할 일을 다 마친 사람처럼 쿨쿨 잠을 잔다.


아이를 재우고 나와 캡슐커피의 버튼을 눌러 따뜻한 커피를 내린다. 그리고 딱 30분 책 읽자. 하고 책을 펴든다.


한강 작가의 책을 사려다 혹시 읽기 어려운 내용이면 어쩌나 해서 나중에 유행이 한 풀 꺾이면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야지 했던 책을 오빠가 몰래 사서 선물해 주었다.

배송이 15일이나 걸렸다고 한다.

처음 다섯 장 정도는 읽기 어렵다 했는데,

다섯 장을 넘기니 글을 읽으면서 심장이 같이 콕콕 찌른다. 뭐 이런 책이 다 있나. 주변이 껌껌해지는 것처럼 그냥 책 속에 빨려 들어가 버린다.

30분만 읽는다는 게 자고 일어난 태오의 에엥 소리에 책을 덮고 보니 한 시간 반이 지나있다.


에너지 넘치는 10개월 태오는 남자아이답게

자꾸만 이곳저곳 올라타길래 오늘은 소파 등반을

하라고 쿠션계단을 만들어 주었다.

이게 뭐라고 재밌는지 무한 반복이다.


하루가 이토록 짧다.

밥 먹이고 태오의 두 번째 낮잠을 재우고 나면

하오 하원 시간이다.

요즘 날씨가 좋아서 하원하고 놀이터에서 두 시간씩

놀다 오기 때문에 단단히 준비하고 나가야 한다.


태오도 같이 놀겠다고 보채면 유모차에서 내려주는데

내려주면 다시 유모차 안 탄다고 버틴다.

얼른 걸어야 같이 놀지 이 녀석아.


남편의 퇴근시간이 임박해서야 집으로 돌아가

아이들과 함께 목욕을 한다.


저녁은 오빠가 먹고 싶다던 비빔밥이다.

엄마가 무생채를 보내주어 무생채 돌솥비빔밥.

더 맛있게 먹으려고 뚝배기에 버터를 바르고 달군 뒤에비빔밥을 넣어 밑바닥에 밥이 조금 눌리게 만들었다.

연신 맛있다던 남편이 다 먹은 그릇을 정리하며 내게 말한다.


‘사실 나는 차가운 비빔밥을 좋아해.

돌솥비빔밥은 유리가 좋아하지.’

띠용. 에라이 다음엔 차려주나 봐라 했다가

아, 맞네 돌비는 내 취향이지... 하며

‘내 남편 취향을 여태 몰랐네 다음엔 시원한 비빔밥 먹자. ’ 그랬다.


아침에 남편과 딸을 잘 챙겨 보내고,

낮 시간을 둘째와 잘 채우고 나서

집으로 돌아오는 딸과 남편을 반기며

둘러앉아 먹고 싶던 음식을 차려 먹으며

오늘 있었던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누는

오늘의 이 행복. 이하루.


오늘도 잘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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