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토스테론으로 우울증과 싸우기
가만히 앉아 있자니, 또 슬픈 생각들이 어김없다.
왜 부정적이고, 슬픈 생각들이 이렇게 불쑥불쑥 찾아오느냐면, 왜 행복하고 좋은 생각들보다 안 좋고, 부정적인 생각들이 쉽게 떠오르냐 하면….
인간은 구석기시대를 300만 년 정도를 살았고, 신석기시대를 1만 년 정도를 살았다('총균쇠'에서는 250만 년 전에 석기시대가 시작되었다고 했다). 그러니 여전히 구석기시대의 습성이 남아있는데, 구석기시대에는 부정적인 것에 아주 민감해야 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는 맹수가 나를 덮칠 수 있는 예시일 수 있고, 쉬쉬쉭 하는 소리는, 독사가 '나를 물 수 있는 상황'일 수도 있었다. 부정적인 것에 민감하지 않으면 이는 곧 죽음과 연계되는 것이기에, 인간은 자연스레 부정적인 것에 더 민감한 쪽으로 세팅되었다.
전에 EBS 프라임인가?
꾸중 한 번 하면 칭찬 5번을 해야 원위치로 돌아온다고 했던 장면이 기억난다.
그게 그 얘기이지 싶다. 부정적인 것에 5배 민감하기?
노벨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네만은 실험에서 부정적인 것이 긍정적인 것에 비해 2배가 더 민감하다고 논문을 발표했고, 그걸 읽어본 기억이 있는데, 논문제목은 기억이 안 난다. ‘손실회피’
여하간, 멍하게 앉아있다가, 눈물이 흐르길래..
‘아차! 이거 또 나를 우울의 늪으로 빠져들고 가려고 하네! 뭘 해야 하지?’
하는데, 마침 눈에 들어오는 아령!
‘그래! 저거다!’ 싶었다.
하여간 기분이 우울하다 싶으면 일단 몸을 움직여야 돼!
하버드 대학교 교수인 Amy Cuddy님께서 테스토스테론을 분비시키려면, 자세를 활짝 펴고 뭔가 움직이라고 하셨던 거 같은데…
악! 근데, 티셔츠가 너무 거시기하다.
다른 옷으로 갈아입어야겠다.
그러고 보니 저 티셔츠 너무 낡았네!
에잇 버려야겠다.
갈아입고 나니, 좀 낫다.
낡은 옷이 사람 기분을 조종할 수 있다니, 이번 주말엔 옷장을 정리해서 옷을 버려야겠다.
버리기 아까운 옷들도 다 버려야겠다.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 들게 옷장을 텅 비워버려야겠다.
'설레지 않으면 버리라'라고 하던데,,
옷장에 버릴 것들이 천지일 것 같다.
책도 많은데, 책도 버려야겠다.
설레지 않다면 전부 박스에 담아서 버려야겠다.
일도 그런가?
하고 있는 일도 설레지 않다면 버려야 할까?
나는 내 일에 설레고 있나?
사람도 그런가?
사람도 설레지 않다면 버려야 할까?
사람은... 음...
나는 모르겠다.
설레지 않는다고, 버린다?
나는 못할 것 같은데...
버림을 당하는 것은 할 수 있지만, 버리는 것은 도저히 못 할 것 같다.
이제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해볼까?
이제, 헬스장 다닌 지 2주가 되었으니, 제법 익숙하다.
상처 입고, 아파하는 정신 때문인지 많이는 못하고, 더 이상 부정적인 생각이 들지 못하는 정도의 운동? 만 해야겠다.
으 차 으 차!
일부러 입으로 소리를 내어야 한다.
흡~ 하~ 흠~ 하~
소리가 들리는가?
그래야 내 안의 음울하고, 꺾여버린 절망들이 밖으로 나간다.
힘듦이 울음을 이길 때까지 해야 한다.
그게 100개일 수도 있고, 50개 일 수도 있다.
오른손, 왼 손!
번갈아가면서 해야 중심을 잡을 수 있다.
아령이 2개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니다. 고수는 칼 탓을 하지 않는 법이다. 한석봉은 붓 탓을 하지 않는 법이다.
