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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슬플 예정 48

레모네이드나먹어야겠다!

뜬금없이

갑자기

순식간에

대상포진 부위가 너무 아파왔다.

아니 아려왔다. 맞다. ‘아리다’라는 표현이 딱이다. 

송곳으로 누군가 같은 부위를 계속 쑤시는 듯. 슉슉슉!

쑤신데, 또 쑤시고, 

같은 곳을 또 쑤시고…

날카로운 것이 내 몸을 찌르는 고통은 오…

일본 순사들이 독립군들을 못이 박혀 있는 관에 가두고 흔들었다는데,, 그 정도의 아픔일까?

손톱 사이에 대나무를 찔러 넣었다는데, 그 정도의 아픔일까?

이런 고통의 순간에 고난 받았을 독립군들의 생각이라니… 그래도 감정을 조절하는 데는 생각을 조절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다. 감정은 생각에 의해 달라지는 것이니까!

독립군이라….

‘독립군들보다는 훨씬 덜 괴로울 것이다!’라는 생각에 미안해지기도 하고, 숭고해지기도 하고…

대의를 위해 자신의 삶이나 영달을 포기하는 위대함!

도대체 그들은 무엇 때문에, 도대체 어떻게?

그래도 나는 치료도 받고, 주사도 맞고, 이렇게 아프면 약도 먹고… 그리고, 곧 끝날 것이라는 희망도 있지 않은가?

그들은…. 아픈 것은 차지하고라도, 모멸감, 치욕, 그리고,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막막함!


아픔은, 고통은 생각들로 완화시킬 수 있다.

아픔도 결국 감정이라면, 감정은 생각에 의해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것이니, 덜 아픈 감정이 일게 하는 다른 생각을 하면 된다.

무섭다면 일부러 노래를 부른다거나, 슬프다면 일부러 재미있는 예능 영상을 본다거나…

부정적인 생각에 집중할 것인지, 긍정적인 생각에 집중할 것인지.. 우리는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


전에 엄청 신기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겨울이었는데, 너무 추워서,

‘아 추워! 아 추워!’하며 몸을 잔뜩 웅크리고 걷는데, 목과 어깨가 너무 뻐근해 오길래, 

에라 모르겠다 심정으로

‘아! 안 춥다! 아! 시원하다!’ 하며, 양 팔을 휘휘 휘둘렀더니,, 거짓말처럼 안 추웠었다는…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아니 이렇게 안 추운데, 왜 내가 그렇게 웅크리고 걸었던 거지?’라는 생각이 들만큼 추위를 느끼지 못했다..

그게 엄청 신기했다.

아! 이게 사람이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진다는 건가?


그런 특별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그 후에도 종종 써먹기도 했다.

너무 피곤하면, ‘나는 안 피곤하다! 나는 컨디션이 아주 좋다!’하고 주문을 외우고,

발표를 앞두고 너무 긴장되면, ‘나는 긴장이 아니라, 설레고 있는 거다. 아주 잘한다. 멋지게 해낸다!’하며 나를 격려했다.

실제로 뇌는 이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한다고 한다.

‘냉장고 안에 있는 레몬을 오른손으로 잡아보니, 차가운 느낌! 그 레몬을 반으로 잘라 자른 단면에 식초를 샤악. 그리고 맛을 보면…’

먹고 있지도 않고, 생각만 하는데, 벌써부터 침이 고인다는 것은,,,

‘뇌는 현실과 이상을 구분 못함’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러니, ‘나는 우울증이야. 나는 공황장애야. 나는 불면증이야!’ 하는 것들은 우리 뇌로 하여금, 더 우울하게 만들고, 더 발작하게 만들고, 더 잠 못 들게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대상포진에 걸려있고, 오른쪽 갈비뼈 부분에 수포가 생겨 송곳처럼 쑤시고 아파!’라는 것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나의 뇌는 더 아픔을 느끼게 하는 것이리라!


나는 괜찮다.

나는 건강하다.

나는 웃는다.

나는 희망차다.

나는 긍정적이다.

나는 활기차다.


이런 주문들로 나를 채워야겠다.

그렇게 나의 뇌를 헛갈리게 만들어야겠다.

나는 뇌다.

팔이나, 다리가 없어도 살지만, 뇌가 없으면 살지 못한다.

나는 뇌다.

그러니, 뇌에게 주문하고, 명령해야겠다.


오래간만에 레모네이드나 만들어 먹어야겠다. 레몬에, 사이다에, 얼음에…

냉장고에 레몬이 있나?


안 괜찮은데, 괜찮다고,

슬픈데, 안 슬프다고,

힘든데, 안 힘들다고,


나도 참 고생이 많다.


당분간 슬플, 아니다.

당분간 괜찮을 예정!


#우울증 #공황장애 #독립군 #대상포진 #레모네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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