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며칠 전에, 내가 ‘고잉홈’이라는 노래를 들으면 안 된다고, 너무 슬퍼진다고 했는데,
라디오에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노래인데,
그 시기에, 그 마음에, 그 연약함의 순간에 이 노래라니…
누군가 나를 위로하는 것은 너무 슬프다.
혼자 더 아파해야 하는데, 혼자 더 괴로워해야 하는데, 혼자 정신적 사경(죽음의 경계)을 더 헤매어야 하는데, 그러고 싶은데, 그렇게 마음껏 울고 싶은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지는 햇살에 마음을 맡기고 나는 너의 일을 떠올리며 수많은 생각에 슬퍼진다 우리는 단지 내일의 일도 지금은 알 수가 없으니까 그저 너의 등을 감싸 안으며 다 잘될 거라고 말할 수밖에 더 해줄 수 있는 일이 있을 것만 같아 초조해져 무거운 너의 어깨와 기나긴 하루하루가 안타까워 내일은 정말 좋은 일이 너에게 생기면 좋겠어 너에겐 자격이 있으니까 이제 짐을 벗고 행복해지길 나는 간절하게 소원해 본다 이 세상은 너와 나에게도 잔인하고 두려운 곳이니까 언제라도 여기로 돌아와 집이 있잖아 내가 있잖아 내일은 정말 좋은 일이 우리를 기다려 주기를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기를 가장 간절하게 바라던 일이 이뤄지기를 난 기도 해 본다
동생의 사업실패로 힘들어하는 것을 본, 김윤아가 만들었다고 하는 노래인데,, 어찌 그리 딱 내게 이야기하는 것 같은지,,,
그리고 그 특유의 토해내지 않고 이야기하는 듯한, 깊고 섬세한 진심의 목소리!
한 음, 한 음 놓치지 않고 끈질기게 나를 위로하고, 나를 보듬어 안는 듯한 따스함!
‘내일의 일을 알 수 없으니까!’
‘그저 다 잘 될 거라고 말할 수밖에!’
‘내일은 정말 나에게 좋은 일이 생기면 좋겠어!’
‘내일은 정말 좋은 일이 우리를 기다려 주기를!’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기를’
그런 저녁 같은 가사들이 나를 감싸길래, 결국 이 악다물며 울었다.
꺼이꺼이 숨 죽여가며 한참을 울었다. 나는 무엇이 그렇게 슬펐던 것일까?
마음껏 울고 싶었는데, 그 노래가 기름을 부었다.
하도 눈물을 닦아냈더니 손등이 축축할 지경이었다.
(휴지로 닦아야 하는데,,, 대충 옷에 스윽 닦았다.)
그날 집에 와서도 한참을 울었다.
눈물이 지나간 자리에는 슬픔이 가득했다.
낡아 헤진 붉은색 티셔츠는 눈물 자국이 더 선명했다.
덜 마른빨래처럼,
어쩌면 이제 막 세탁기에서 나온 옷처럼, 눈물이 흥건했다.
옷을 갈아입기 위해서라도 일어나야 했다.
이불에 젖으면, 이불을 세탁해야 하고, 그러면 골치 아파지니까!
아! 내가 이런 걸 계산하고 있구나!
아직 정신이 멀쩡한가 보다. 다행이다 싶었다.
아는 노래가 나오면 못 불러도 흥얼거리며 따라 부르는데, 왠지 이 노래만큼은,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그냥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내 지친 영혼이 노래 따라 멀리멀리 날아가는 것을 보고 있었다.
내 괴로움이 위안받는 것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내 고통이 결국 잘 될 거라는 희망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떨리는 듯한, 두려운 듯한(아멜리에 노통브 작가의 ‘두려움과 떨림’이라는 책의 제목은 정말 기가 막히다) 노래!
절망과 희망!
멈춤과 나아감!
적막함과 따스함!
의지와 마음!
사람과 공간!
그 어디메에서 또 한참이나 방황하며 나의 우울증이 얼마쯤인지, 나의 공황장애는 괜찮아져가고 있는지 아기 고양이 들여다보듯, 지켜보고 있었다.
그렇게 나를 소중하게 여기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내가 나를 귀하게 여기지 않는데, 누가 나를 귀하게 여길까?
꽤 오랜 기간 동안 이 생각, 저 생각하며 느낀 것은, 결국 우울증이나, 공황장애의 근원은 ‘자존감’과 맞닿아있는 듯하다.
쓸모없음, 버려짐, 무능력함 등의 생각에서 오는 자기 비하!
그래서 앞으로의 일들이 막막하고, 캄캄한 것이 아닐까?
‘믿을만해야 믿어주는 것이 아니라, 믿어주면 믿을 만 해진다!’라는 말을 다른 사람에게 얘기할 것이 아니라, 내가 나에게 실천해야 할 때인가 싶다.
‘괜찮아!’라는 말은 하고 싶지 않다. 안 괜찮은데, ‘괜찮아!’라고 말하면, ‘나 안 괜찮다니까!’라고 반항하고 싶기 때문이다.
‘힘내’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 힘들어 죽겠는데, 더 이상 낼 힘이 어디 있다고…
그냥
“아프면 아픈데로, 슬프면 슬픈데로, 괴로우면 괴로운 데로, 마음껏 느끼다가, 돌아오고 싶으면 돌아와! 내일은 좋은 일이 기다리기를 바래!’라고 덤덤히 내게 말해줘야겠다.
유튜브에서 듣고, 라디오에서 우연히 들은 노래를 기억해내고, 미친 듯이 울고 나니, 이 생각, 저 생각이 든다.
오호!
그러니,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고생한다면,
1. 라디오를 들어보자. 살아가는 얘기에서 조금은 재미가 느껴진다. 특히 황정민 아나운서의 뮤직쇼!
2. 그러다 우연히 아는 노래가 나오면 미친 듯이 울어보자. 울고 나면 개운해진다.
3. 그 노래가 가져오는 깊은 생각, 거기서 오는 통찰을 들여다보자. 우리에겐 그렇게 우리의 사상, 신념, 철학, 가치를 정립할 시간이 절실하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