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 우울증 판정
2021년 2월 25일
차를 운전하고 가다가,,
다시 숨이 안 쉬어지기 시작했다.
식은땀!
마비 증상!
어?
이거 며칠 전에 있었던 상황인데…
이러다 차 사고 나겠다 싶어, 차를 옆길에 대고, 깜빡이를 켰다.
싸이드 브레이크도 걸었다.
이제 죽음이 다가오는 것을 느낄 차례다.
며칠 전과 같다면,
심장 소리는 북을 치듯이 둥둥둥거릴 테다.
귀에 그 소리가 고막을 찢을 듯이 기세가 등등할 때,
숨이 안 쉬어지기 시작할 테지.
심장이 이렇게 크게 뛰는데, 숨이 안 쉬어지는…
그 모순이 그 순간에도 이해가 되지 않는…
억,
헉,
억,
으악…
거의 기절하기 직전에야, 숨이 제 상태로 돌아올 채비를 했다.
아!
이건 큰 일이다.
잽싸게 정신과를 찾았다.
왜 정신과냐고?
근 보름 동안을, 거의 잠 못 자고, 깊은 생각에 빠져서
‘아! 나의 정신이 이상해져가고 있구나!’라는 자기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요즘 고민이 많았다. 잠 못 들고 고민했다.
그 사이사이 숨죽여 오열하기도 했다.
신체가 문제가 아니었다.
나의 정신!
가장 가까운 분당 정신과를 찾았다.
예약해야만 진찰을 볼 수 있는 곳인데,
마침 화장실에 다녀오시던 원장님께서 울고 있는 나를 발견하시고는, 부랴부랴 진찰을 해 주셨다.
뭔가 심각한 기운을 감지하신건가?
진찰을 받았고,
결국,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2021년 2월 25일! 공황장애!
내가 공황장애라니….
연예인만 걸리는 줄 알았는데, 유명한 사람만 걸리는 줄 알았는데,,,
그래도
의사가
“당신은 공황장애입니다. 그것도 엄청 심각한 상태입니다!”라고 얘기해 줘서 속은 시원했다.
왜 숨이 쉬어지지 않는지, 왜 식은땀이 나고, 손발이 마비 증상이 오는지, 심장소리가 귀에서 북소리처럼 들리는지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왜 우리는 모르면 답답하고, 미칠 것 같지 않은가? 당장 내비게이션이 없던 시절만 봐도 그렇다. 내비 없던 시절에는 차가 막히면 걱정되고, 답답하고, 심지어 감정조절이 안 되어 화까지 내는데, 내비가 생기고 나서는 몇 시에 도착할지 알게 되니, 마음이 편안해지고, 감정이 조절되고, 해결책을 생각하게 된다. 우리네 마음속에도 내비게이션이 있으면 좋겠다.
‘내가 정신이 나갔다(공황장애는 정신이 나간 건가? 글쎄 내 기준에는 ‘감정적으로 자신을 통제하지 못한 상태’가 정신이 나간 것이라면)는 것을 알게 되니, 그제야 마음이 살짝 놓이는 이 역설이란…
그 역설의 발견이 허탈해서 크게 한 번 웃었더니,,, 의사가 하는 말이 더 무섭다.
“이런 사람이 더 위험해요! 이렇게 크게 웃는 분들! 이런 분들이 다음 주에 안 나오시더라고요!”
하길래,
“그게 무슨 뜻이죠?”라고 물었더니,
“극단적으로 선택을 합니다. 진짜 엄청 심각한 상태입니다! 조심하셔야 해요!”
상담받다가 이렇게 가끔 크게 웃으시는 분들이 ‘선택을 한다’고 한다.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내겐 삶이 더 이상 의미를 발견할 수 없는 보름의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된 걸까?
나는 어쩌다 이 상황까지 몰리게 된 걸까?
내가 욕심이 많은 건가?
내가 바램보다 무능력함을 느껴서 그런 건가?
아니다.
코로나 때문이라고 하자!
코로나 때문에 일도 많이 줄어들고, 코로나 때문에 어디 가지도 못하고,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도 못 만나는 때문이라고 하자!
이렇게 남 탓을 해야 자존감이 상처 받지 않을 테니…
전에 책에서 읽은 건데,
사람들은 자기에게 좋은 일이 생기면, ‘자신이 똑똑해서, 자신이 노력해서, 자신이 열심히 해서’등으로 그 원인을 내부에서 찾는다고 한다. 그런데 자기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기면 ‘나는 열심히 했는데, 환경이 안 좋아서, 사람들이 나빠서, 갑자기 정책이 바뀌어서’등으로 그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다고….
신기한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일이 생기면, ‘저 사람은 운이 좋아서, 부모 잘 만나서, 환경이 좋아서’등으로 그 원인을 외부에서 찾고, 그 사람에게 나쁜 일이 생기면, ‘저 사람은 게을러서, 정직하지 않아서, 머리가 나빠서’등으로 그 원인을 그 사람 내부에서 찾는다고 한다.
그때 읽었던 기억으로는,
‘자신에게 관대함을 경계하고, 타인의 성공/실패를 해석하는 것에 주의를 기울여라!’
뭐 이런 것 같았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내가 정상적(?) 상태, 그러니까 나를 온전히 들여다 보고, 잠도 잘 자고, 밥도 잘 먹고, 사람들과 만나는 것이 두렵지 않은 상태에서는 가능한 일이고, 맞는 말이다.
그러나, 지금
보름째 잠 못 들고, 너무 피곤해지면 수면제로 겨우 잠을 청해야(수면제 계속 먹으면 의존하게 된다고 하니 조심해야 한다)하는 상황이라면,
세수하다 눈물이 나고, 세수 후에 수건으로 얼굴을 닦다가 다시 눈물이 나고, 다시 세수하고, 다시 수건, 다시 눈물, 다시 세수, 다시 수건, 다시 눈물… 그렇게 7번은 해줘야 겨우 화장실 문을 나설 수 있는 상황이라면,
화장실 문을 나서려고, 문고리를 잡는 순간, 다시 눈물, 다시 세수, 다시 수건, 다시 눈물…. 그런 상황이라면,
‘자신에게 관대함을 경계하고, 타인의 성공/실패를 해석하는 것에 주의를 기울여라!’
가 아니라,
‘무조건 자신에게 관대해지기!’가 필요한 상황인 것 같다.
마음껏 환경 탓을 하고, 마음껏 남 탓을 해도 괜찮다.
‘이 놈의 코로나 때문에!’ ‘너 때문에!’ ‘넉넉지 못한 가정환경 때문에!’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어디 가서 펑펑 울어도 될, 아니 울어야 할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 힘든 시기를 이겨 나갈 수가 없다.
그렇게 탓도 하고, 울기도 해야, 하루는 버텨 나갈 터다.
그렇게 하루하루 버티다 보면 적응의 순간이 올 것이고, 그 순간들 끝에는 ‘해결책을 찾아내는 날’이 올 것이다.
공황장애!
그래! 너 내가 이겨주겠어!
처음엔 거부하다가, 이해하다가, 받아주다가, 친구가 되었다가, 고마워하는 그런 존재가 되게 해 주겠어!
라고 결심을 해 보지만,
그래도 나는 당분간은 슬플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