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천 따지,검을현누를황
잠은 잘 자고 있어?
누군가 그렇게 내게 물었다.
여지없다.
눈물이 눈알을 감싼다.
순식간에,
하지만 조용히!
흘러내릴 만큼은 아니다.
다행이다.
맞다.
나 잠 못 자고 있지!
나 피곤하지!
나 아직 아픈 상태이지!
라는 각성.
아픔도 지속되면 무뎌지는 건가?
아니면,
'난 괜찮다'라는 자성예언 때문인가?
잠깐 무심코 나를 잊고 있는데, 잠은 잘 자냐라는 관심은 아픔을, 시간을, 존재를 불러일으키며 눈알로 모여든다.
군대에서 교관이 '호루루루' 호루라기 불며 '선착순'하면 죽어라고 달려오는 듯이 아픔, 시간, 존재는 숨을 헉헉대며 줄을 선다.
뒤이어 오는 받아들임, 약간의 희망, 굳은 결심, 감사함!
이 작은 눈알에,
이 짧은 순간에,
이렇게나 많은 우주가 펼쳐지고 있었다.
우주라...
어릴 적에 천자문을 외운 적이 있다!
물론 끝까지 외울 리가 없다.
앞부분만 열심히 외웠다.(수학의 정석도 제일 앞부분만 열심히, 맨투맨 종합 영어도 앞부분만 열심히)
하늘천 따지 검을현 누를황, 집우 집주 넓을홍 거칠황!
집우 집주!
그게 우주인데, 한자로는 공간과 시간을 나타낸다.
우주를 공간과 시간으로 본 것이다.
대단하지 않은가?
양나라시대 무제의 명을 받은 주흥사가 만들었다 하는 걸보면, 서기 500년쯤이니까...
대충 1,500년 전에 우주를 공간과 시간으로 보았다니!
게다가, 우주홍황!
공간은 넓고, 시간은 거칠다!
공간이 넓은 걸 안다는 건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시간이 거칠다'라는 표현은 도무지 이해를 넘어선 이해?
그 시절에도, 1,500년 전에도 시간은 거칠었구나!
주흥사의 시간도 거칠고, 분별없고, 두렵고, 무섭고, 외롭고, 고통스러웠던거구나!
잠깐!
설마 주흥사도 우울증? 불면증? 공황장애? 대상포진?
말이 안 되는 것이 아닌 것이, 양나라 황제 무제가 주흥제에게 직접 명령하였으니, 얼마나 부담스러웠을까?
잘해야 하는 부담감이 아마 엄청났을 것 같다.
잘못하면 까딱 신하 목숨 하나쯤은 그냥 거두어버리던 시기였으니까!
그렇다.
'잘 하고 싶다'라는 부담감에서 불면증과, 우울증이 시작되는 것일 수도 있겠다.
그러니 좀 내려놓자.
다 잘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잘 못 하면 어때?
우울증으로 잠 못 자는 거 보다 백 배 낫다!
그러다 자칫 삶의 의미를 잃게 되면?
엄마가 그랬다.
"똥밭에서 굴러도 저승보다 이승이 낫다!"
아!
또 엄마 생각나네!
엄마가 이런 얘기를 한 걸 보면 엄마의 삶도 참으로 고단했나보다.
각설하고!
우울증, 불면증, 공황장애, 대상포진이라면
'다 잘하려고 하지말자'
최선을 다하되, 결과는 하늘에 맡기자!
결과까지 조정하려 해서 힘든 거다.
하늘의 일을 건드리려 해서 우울한 거다!
내가 할 수 있는 영향력의 원에 집중하자!
여행도 가기 전날이 가장 설레는 법이다.
가는 비행기에서 기내식 먹을 때가 가장 좋은 법이다.
과정이 결과를 만들 테다!
그제서야 비로소 잠이 들테다.
공간은 넓고 시간은 거칠다고 하니까
그 때까지 이 악물 예정!
#우울증 #공황장애 #대상포진 #천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