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형을 만나라!
2021년 4월 16일
내게는 아주 귀한 선배가 하나 있다.
이*환!
이렇게 막 얘기해도 되나?
대학교 때 알게 된 분인데, 그 당시에 내겐 ‘아! 나도 저런 성품을 닮아야겠다!’라고 생각해서, 졸졸졸 따라다녔던 분이다.
시간이 흘러도, 계속 연락하고 지내면서 가끔씩 찾아뵙는 분인데,,,
내가 힘드니 한 번 찾아뵈어야겠다 싶었다.
점심 약속을 잡고 청담동으로 향했다.
형님 사무실에서 이런 얘기 저런 얘기하다가,,
깜짝 놀랐다.
형님도 오래전에 공황장애를 앓고 3개월 동안 집에만 있었다고 했다.
죽다 살아났다고 했다.
병원을 전전하며, 살려고 무지 애썼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얘기, 저런 얘기 해 주시는데,,,,
내가 존경하는 분이 ‘공황장애’였었다는 사실 만으로도 많이 위안이 되었다.
저렇게 긍정적이고, 저렇게 삶을 잘 헤쳐나가시는 분도 어려움이 있었다니…
어째서, 긍정적이고, 유쾌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마음속에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마음속에 어려움이 있기에 일부러 긍정적이고, 유쾌하게 보이려 노력하는 것인지…
긍정성과 유쾌함은 우울증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무기이며, 자존심인 걸까?
개그맨들이 그렇게 많이들 우울해하고, 슬퍼한다는데 그래서 그런가?
여하간, 형이 공황장애였다니…
내가 공황장애 걸린 것도 그리 큰 일은 아닐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다행이다 한 숨 쉬었다.
그리고, 형님이 한 마디 힘주어 얘기해주셨다.
“공황장애로 죽는 사람은 없다!”
같은 말인데, 의사에게 들었던 때랑, 형님에게 들었던 때랑 달랐다.
공황장애는 신체는 멀쩡한데, 정신이
‘나는 질식되어 가고 있다. 나는 숨을 못 쉬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공황장애로 죽은 사람은 없다고 하니, 나중에 이 증상이 도지면 꼭 떠올려서 나를 도와야겠다.
얘기 끝났으니, 점심 먹어야지!
이렇게 단 둘이 식사해 본 적이 언제인지…
게다가 국밥이 아주 맛있었다. 맛있어서 좋았다.
날씨가 좋아서, 더 행복했다.
아! 행복했다.
근 30년을 알고, 존경하고 지낸 분과의 시간들은 나를 적어도 그 시간만큼은 아픔에서, 생각에서 벗어나게 해 주었다.
그냥 누군가에게 이야기만 한 것뿐인데, 왜 이렇게 마음이 놓이는지..
누군가 나를 들어준다는 것은, 나의 신념과 경험, 가치, 철학을 인정해주는 것이라 배웠다.
그러니, 나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나의 신념, 경험, 가치, 철학을 인정받은 것이리라.
그것은 나의 자의식과, 자존감, 나아가 자신감에 관련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우울증 공황장애로 힘들다면,
1. 오랫동안 존경했던 사람에게 전화를 걸기
2. 만나자고 약속하기
3. 적어도 한 시간 이상은 얘기 나누기
4. 맛있는 점심을 같이 먹기
5. 끝나고 나서 커피도 한 잔 하기
돌아오는 길에는 안도와 슬픔이 공존해서 혼란스러웠다.
나만 유별난 게 아니구나 하는 안도와,
언제 끝날지 모를, 막막함의 슬픔!
곧 나아지겠지! 막연하게 바라며 지하철에서 눈을 감았다.
밤에는 또 슬픔이 찾아오겠지? 그렇게 당분간 슬플 예정은 계속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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