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 오기 직전이 가장 어둡고, 봄이 오기 직전이 가장 춥다!
이제는 적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날 밤의 그 웜홀 같은 우주의 막막함과 두려움에 대해서...
2021년 5월 27일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이었다.
강변북로를 타고 운전하고 돌아오던 밤 10시경!
늦은 5월의 밤은 춥지도, 덥지도 않은 이상적인 날씨였다.
강 건너로 보이던 야경들은 아름답다 못해 정적이 흘렀다.
그런데, 갑자기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분명히
서러웠다.
나는 이렇게 힘든데, 어떻게 저렇게 아름다울 수 있지?
또 날씨는 어째서 이렇게 완벽한 거야?
처음엔 서서히 눈물만 나는가 싶더니, 그때 헬스장처럼 소리까지 내며 흑흑흑…
그러다 엉엉엉까지…
연신 오른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다가, 선크림이 녹아서 눈에 들어갔는지 어쨌는지, 더 눈이 아파왔다.
또다시 뜬금없는 시간이다.
이제 대놓고 혼자여서, 정말 얼마나 소리 내어 울 수 있는지,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 크게 크게 통곡을 했다.
엎드리지만 않았지, 내가 이렇게 크게 울었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운전이 불가능해서, 동부간선도로에 깜빡이를 켜고, 옆에 차를 댔다.
동부간선에는 차를 옆에 댈 대가 없는데, 밤이 늦었고 해서 그나마 눈치를 덜 보고 차를 댈 수 있었다.
‘이제는 크게 울어도 된다. 긴장 없이 내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된다’ 생각되니 폭포처럼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공황발작이 시작되었다.
이번 건은 지난번과 달랐다.
훨씬 쎘다.
훨씬 빨랐다.
훨씬 깊고, 훨씬 강력했다.
자기 몸집보다 3~4배는 큰 곰과 맞닥뜨린 것 같았다.
질식할 것 같은 고통도 이전의 6~7번 경험한 것에 비하면 그 정도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와!
차라리 죽고 싶었다.
그래도 전엔 ‘살고 싶었는데, 제발 이 시간을 무사히 버텨가게 해 주세요!’했는데,,,
이번엔
‘이렇게 아픈 거라면, 차라리 날 죽여라!’ 하고 있었다.
이제야 내가 처음으로 제대로 된 ‘공황발작’을 경험한 것 같았다.
바닥이라 생각했는데, 지하가 있는 것을 알게 된 기분?
이 산만 넘으면 된다 생각했는데, 또 다른 산맥들이 눈 앞에 촤악 펼쳐진 기분?
왜 사람들은 그렇지 않나?
해도 너무하다 싶으면 ‘그래 될 대로 되라!’하지 않는가?
그건 포기가 아니라, 운명에 순응하는 것이다.
내가 운명에 저항하는 시지포스도 아니고(매일 바윗돌을 산 정상에 굴려 올려놓아야 하는 일을 계속 반복하는)…
나를 할퀴고, 베는 공황발작의 그 날카로운 칼날에 극심한 고통에 몸부림치며, 미워함 없이(미워할 힘도 없고, 이유도 없었다. 나는 벌을 받아 마땅한 존재인지도 모를 일이니까!), 피 흘리며 누워있었다.
이번엔 시간이 꽤 길게 흘러갔다.
눈을 떠보니, 자정에 가까운 시간이다.
근 두 시간을 그러고 있었나 보다.
그냥 강 건너 야경이 아름다웠던 것뿐인데,
늦은 5월 밤의 날씨가 좋았을 뿐인데,
그게 서글픔으로 변하는가 싶더니,
이내 ‘공황발작’이라니…
선을 넘는 아름다움은 공황발작의 이유가 되나보다.
선을 넘는 좋음은 공황발작의 이유인가 보다.
다른 사람들도 이런가?
다른 사람들도 뜬금없이 이렇게 울고, 불고 하는 건가?
폭풍이 지나간 시간엔, 나른함과 무기력함이 자리 잡았다.
동시에 ‘다행이다. 이번에도 무사히 넘어갔다’ 생각이 뒤따랐다.
그리고,
‘요즘 왜 이렇게 자주 증상이 나타나지?’ 하는 의아함과 걱정이 떠오르고,
‘언제쯤 괜찮아지려나?’ 하는 막연함도 떠오르고…
나를 이렇게 만든 이유에 대해 원망스러움과 슬픔, 서운함, 야속함도 생기고…
앞으로 늦은 밤에 동부간선에 깜빡이를 켜고, 차가 한 대 서 있다면,,,
응원하고, 기도해줘야겠다.
옆에 차를 대고 ‘괜찮냐?’고 묻는 것은 그들이 원하지 않을 테다.
‘그런 시간들이 있어야 벗어날 수 있다’고,
‘당신은 그 시간들을 잘 헤쳐 나올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당신이 모르는 누군가가 간절히 응원하고 있다’고,
그 기운을, 에너지를 부어주며 조용히 지나쳐줘야겠다.
그래도, 그날 새벽에는 헬스를 다녀왔다.
내게 이제 헬스는 그냥 운동이 아니라, 생명을 유지시키는 산소호흡기인 때문이다.
나는 살고 싶다.
너무너무 힘들지만, 여전히 이 목숨 하나 간신히 유지하고 싶다.
언젠가 올 희망과, 담담한 미래를 맞이하고 싶은 때문이다.
눈부시지 않아도 된다. 찬란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조용히, 슴슴하게 살아가도 된다.
그 바람으로, 나는 ‘당분간 슬플 예정’을 버텨갈 것이다.
새벽이 오기 직전이 가장 어둡고, 봄이 오기 전이 가장 춥다 했으니, 이제 곧 새벽이 오고, 봄이 오려나 보다!
#우울증 #공황장애 #동부간선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