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에 실패한 고양이는 그루밍을 한다

해리의 집 고양이 적응기

by 이경화

고향으로 돌아온 후 다시 예전에 하던 업무를 다시 시작했다. 밤새 아프고 정신없는 사람들 틈에서 신경을 곤두세우고 일을 하다가 퇴근하면 그야말로 몸도 마음도 지쳐 번 아웃 상태가 된다. 그저 멍하니 단 5분 만이라 도 모든 신경을 끄고 가만히 있고 싶은 심정이 되는 것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다들 공감하겠지만 집으로 돌아가도 일은 끝이 없다. 사용 흔적이 역력한 고양이 화장실, 사방에 날려있는 모래로 인한 사막화, 그리고 힘이 넘쳐나는 날이면 장난감 외에도 휴지나 충전기 줄, 이어폰 등 온 집 안이 난장판인 상황이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개체마다 다르겠지만 어리거나 훈련이 덜 된 개들의 경우 주인이 그리워 오히려 난장판을 만들어 놓을 때가 많다고 한다. 반면 고양이를 키우기 전까지 나는 고양이가 집안을 어지른다거나 분리 불안에 시달린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고양이는 주인도 몰라보고 앙심을 품으면 보복하는 영물이라는 미신 섞인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혹은 개와 달리 혼자 있어도 외로움을 덜 타고, 뭔가를 깨뜨리거나 찢는 등 말썽을 피우는 일이 거의 없어 손이 덜 간다는 말도 흔한 이야기였다.

내가 겪은 고양이의 분리 불안은 아주 조용했다. 5마리 고양이 중 첫째만이 중증의 분리불안 중상이 있었다. 지금은 평온하기 그지없는 당당한 집 고양이가 되었지만.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집사가 된 후에도 퇴근 후 나는 한가했다. 남들 다하는 사막화 정리나 화장실 청소를 해야 할 필요가 없었다. 물 한 모금, 사료 한 알 먹은 흔적이 없고, 화장실도 당연히 깨끗함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온갖 방법으로 유혹하고 억지로 그릇을 입에 가져다주어도 먹을 생각도 하지 않는 해리 때문에 한동안 고민하며 이것저것 알아보았지만 그때는 고양이에게 분리불안에 대해 정보를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손으로 사료를 입가에 대주고서야 겨우 흥미가 생긴 듯 먹고, 마시고, 볼 일을 보았다. 처음에는 해리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다. 조카도 내 자식도 아닌 동물을 따라다니며 먹이를 먹여야 되나? 내버려 두면 결국 배고픔에 스스로 알아서 먹게 되지 않을까? 3일을 무시해 봤지만 결국 다시 원점이 되었다. 고양이는 금식기간이 3일을 넘기면 급성으로 간에 문제가 생겨 돌이킬 수 없게 되는 경우가 있어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 지켜보기만 할 수는 없었다. 지금은 예전에 비해서는 아는 게 많아졌지만 실제로 해 주고 있는 것은 오히려 줄어든 것 같다. 익숙함이 나태함이 되지 않도록 앞으로도 늘 관심을 기울이는 방법 외에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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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와 누리 형제 첫 책장 등반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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