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에서 엄마, 아빠에게 숙제를 내줬다.
‘자동차 극장이 열릴 예정이니
각 가정에서 박스 자동차를 만들어 보내세요.’
하오에게 어떤 자동차를 만들면 좋겠냐고 물으니
마이멜로디 자동차를 만들어 달란다.
엄마가 또 이런거 전문이지!
자신만만하게 재료들을 모았다.
튼튼한 박스와 펠트지들.
엄마가 자동차를 만드는 동안 하오도 옆에서
태오 줄 자동차를 만든다며 내가 하는 행동들을
따라 자르고 붙인다.
자동차는 그야말로 며칠이 걸려서 만들었다.
꼼꼼하게 튼튼하게 핸들도 달고, 뿅뿅이를 넣어 경적도 울리게 만들었다. 음료 컵홀더까지 아주 디테일하게
다 만들고 나니 어린이집에 타고 가겠다며 신난 하오.
하오가 좋아하니 그동안 육퇴하고 내내 만들었던
시간들이 아깝지가 않다.
자동차 극장이 열리던 날,
다른 친구들이 만들어 온 자동차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하오 엄마가 제일 잘 만들었을 거라는 나의 착각.
내 아이의 자동차가 가장 예쁘고 특별할 줄 알았는데
그래 맞아. 모든 부모의 마음은 다 똑같지!
레이스 커튼을 단 공주 마차도 보이고,
소리가 나는 경찰차도 보인다.
엄마, 아빠의 다양한 아이디어에 깜짝 놀랐다.
자동차 극장은 영화 한편 보는 것으로 끝났고 ,
공들여 만든 박스 자동차는 다시 가정으로 돌아왔다.
버리기에 너무 아까운 자동차를 어쩌나 했더니
둘째가 너무 좋아한다.
벤츠, 비엠더블유, 아우디 같은 비싼 전동 자동차 대신
얻어걸린 박스 자동차.
태오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핸들을 잡고 돌리고 두드리고 너무 좋아한다.
시간 쏟아 만든 보람 있네!
내가 휴직 중이라 시간이 많으니 이렇게 정성으로 만들지 일했으면 못 만들어 줬을 것 같다.
아이들이 모두 잠들고 오빠와 함께 박스 자동차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누다 어린 시절 일화가 하나 떠올랐다.
초등학교 때 학교에서 ‘청소용 개인 걸레’가 준비물이었던 적이 있다. 그 말에 어린 나는 집에서 쓰던 낡은 수건을 반으로 자르고 검은색 매직으로 크게 이름을 써서 가져간 적이 있다. 물론 엄마와 아빠는 바쁘셨으니까 당연히 알아서 했다.
교실에 놓인 걸레 바구니에는 친구들이 가져온 다양한 걸레들이 있었다. 걸레스럽지 않게 깨끗하고 알록달록한 걸레들과 엄마의 바느질로 한 땀 한 땀 이름 자수를 넣은 걸레. 손바닥이 쏙 들어가는 주머니 모양으로 만들어진 걸레들. 문득 그 걸레들이 생각났다.
우리 엄마랑 아빠는 내 준비물을 챙겨 줄 여유까지는 없었다. 오 남매를 키우려면 바쁘게 일해야 했다. 그 상황이 아주 이해가 된다. 덕분에 지금의 나는 아주 독립적이고, 강하고 지혜로운 어른이 되었다.
그런데,
어릴 때 엄마랑 아빠한테 못 받은 관심은,
나의 이런 결핍은,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나는 그런 엄마가 될 거야.
관심이 많은 엄마가 될 거야.
어화둥둥. 애지중지. 엄마 치맛바람이래도 좋아.
사랑 많은 엄마가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