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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슬플 예정 46

4관왕

다 이유가 있다!


전에 헬스 다니면서 단백질 쉐이크를 먹는다는 사람들을 보면 '진짜 저렇게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싶을까? 그렇게 근육을 키우고 싶을까?' 하며 그들을 평가절하했더랬다.

그냥 헬스만 할 것이지...하며 그들을 약간  무시(?)하기까지 했다.


내가 우울증 극복을 위해 새벽 헬스를 다닌다 하니, 금호타이어에 다니는 지인 신과장(이름을 밝히기는 곤란하다)이 꼭 단백질 보충제를 먹어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운동을 하면 근육이 찢어져요. 그 상태에서 단백질을 보충하지 않으면 찢어진 상태 그대로, 상처 난 그대로 내팽개치는 거랑 같아요!"라고 말해주었다.


우유나 두유 먹으면 안 되나 했더니... 우유는 100밀리미터당 3그램이 들어있다고, 그냥 단백질 보충제 먹으라고...


모든 건 다 이유가 있다.

단백질 보충제 먹던 그들에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내가 모르니까 내 기준으로 재단하고, 평가하고, 단죄했던 것이다.

이 얼마나 아둔하고, 미련한 행동이었던가?

진짜 부끄럽기가 끝이 없다.


사람들이 내가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는 것도 다 이유가 있듯이, 내가 우울증에, 공황장애에, 불면증에 시달리는 것도 다 이유가 있을 터다.

그게 뭔지는 모르겠으나, 그것을 알고 나니 조바심이 사라지고, 제법 평안함이 찾아온다.

실체는 모르지만, 모르는 것을 모른다는 메타인지, 다 이유가 있을 거라는 것을 인정하는 무지의 유의식(학습의 4단계 중 2 단계)이 마음을 다스려준다.


그러니, '왜 그럴까?' '왜 내게 이런 일이...'라고 불평하고, 서러워할 것이 아니라,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라고 메타인지를 떠올리자!

우울증의 기세가 사그라들고,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평안함이 반길 것이다.


그나저나, 오른쪽 갈비뼈 아래쪽, 팔꿈치가 닿는 배와 등의 경계가 어제부터 간질간질한 것이 뭔가가 나기 시작했다.


우둘투둘!

어?

이거 대상포진 초기 증상?


3년 전엔가? 대상포진에 걸린 적이 있는데, 그때도 딱 거기였다. 처음엔 그냥 가려움증이라 생각했는데 너무 아파서 병원 갔더니, 대상포진!

어쩐지 너무 아프다 했다.


잠깐 그러면 나는,

우울증, 공황장애, 불면증에 대상포진?

이거 이거 철인 4종? 4관왕인 건가?

대단해!

감기, 몸살, 기침, 오한 같은 정도가 아니라

불면증, 우울증, 공황장애, 대상포진(발생된 순서대로)이라니...불우공대라고 불러야겠다.

거의 종합병원 수준인데!

불면증이 지속되니 면역력이 떨어졌을 것이고, 그러면 당연히 잠재되어있던 대상포진이 기를 펼칠 것인데,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던 것일까?

미리미리 예방주사도 맞고, 나를 좀 더 돌보고 챙겼어야 했는데..

말로만 '나를 사랑해야지'하면서 당최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는?

엔진 오일이랑, 브레이크 라인이랑, 타이어 상태랑..  점검해가며 사용해야 하는데, 그런 거 없이 무작정 차를 이용하는 느낌!


그나저나 정신이 번쩍 든다.

우울증, 공황장애, 불면증으로도 겨우겨우 버티고 있는데, 대상포진이라면?

내 인생의 가장 힘든 날이 지나고 있다.

진짜 헛웃음 나온다.


바늘로 찌르는 듯한 고통이 오른쪽 갈비뼈 부분에 시작되고, 샤워 물줄기가 송곳처럼 날카로운 느낌이라, 병원에 갔더니,,, 여지없다.

대상포진


견딜 수 있는 고통만큼 주신다는데, 도대체 얼마나 나를 더 시험에 들게 해야 하는지...

당분간 슬플 예정이 아니라, 당분간 아플 예정!

그래도 슬픔은 마음 영역이고, 아픔은 몸 영역이니 다행이다! 차라리 몸 아픈 게 낫다. 마음 아픈 건 진짜 못 견디겠더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


#우울증 #공황장애 #대상포진 #불면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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