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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슬플 예정 15

비 내리는 날이라...

2021년 4월 4일 이제 막 되고 한 시간이 지난 상황


역시 우울증엔, 

3위가 밤,

2위가 비

그러면 1위는?

비 내리는 밤!

거의 최고조에 달하는 것 같다.


마치, 그거 같다.

여자들이 남자들에게 제일 듣기 싫어하는 이야기 

3위 군대 얘기, 

2위 축구 얘기, 

1위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


처음엔 잠을 자려 눈을 감아보았다.

그런데, 수면제 없으면 잠을 못 자는 내가 잠이 들 턱이 있나?

게다가 빗소리를 들으니 내 영혼이, 내 정신이 빗소리를 따라 흐르고 있었다.

내가 내가 아니고, 나는 흐르는 무엇이 되어 어디론가 어디론가 내리고 있었다.

창틀로 떨어지는 빗소리,

나뭇잎에 떨어지고 있을 빗소리,

주차된 차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

어둠위로 내리는 빗소리,

도로 어딘가로 떨어질 빗소리,



새벽 한 시!

이제 다들 잠이 든 시간!

우울증이 친구 하자고, 부정적인 생각이 친하게 지내자고 악수를 하는 듯하다.

대번에 불을 켜고, 노트북을 열었다.

이럴 땐 뭔가를 써야 해!

눈 감고 있으면 어둠의 사신이, 내게 손짓하는 듯.


기지개를 한 번 켜고, 

스트레칭을 한 번 하고, 

내친김에 복근을 키우기 위한 누워서 다리 들어 올리기 100회!

(잠깐 일단 운동하고 다시 써야겠다)

억지로라도 운동을 하니, 가쁜 숨을 몰아쉬느라고 잠시 우울감이 사라진다.

냉장고에서 천연 수면제인 우유라도 마셔야겠다.

(일단 우유 마시고 다시 써야지!)

좀 따듯한 우유를 마실 걸,,, 차가운 우유를 마셨더니, 정신이 더 번쩍 든다.

괜찮다. 어차피 잠 못 들 밤이니까!

나에겐 ‘당분간 슬플 예정’이 있으니까!


어째서 빗소리는 사람을 더 처량하게 만들까?

그게 비의 사명일까?

그것이 태초에 신이 ‘비’를 만들었을 때의 목적일까?

전에 라디오에서 들었는데, 비 내리는 날, 정신적으로 연약한 환자들이 더 격정적이게 된다고… 

소리가 주는 힘이 아닌가 싶다. 

이럴 땐, 이를 꽉 깨물고, 두 손을 꼭 모아야 한다.

저 처량한 소리에 굴복하지 않으려면, 일부러 윗니로 아랫입술을 굳게 다물어야 한다.

그러면 좀 낫다. 


액션 영화라도 볼까? 했지만, 왠지 빗소리와의 싸움이 싫지 않아, 더 몰입해 보기로 한다.

마치 유체이탈하여, 나와 빗소리와의 싸움을 내가 지켜보고 있는 것 같다.

누가 이길까? 누가 질까? 흠칫 재미있기까지 하다. 


그래도

슬픔은 비에 젖고,

무기력함은 적막함으로 내려앉는다.


우울증이라…

공황장애라…


나는 언제까지 슬플 예정?


#우울증 #비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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