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오가 주말 동안 갑자기 ‘밤이 먹고 싶어요.’라고
말을 했다.
매년 가을이면 언니네 뒷산에 가서 밤을 주웠다.
하오가 아주 어릴 때에도 밤을 주우러 갔었고
이번 가을에도 밤을 주우러 갔었는데,
그 기억이 났을까.
밤이 먹고 싶으니 단비 언니네 집에 가야 한단다.
밤을 줍다가 밤송이에 엉덩이가 콕 찔렸다는
이야기까지 한다.
주말에 나의 친구들이 집에 놀러 왔다.
나랑 하오가 딸기를 무척 좋아하는 걸 알고
마트에서 딸기를 사다 주었는데
아주 큰 팩으로 사 왔다.
하오 먹이며 나더러 ‘너도 먹어, 너도 좋아하잖아.’라며
연신 나를 챙기는 친구들. 그 순간 너무 감사했다.
내가 딸기를 좋아하는 것을 아는 친구가 있다는 게
감사했고, 내 입속에 딸기를 넣어주는 친구가 있다는 게 참 감사했다.
하오는 딸기가 담긴 접시를 내려놓기 무섭게 손으로
딸기를 낚아채가더니 진짜 원 없이 먹었나 보다.
반절 남은 딸기를 다음날 먹자고 했고 그날 저녁
잠자리에 누운 하오가 내게 말을 한다.
‘엄마 내일 딸기주스 만들어주세요.’
‘어린이집 끝나고 집에 오면 딸기주스 올려두세요.’한다.
태오의 이유식 레시피는 내 마음대로 한다.
대구살, 애호박, 밥 새우를 넣어 이유식을 만들었는데
태오가 너무 맛있게 먹는 걸 보더니 하오도 한입 먹어보고는 맛있다며 반절이나 뺏어 먹었다.
그러고는 ‘엄마. 어제 먹은 태오 이유식 하오 또 먹고
싶어요.’ 한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15층 언니가 하오에게 말랑 카우 캐러멜을 주었다. 처음 그걸 먹어본 하오가 너무 맛있었는지 ‘엄마, 음모 소 사탕 사주세요.’한다.
그게 뭐냐고 했더니 엘리베이터에서 언니가 준 사탕이 먹고 싶다고 한다.
월요일 되어 오빠는 일터로 하오는 어린이집으로
보내놓고 태오와의 하루를 시작했다.
내가 오늘 해야 할 일은
하오가 먹고 싶은 밤, 딸기주스, 밥 새우 애호박밥,
말랑 카우를 준비하는 것이었다.
태오와 함께 마트에 가서 누나가 먹고 싶다고 한
밤과 애호박을 샀다.
집에 돌아와 밤을 찌고 까고,
딸기를 씻고 갈고,
호박을 씻고 잘라 이유식을 만들었다.
무척 바쁘게 시간이 갔다.
그런데 그 과정이 너무 행복하면서 감사했다.
아이가 먹고 싶은 것을 내게 말할 수 있는 아이로
자랐다는 게 감사했다.
아이가 내게 말한 것들을 식탁에 차려놓고 아이가
올 시간이 되길 기다리는 그 시간이 설레면서 감사했다.
하원하고 돌아와 엄마가 준비한 것들이 올려진 식탁을 보고 즐거워하는 하오의 얼굴을 보니 벅차게 행복하다.
먹고 싶다던 딸기주스는 진짜 맛있게 단숨에 먹어버렸고, 깎아둔 밤 반절은 오며 가며 주워 먹더니 없어졌다.
애호박 이유식은 연신 맛있다며 동생이랑 같이 한 그릇뚝딱했다.
엄마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는 것도 감사하고,
맛있다고 말하며 진짜 맛있게 먹는 순간도 감사하다.
아이는 내게 사소한 것들을 감사하게 한다.
나의 매 순간을 감사하게 한다.
아이에게 쏟은 시간 뒤에 갖는 나만의 시간도
더 감사하게 된다.
내 평범한 일상을 감사하게 만든다.
아이는 매일 나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한다.
그래서 아이에게 너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