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소리에서 배우다!
후두둑!
진짜 이런 소리가 났다.
비가 시작되는 소리!
멀리서 들리는 말발굽 소리 같기도 하고, 드럼을 시작하기에 앞서 몸 푸는 소리 같기도 하고, 깊은 산 계곡의 작은 돌멩이 하나 떨어지는 소리 같기도 하고...
뭔가가 시작된다는 것은 이렇게 소리를 내는 것일까?
천둥은 폭우를 시작하는 소리이고,
휘이잉 위이잉~ 바람소리는 태풍이 시작된다는 소리이다.
봄은 꽃이 피는 소리로 시작하고,
여름은 해변가 모래사장에 '쨍'하고 소리를 내며 내리쬐는 햇볕으로 시작하고, 가을은 파랗게 물들기 시작하는 하늘소리로 시작하고, 겨울은 소복소복 소리를 내며 내려앉는 하얀 눈 소리로 시작한다.
아침은 숲의 새들이 노래로 시작케 하고, 저녁은 길게 길게 드리우기 시작하는 그림자 소리로 시작된다.
들리지는 않지만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위대함!
나의 어려움의 시작에도 소리가 있었을까?
너 이제 곧 아플 거야!
너 이제 곧 잠을 못 자는 날이 1년 이상 지속될 거야!
너 이제 곧 우울감으로 눈물로 밤을 지새게 될 거야!
너 이제 곧 마비증세들로 인해 고통의 끝을 경험하게 될 거야!
그리고, 그런 정신적인 것들 외에 고통스러운 신경들로 인해 소리 지르며, 참아내야 하는 순간들이 올 거야!
이런 소리들을 감지했었더라면 대비라도 했을 텐데...
이렇게 힘들지 않았을 텐데...
이렇게 불쑥불쑥 울지도 않았을 텐데..
운전하다 차를 대고, 감정 추스르는 일도 없었을 텐데..
그 소리를 들었어야 했는데...
잠깐!
그렇다면?
지금 이런 소리도 있는 거 아닐까?
너는 곧, 아주 곧 좋아질 거야!
너는 금방 건강이 회복되어 하루를 행복하게 시작할 수 있을 거야!
너는 곧 일어나서 너의 역할을 수행해내며 다시 성장의 길에서 성취하는 삶을 살게 될 거야!
너는 다시 긍정적인 괜찮은 사람으로 돌아갈 거야!
너는 사람들과 웃고 떠드는 소소한 기쁨을 맛보게 될 거야!
와 좋겠다.
그렇게 되면 진짜 좋겠다.
유리컵이 안 깨졌더라면 좋았겠지만, 깨졌다고 울고 불고 서러워할 일이 아니다.
빨리 스카치테이프로 붙여야 한다. 아니면 새로운 유리컵으로 바꾸던가!
내겐 너무 소중한 유리컵이라, 잘 붙여서 끝까지 같이 가야겠다.
건강하고, 긍정적인 나만 예뻐하는 거 아니라, 상처 입은 나도, 웅크린 나도, 울고 있는 나도 예뻐해야겠다.
좋아질 것이라는, 들리지는 않지만, 존재하고 있을 소리를 위하여!
그때까지 묵묵히 전진할 예정!
#우울증 #공황장애 #대상포진 #빗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