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당분간 슬플 예정 33

호텔이짱이다!

결국, 인간의 감정이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데서 오는 절망감, 그것이 야기하는 공황장애.

절망감이 이어지다 보니 우울감이 계속되고,,,

그런 격한 감정은 불면증을 야기하고… 악순환이 계속된다.


그럴 땐 떠나야 한다.

익숙한 곳에서, 익숙한 것을 보고 있노라면, 결국 과거의 나와 직면하게 되고, 우울감을 불러일으키는 과거의 경험을 마주하게 된다.

그러니 떠나야 한다.

새로운 곳에서는 새로운 감각이 눈을 뜬다.

새로운 장면을 목도하게 되고, 새로운 것을 먹게 되고, 새로운 향기를 경험하게 되고, 새로운 것을 느끼게 되고, 새로운 것을 듣게 된다.

오감이, 익숙지 않았던 감각들이 살아나게 된다.

낯선 감각들을 되살리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렇게 여행을 떠나는 것, 떠나고 싶은 것이 아닐까?

일상탈출!


새로운 것을 보고, 새로운 것을 먹고, 새로운 장소를 가보는 것도 당연히 좋다. 그래도 별미는 숙소다.

호텔!

요즘엔 코로나 시대라서, 호텔 앱에서 엄청 저렴하게 나온다. 몸이 건강했다면,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즐겼을 터인데,,,

마음이 건강했다면 기꺼이 출발해서, 마음껏 누렸을 터인데…


일이 있어서 다시 찾은 울산!

몇 개의 호텔 앱을 검색해서 찾아낸 호텔!

꽤 큼직하고, 꽤 모던하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뷰!


이거 뭐여?

와!

이럴 수가!


그림처럼 흐르는 강! (저 강 이름이 태화강이던가?)

그 자연을 배경으로 우뚝 솟아 있는 도시 전경!

너무 도시스럽지도 않고, 너무 자연스럽지도 않다.

공존!

도시와 자연!

새것과 옛것!

사람과 신!

하늘과 땅!

물과 흙!


아름다움은 상반된 것들의 공존에서라야 오는 것일까?

건강함과 아픔!

빛과 어둠!

긍정과 부정!

쾌활함과 우울감!

희망과 좌절!


그렇다면 나는 아름다움을 정면으로 관통하고 있는 것일까?

그런데 왜 이렇게 아프지?

너무 아름다운 것은 아픈 것일까?

과유불급!

적당히 아름다우면 행복하고, 설레고, 환희에 찰 터인데,

선을 넘는 아름다움은 아프고, 괴롭고, 무겁다.


호텔 자체는 선을 넘는 아름다움은 아니었다.

와!

감탄을 자아내는 뷰여서, 그 자체로 행복하고, 설레고, 환희에 찼다.

그게 고마웠다.

적어도 그 짧은 10분여의 시간 동안은 나의 우울한 현재도, 건강하지 못한 마음도, 보이지 않는 미래도 완전히 잊을 수 있었다.

24시간 중에 완벽하게 우울감과 공황장애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10분!

말했지만, 우리에겐 그런 10분도 너무 귀하다.

안 그러면 정말 ‘미쳐버릴 것’ 같기 때문이다.

약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버텨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정신력, 의지력은 이미 다 소진해버렸기에!


그러니, 아픈 우리들에게 고한다.


일단

1.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곳으로 떠나라

2.     낯선 곳에서 새로운 음식을 먹어보라

3.     호텔 앱에서 저렴하지만, 좋아 보이는 호텔을 검색해서 예약하라

4.     가능하면 뷰가 좋은 곳이 최고다.

5.     시설은 다 그만그만하지 않은가?

6.     창 앞에서 그 뷰를 보며 ‘이 정도면 괜찮은 삶이다!’하며 자신을 내어라


죽었던 감각들이 살아나고, 햇볕이 따스할 것이다.

너는 괜찮은 사람이라고, 얼굴을 핥고 지나는 바람이 말해 줄 것이다.

너의 일이 잘 풀릴 것이라 말하며 낯선 곳의 정경이 너를 감싸줄 것이다.

너는 곧 벗어날 것이라고, 너는 곧 훌훌 털어버리고 일어날 것이라고 생전 생각도 못했던 곳의, 알지 못했던 사람들이, 상상 불가능한 방법으로 말해줄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당분간 슬플 예정’의 시간이 조금은 줄어들 것이다.

우리의 목표는 ‘당분간 슬플 예정’의 시간에서 탈출하는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당분간 슬플 예정 3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