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

수용성 혹은 지용성

by 반짝반짝 빛나는

어디선가


"우울은 수용성이라 샤워를 하면 물에 씻겨 내려간다."


라는 글귀를 본 적이 있다.


그때 무릎을 탁 - 쳤다.

어떻게 이렇게 적절한 비유를 할 수가 있을까.


괜히 기분이 처지고 짜증이 울컥울컥 솟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의 남편은 어김없이

"일단 다 놔두고 시원하게 씻고 와~!" 하며 등을 떠민다.


정말로 우울이 수용성이라 물에 씻겨 내려간 것인지,

아니면 샤워를 하는 동안 자아성찰의 시간(?)을 통해

좀 전에 짜증 부린 내 모습이 부끄러워진 것인지,


어느 쪽인지는 알 수 없으나,

샤워를 하고 나오면 기분이 한결 나아진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다만,

모든 우울, 모든 걱정이 수용성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모두 씻겨내린 다음에도 남는 것들이 있다.

마치 수챗구멍이 걸린 머리카락처럼.


휴지로 훔쳐내어 휴지통에 탁 버릴 수 있는 것이면 좋으련만,

씻어도 씻기지 않는 잔상들은 어제 그러했듯, 오늘도, 내일도 걸려 남아있을 것이다.


그래도 한결 나아진 기분을 기대하며

나는 매일 샤워를 한다.


우울은 "수용성"이니까.


(+)


그런데, 쓰고 나니

어쩌면 "지용성" 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치킨을 먹고 나면 기분이 좋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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