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person theory
2021년 7월 2일
내게는 존경하는 분이 몇 분 계신다.
어릴 때에야, 간디, 마틴 루터 킹,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 나폴레옹이었지만, 나이가 들면서 조금 머리에 뭔가가 차기 시작하면서, 빈센트 반 고흐, 니체, 넬슨 만델라(도대체 감옥에서 25년을 복역하면서도 남을 미워하지 않을 수 있다니,,, 그리고 결국 남아공의 대통령까지… 진짜 대단하다는 말 외에는 다른 감탄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이다), 스피노자(사과나무 한 그루 심겠다던,,, 아버지의 재산을 물려받아 부유하게 살 수 있었는데도, 그것을 포기하고, 평생 안경 닦는 일을 하며 자신의 철학을 완성시킨, 철학자들이 이야기하는 서양철학의 천재), 음 그리고 또 누가 있더라…
비교적 최근에는, 스캇 펙(‘아직도 가야 할 길’의 저자), 오은영 박사(자녀 교육을 어쩌면 그리도 고양된 관점으로, 온갖 사랑으로 풀어내시는지,, 최근에 우연히 알게 되어 몇 편 보는데 정말 펑펑 울었다) 정도?
정치인이나 가수도 있지만, 여기서는 그냥 마음으로만 담아둬야겠다.
그리고, 절대 뺄 수 없는, 존경하는 것으로 치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나의 사부님!
7월 2일 밤 10시 14분에 전화가 오셨다.
“6월 19일 이후로 글이 안 올라와서, ‘잘 지내나?’ 궁금해서 전화했다!”
눈물이 왈칵!
흘러내리고, 쏟아져 내렸다.
생각해보니, 대상포진이 위세를 떨치기 시작한 후였다.
잘 버티고는 있었지만, 가끔씩 찾아오는 고통이 진을 다 빼는 터라, 사실은 글을 쓸 힘도 없었지만, 쓰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써서 뭐 하게?’라는 생각?
모든 게 그렇듯이, 마음이 동해야 움직이지 않는가 말이다.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마음만 있다면, 참고 결국 그 길을 가게 된다.
모든 것은 마음이다. 일체는 유심조!
그래서 고통의 시기가 지나고, 몸이 회복되고 있었음에도 쉬이 글을 쓸 수가 없었다.
마치, 학교를 몇 번 빠진 아이가 학교 가기 싫어지듯…
낯설다 해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불편해서, 어색해서, 어려워서 길을 찾을 때까지 기다렸는지도 모르겠다.
‘못 찾으면 안 가면 되지!’ 하는 심정도 있었는지도 모른다.
49편의 4단 콤보 공격(불면증, 우울증, 공황장애, 대상포진)을 받고 비틀거리며 누워있었는데…
사부님께서 친히 전화를 주신 것이다.
‘잘 지내냐고…’
‘내가 널 걱정하고 있다고…’
‘내가 널 지켜보고 있다고…’
그래서 그렇게 미친놈처럼 눈물이 흘렀나 보다.
쓸모없는 나인 줄 알았는데, 귀하지 않은 나인 줄 알았는데, 아무도 관심 가져주지 않는 나인 줄 알았는데….
‘외로움’
그래서 그랬다보다.
나의 4가지 병 모두, 외로움에서 왔나 보다.
그래서 사부님께서 ‘넌 외롭지 않다’라는 것을 늦은 밤 뜬금없는 전화로 알려주셔서 이렇게 계단에 앉아 서럽게 울고 있나 보다.
계단에 눈물이 뚝뚝 떨어지도록, 스윽 눈물 훔친 왼쪽 옷소매가 푹 젖을 정도로, 그렇게 오랫동안 서럽도록 외로웠나 보다.
서러움은 울음소리도 처량하다.
조용하지만,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낀다.
조금만 선을 넘으면 큰 소리로 울게 되는데, 서러움을 토해내는 울음은 그 선을 넘지 않고, 외줄 타기를 절묘하게 하며, 넘어질 듯 넘어질 듯 가늘고 휘청이며 잘도 간다.
One person 이론이라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아무리 안 좋은 환경에 놓여있다 할 지라도, 단 한 사람만 믿어주고 인정해준다면 그 사람은 무조건 잘 자랄 수밖에 없다는 이론이다.
한 때 탈옥으로 떠들썩했던 ‘신창원’이라는 탈옥수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선생님이 ‘새끼야 돈 안 가져왔는데 뭐 하러 학교와, 빨리 꺼져’했는데 그때부터 마음속에 악마가 생겼다.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너 착한 놈이다’ 머리 한 번만 쓸어주셨으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라고 했다고 한다.
그 one person이 갑자기 생각이 났고, 내게도 그런 사람이 있구나 싶었다.
그래서 동기가 부여됐고, 힘이 났다.
이상하게 잔잔하고, 차분하고, 결연한 느낌이 들었다.
이번엔 진짜 뭔가 제대로 나아갈 것 같은….
한 20분 울었을까?
핸드폰 네이버 메모장에 기록한 브런치를 저장하고 일어난다.
그래! 이제 다시 시작할 수 있겠다.
브런치 써야 하는데, 써야 하는데 마음만 먹고 있었는데… 다시 시작할 수 있겠다.
우울증 털어내야 하는데 털어내야 하는데.. 털어낼 수 있겠다.
공황장애 이겨내야 하는데, 이겨내야 하는데… 이겨낼 수 있겠다.
대상포진 나아야 하는데, 나아야 하는데… 이건 거의 나은 것 같다.
이 모든 괴로움의 시간들이 ‘외로움’에서 시작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해답을 깨닫고 나니,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에 더 관심을 갖고 행동으로 옮겨야겠다. 전화도 한 번 더 하고, 그들의 안부를 묻고, 그들을 응원해야겠다.
이제 조금씩 덜 슬플 예정!
아니 기쁨으로 조금씩 채워갈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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