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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슬플 예정 56

알게 되어 놀라다!

너무나 당연해서 확인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들이 나를 놀라게 할 때가 있다.

일 관련해서는… 당연히 잘 될 것이라 믿었는데, 그래서 마땅히 확인했어야 할 것을 확인하지 않아서, 터무니없는 순간에 무너져 내린 일!

사람 관련해서는… 말해 무엇하리… 뒷통수치고, 배신하고….

그래서 프로이트가 그랬구나?

‘사람은 일과 사랑에서 행복해야 진짜 행복할 수 있다!’

결국 일과 사람인건가?

일에서 성공했는데 사람이 없거나, 사람은 얻었는데, 일에서 성공하지 못했거나!

새삼 ‘그렇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오늘도 생각만 너무 많이 했다는 증거다.

움직이는 건 귀찮고, 핸드폰으로 에르미타주 박물관의 작품들을 살펴보며 죽어있는 예술혼을 불사르기로 했다. 실제 상 페테르부르크에 간 적이 있다.(놀라운 사실은 상 페테르부르크가 과거에는 레닌 그라드라고 불렸다는 것! 나이 50에 가까운 사람은 ‘레닌 그라드’라는 단어를 알 터다).

박물관이 너무 커서 작품들이 너무 고요해서, 조용히 웅장해서 돌아다니는 내내 침묵했던 기억이 있다. 진짜 경험이 중요하다. 그래서 ‘갈까 말까 할 때는 가야 한다! 할까 말까 할 때는 해야 한다. 살까 말까 할 때는 사지 말아야 하고, 먹을까 말까 할 때는 먹지 말아야 한다!’

직접 경험은 후에 오는 간접 경험에서도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 그 짜릿함에 몸서리치다가, 미술작품들을 타고 타고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사진 한 장에 깜짝 놀랐다.



누구의 사진일까?

상상도 못 할, 상상할 수도 없는 바로 그 이름! 알게 되어서 깜짝 놀란 그 이름!

빈센트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에, 감자 먹는 사람들, 침실, 자화상 등등…

그저 겁나 유명한 화가 정도로만 알고 있지만, 그의 삶이 어땠는지 너무나 당연해서 확인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그 빈센트 반 고흐!


‘슬픔이, 고통이 끊이지 않는다’고 동생에게 편지 보내던 그 화가!

왜 그렇게 그는 어둡고 힘들었던 것일까?

어째서 평생을 그렇게 고독하게 살아야만 했던 것일까?

신경과민으로 자신의 왼쪽 귀를 잘라내는… 

도대체 어느 정도여야 자신의 왼쪽 귀를 스스로 잘라낼 수 있을까?

도대체 어느 정도여야 스스로에게 총을 쏘아 자살을 시도할 수 있을까?


솔직히,

자살은… 공황발작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정말 한 순간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선택을 할 수도 있겠다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방송인 이경규도 공황장애로 수년 째 고생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가 명쾌하게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설명했는데,

“우울증은 죽고 싶은 것이고, 공황장애는 죽을 것 같은 것이다!”

진짜 탁월한 설명이다.

여하간, 자신의 손으로 ‘귀를 자른다?’ 이건 상상도 못 할 수준이다.

그가 얼마나 오랜 시간을, 좌절에 노출되었는지, 외로움과 싸웠는지, 희망을 가지려 몸부림쳤는지 느껴지는 것 같아 소스라쳤다.

그런 고흐에게도 저렇게 훈훈한 젊은 시절이 있었다. 적절한 볼 살은 포근하고, 먼 곳을 응시하는 눈매는 편안하고, 살짝 띤 미소는 아늑한, 적절히 곱슬거리는 머리칼은 아담했다.

좌절? 절망? 낙담? 고독?

이런 것들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그런 그였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눈매는 쓸쓸하고, 주름은 황량하고, 미간은 거칠고, 뺨은 메마르고, 마음은 황폐해졌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그런 것인가?

거친 사회가 눈매를 쓸쓸하게 만들고,

힘든 관계가 주름을 황량하게 만들고,

막막한 미래는 미간을 거칠게,

책임져야 할 것들은 뺨을 메마르게,

결국 뒤돌아보니 이루어 놓은 것이 없다는 결론은 마음을 황폐하게 만드는 것인가?


고흐가 런던 태생의 한 아가씨에게 실연을 당하면서부터 인생을 어둡게 살기 시작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관계의 실패가 가져오는 일의 실패! 사람과 일! 

동생에게 생계를 의지할 수밖에 없는 무기력함과, 성공하지 못해 초조해하던 화가는 결국…

나의 무기력함과 초조함이 100년도 전에 살았던 어느 화가와 비슷한 것 같아서 갑자기 무섭다. 

무기력함과 초조함을 경계해야겠다.

어떻게든 벗어나 보려 애쓰던 고흐!

그래서 ‘침실’이라는 그림에서 밝은 안정감을 그렇게 그려내고 싶었나 보다.

그것만 생각하자!

여차하면 공황장애다.

늘 밝고, 안정감 있는 생각으로 나를 다독이자!


가늘고 길게 살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두껍고 짧게 살고 싶은 사람도 있다.

가늘던 두껍던, 길던 짧던!

일단 살고 보자!

그래야 다음 한 발을 내디딜터다!


누군가의 삶에서, 나를 반추하고, 삶의 방향을 결심한 오늘!

오늘은 열심히 살 예정!


#우울증 #공황장애 #불면증 #빈센트 반 고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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