아령 하나로도 우울증을 이겨낼 수 있는 것을 보여줘야겠다.
이제 두 팔로 해 볼까?
5킬로 짜리라 우스울 것 같기는 한데,,
방금 오른팔, 왼 팔 번갈아가면서 하느라 힘이 빠지긴 했고,
몇 개정도 할 수 있으려나?
50개? 100개?
더 많이 해야 하나?
조금만 해도 될까?
이 계획, 저 계획!
‘에이 일단 할 수 있는데 까지 하자!’
무계획이 좋은 계획!
한 30분 흘렀나?
드디어 몸이 힘듦이 생각의 아픔을, 정신의 혼란함을, 마음의 고통을 넘어섰다.
'테스토스테론'이 충분히 분비되었나 보다.
그렇다면 됐다.
이 정도면 됐다.
더 힘들게 하면, 아마
'내가 어쩌자고 이렇게 힘들게 운동하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 것이 뻔하다.
그러니 적절한 선에서 멈춰야 한다.
우울증이나 공황장애는 진짜 '적절함'이 가장 중요하다.
더도 덜도 말고,
넘침이나 부족함 없이...
자신을 적절하게 반성하고, 적절하게 노력하는!
아! 진짜!
안 그래도 힘들어 죽겠는데, '적절함'까지 계산하려니,,, 참 살기 쉽지 않다.
그래도 겨울을 나려면, 잔뜩 웅크리고, 추위가 물러날 때까지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
그래야 그 봄이 내게 올 것이리니...
자! 이제 반신욕!
운동했으면 반신욕 해야지!
전에는 그냥 샤워만 했는데, 이제 반신욕이 참 좋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노곤해지는 것이, 물이 막을 쳐서, 내 몸을 세상의 슬픔과 분리시켜놓는 듯한 기분?
이 때도, 그냥 멍하게 있으면 안 된다. 물이랑 함께 있어서 엉엉 울어버리고 싶을 수도 있다.
그러니, 반신욕 하는 20분 정도, 책을 읽거나, 휴대폰을 하거나 하자.
방심하면 안 된다. 우울증은 우리가 잠깐 방심한 사이, 파고든다.
우리는 정신과 육체로 구성되어 있다.
두 개가 분리된 것이 아니다.
육체는 정신에 영향을 미치고, 정신은 육체에 영향을 미친다.
대입학력고사 준비할 때에, man to man 종합 영어(5권짜리)로 공부했는데,
거기에 이런 숙어가 있었다.
‘Sound body, sound mind’(근데 이 말 내가 많이 하고 있는 거 같다!)
Sound가 형용사로 쓰이면, 건전한, 건강한의 뜻이라고 한다.
그래서 ‘건강한 신체는 건강한 정신을 부른다!’라는 뜻 되겠다.
이런 걸 기억하고 있다니,,,, 역시 공황장애, 우울증은 사람을 민감하게 만든다.
지금 나는 정신을 컨트롤할 수 없으니, 육체를 컨트롤해서 정신에게 영향을 줘야겠다.
누군가 그랬다. '태도가 행동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이 태도를 결정하는 것'이다!라고.
한결 나아졌다.
그러니, 동지들이여!
좋아하는 스포츠, 운동 하나 정해놓고, 우울감이 친구 하자고 찾아오면,
냉큼 옷을 갖춰 입고, 신발을 신고, 무기(테니스 라켓, 골프채, 탁구 채, 배드민턴 채등)를 챙기자.
막 움직이다 보면, 늘 그렇듯이, 적어도 그 시간만큼은 슬픔을 지울 수 있다.
또 아는가?
움직였으니 잠도 잘 올지..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잠을 잘 수 있다’는 것도 큰 행운이지 않은가?
결국 각자 자신만의 의식이나 루틴을 통해 이 힘든 시간을 버티고, 이겨내야 할 일이다.
운동으로, 운동하면 나오는 '테스토스테론'으로 ‘당분간 슬플 예정’의 그 당분간을 쪼금은 단축시켜보자!
우리 그렇게 하자!
#우울증 #공황장애 #테스토스테론 #아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