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조심하자!
하루에 적어도 한 번은, 한 시간 정도는 우는 것 같다.
슬픔이 두 눈 사이에서 일렁이다가, 코 끝으로 번지고, 손가락에서 저릿함이...
그러다가 여지없이 눈물이 맺히고,
그 고비를 잘 넘기지 못하면 비처럼 툭툭툭 하고 눈물을 떨구게 되고, 그 쯤되면 이제 흐름을 대비해야 할 때다.
집에 있거나, 혼자 있거나 할 때는 상관없는데, 문제는 지하철을 타거나, 사람들 앞에 있을 때이다.
다행히 약을 미리 먹으면 괜찮은데, 의존성이 강하다해서 좀 안 먹고 버티다가 눈물 나는 날에는...
지하철에서 그 일이 발생했다.
앉아있는데, 앞사람 구두코를 보는데, 그게 그렇게 슬프더라는!
살다살다 참 별 게 다 슬프다.
구두코가 슬프다니!
진짜 구두코가 슬픈 걸까?
아니면 슬프고 싶어서 구두코가 슬프다고 해석한 걸까?
아들러는 진짜 천재인가 싶다.
아마 내가 울고 싶은가 보다.
울고 싶어서 슬픔을 불러내나 보다.
눈을 감아, 막아보려 하지만, 슬픔은 감아버린 가느다란 눈틈 사이로 진한 자국을 내며 흘러내린다.
마치,
“잘 봐!”
“나 슬퍼!”
“나 너무 힘들고 괴로워!”
라고 말하듯이 흐른다.
뺨 위로 처음으로 난 길을 연이어 따라 내린다.
어떨 때엔 조금씩, 천천히,
어떨 때엔 많이, 빨리,
그 속도와 양을 고스란히 느끼면서 고개를 젖혀 창문에 머리를 기댄다.
그렇게 하면 조금 덜 나올까?
나는 어째서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슬픈 걸까?
이렇게 북적이는데,
이렇게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있는데,
이렇게 수선스러운데....
북적이고, 수선스러워서 더 그런 걸까?
나는 왜 저들처럼 북적이지 못하는 걸까?
나는 왜 저들처럼 수선스럽지 못하는 걸까?
왜 일상을 저들처럼 평범하게 살아내지 못하는 걸까?
그런 생각들 때문일까?
차마 눈 뜰 수 없어, 내려야 할 곳을 한참이나 지나고 나서 좀 한가해졌을 때, 아무렇지 않은 척, 내려서는 지하철 벤치에 앉아, 지하철 몇 대를 보내고 나서야, 화장실을 찾는다.
여전히 아직 더 흘릴 눈물이 남았다.
변기 위에 앉아서, 남은 눈물 닦아내며 나를 슬퍼했다.
그렇게 나를 위안하고, 그렇게 나에게 말 걸었다.
'힘들지?'
내가 나에게!
그러면 그게 또 그렇게 슬프다.
세상 모든 슬픔이 내게로 모여든 듯!
벌게진 눈은 이제 그만 일어나도 된다는 신호이다.
그래도 방심하면 안 된다.
어금니 꽉 깨물고, 일부러 다른 생각해야 한다.
어쩌면 유튜브를 보면서 일어나도 좋겠다.
그런데, 노래를 들으면 안 된다.
노래는 하나같이 슬프기 때문이다.
여지없다.
노래는 절대 안 돼!
특히
1.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2. 가을밤에 든 생각
3.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
4.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5. 고잉홈
6. 오래된 노래
7. 꽃이 핀다.
8. 거짓말, 거짓말
(진짜 진심이다. 우울하거나 슬프다면 위 노래들은 절대 들어서는 안 될 금지곡이다. 너무 슬프다. 헤어 나올 수 없다. 적어도 나에게는)
나는 또 어쩌다 이렇게 툭하면 슬퍼하고, 울고 괴로워하게 된 걸까?
그래도 공황발작은 아니어서 다행이다.
거기까지 갈까 봐 일부러 변기 위에 앉아서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한 건데… 감사하다.
오늘은 이 정도?
이기적이지 않아야겠다.
세상의 모든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더 마음을 주고, 관심을 쏟으며, 적어도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삶을 살아야겠다. 산다는 것은 이렇게 힘들다는 것을,,, 누군가는 자신을 위해 기도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아주길…
숭고함은 가슴 먹먹함이 아닌, 진실된 담담함으로 나타난다.
난 그렇게 슬픔에서 벗어나는 중이다.
아닌가?
슬픔과 함께하고 있는 중인가?
그렇다면, 진짜로 당분간 슬픔과 함께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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