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리 이야기-1

학교에서 만난 아기 고양이 채리

by 이경화

늦은 나이에 다시 진학한 학교. 복학 후 낯설어진 학교와 새로 배정된 학급에 적응하고 있던 시기였다. 약간 찬 기운이 남아 있던 초가을 날씨에 마음이 살랑거리고, 곧바로 귀가하기엔 뭔가 아쉬워 그날은 수업을 다 마쳤음에도 교내를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구내식당 앞 벤치 근처 통로를 사람들이 둥글게 원을 그리며 모여 있었다. 웅성웅성. 소곤소곤.

'와 어떻게 너무 귀엽다~" "어짜노? 어미가 버리고 갔나?" "불쌍한데 귀엽다"

무슨 일인지 궁금해졌다. 뭔가 귀여운 생물을 둘러싸고 구경하는 듯했다.

'뭐지? 학교에 저렇게 모여서 구경까지 할만한 동물이 있었나?'

인파를 어찌어찌 헤쳐 안으로 들어가 보니 손바닥보다 약간 더 큰 몸집의 아기고양이가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의 무리를 피해 잔뜩 웅크리고 있었다. 아마 그 아기고양이에게는 혼자 남겨진 것보다 훨씬 공포스러운 시간이 아닐까?

그 순간 "언니~!" 하는 반가움이 묻어난 목소리가 들렸다. 설마 나를 부르는 건가?

주위를 둘러보다 이번에 동기가 된 여학생이 보였다. 유난히 밝아 낯가림이라고는 없어 보이던 여자 아이. 타지에서 다른 전공을 배우다 휴학하고 다시 진학해 왔다는 그 아이였다. 알고 보니 이 여학생이 건너편 본관 앞에 있던 이 고양이를 옮겨온 장본인이었다. 순간 납치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가끔 이소 중에 어미에게서 떨어진 고양이가 은신처에서나 은신처 주위의 길에서 발견될 때가 있다. 우리들은 작고 약한 아기고양이가 어미에게서 버려졌다고 착각하기 딱 적당한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불쌍하다며 보호소나 집으로 데려와 버린 그 순간부터 어미와 아기고양이는 강제로 이산가족이 되어 버릴 수가 있다.

이소에는 보통 몇 시간에서 길게는 하루까지 소요될 때도 있다고 한다. 그 시간 중에 은신처에 얌전히 숨겨두고 온 아기들이 기다림과 배고픔에 지치거나 호기심에 바깥으로 나왔다가 미아가 되어버리기도 한다. 가끔 사람에게 발견되면 어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버려진 아기고양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져 거주지를 이탈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고양이 어미의 입장에서는 아기는 잃어버리고 자신은 인간의 판단에 의해 매정한 어미가 된다. 결국 아무도 나쁜 의도를 가지지 않았음에도 최악의 결과가 되어 버릴 수도 있다.

그 모든 이론적인 상황이 머릿속에서 떠올라 당황스러웠다. 눈앞의 여학생은 해맑은 표정이었지만 어딘가 당황스러운 듯 입술만 달싹일 뿐 뭔가 망설이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래서 먼저 물었다.

"수업 벌써 다 마쳤어? 밥은 먹었고?" "밥은 먹었어요. 수업은 아직 두 시간 더 있어요. 이제 들어가야 되는데요. 언니~" 슬쩍 웃으며 뒷말을 끄는 모습이 의심스러웠지만 평소 행동이 밉지 않았던 아이에게 차마 '네가 납치한 아기고양이는 이제 어쩔 거냐?'는 말은 할 수 없었다. '설마 아직 잘 모르는 사이에 나한테 떠넘기는 건 아니겠지?' 왠지 가슴이 두근거렸다. '만약에 그러면 정말 어떻게 해야 하지?' 복학을 하고 생활 패턴이 변하면서 장시간 혼자 집에 남겨진 해리가 걱정스러워 둘째 고양이 입양을 고민하기도 했었다. 정기검진을 위해 동물 병원에 갔을 때 수의사 선생님은" 해리 성격은 외동묘로 혼자 키우는 것이 좋을 것 같다."라고 조언하셨었다. 고민 끝에 새 식구는 포기하자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는 고양이를 들이면 같이 어울리게 하면 되니까 집사 입장에서 손이 덜어질 거라고 잘못 알고 있었다. 오히려 고양이가 한 마리 늘어나면 놀이 시간이나 털 손질, 화장실 사용과 영역 문제 등 신체적 케어를 비롯해 환경적으로도 신경 써야 하는 일들이 두 배 세 배로 늘어나야 한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사료 값이 배로 들 거라는 단순한 고민만으로 새로 고양이를 들이는 일은 포기하는 쪽으로 마음먹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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