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그 너머의 진짜 감정

초감정

by 반짝반짝 빛나는


최성애, 존 카트맨 박사의「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이라는 책을 읽었다.


아버님, 어머님께서 먼저 읽어보신 후 꼭 읽어보라며 추천해주셨는데,

책을 펼쳐보니 대충 읽으실 법도 한데, 페이지마다 밑줄 그어가며 열심히 읽어보신 흔적이 가득했다.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좋은 부모가 되고 싶어.'

'그런데 생각처럼 되지를 않아.'

'원래 이렇게 힘든 건가 봐.'


머리로만 고민했던 내가 정말 부끄러웠다.


둘째가 두 돌이 다 되어가니 책 읽을 시간도, 여유도 생긴 것이긴 하지만,

정말로 시간이 없었던 게 맞을까.

'빈센조' 볼 시간에 책을 읽었다면...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빈센조'는 정말 재밌었다. 크-)




오늘은 「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에 나오는 '초감정'이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초감정은 어떤 감정 뒤에 또 다른 감정이 깔려있는 것을 말하는데, 주로 감정이 형성되는 유아기 때의 경험, 환경, 문화 등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다고 한다.


돌이켜 보면,

나는 초등학교를 다니던 어린 시절부터

내가 아닌 누군가가 잘못해서 단체 기합을 받는 순간에도


'내가 잘못한 것은 없을까?'

'혹시 이 화살의 끝이 갑자기 나를 향하면 어떡하지?'


필요 이상으로 마음이 괴로웠다.


성인이 되어 직장생활을 할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근무 중에 어떤 일이 잘못되어 문제가 생겼을 때,


'혹시 내가 잘못한 것일까?'

'내 책임이면 어떡하지?'


가장 먼저 이런 생각이 떠오르면서,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그 사건과 나의 접점에 대해 고민하고 걱정했다.


분명 과한 걱정이었다.

이 책을 읽기 전 까지만 해도 그저 남들보다 조금 더 예민하고 걱정 많은 '내 성격' 탓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나의 감정 뒤에 숨은 나의 진짜 감정, 초감정.

그 바탕에는 어릴 때부터 숱하게 마주했던 부모님의 다툼이 있었다.


책「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에서 말하길,

부모의 다툼에 그대로 노출된 아이는 모든 일을 자기 탓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고 한다.

자신 때문에 부모님이 다투는 것은 아닐까 자책하고 불안해한다는 것이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성격이 정반대였다.


뭐든지 꼼꼼하고 완벽하게 처리하고 싶어 하는 아버지와

무슨 일이든 유연하고 빠르게, 그게 대충 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적당한 선을 지키기를 원하는 어머니는

그야말로 '상극' 중에 '상극'이었다.


같이 있으면 몇 분을 못 가 큰소리가 나기 일쑤였고,

모처럼 함께 외출하는 날에도 기어이 모두가 씩씩거리며 집에 돌아오는 게 다반사였다.


다행히 (감사하게도) 나의 부모님은 화가 나도 서로를 향해 폭력을 행사하거나 하진 않으셨지만,

부모님이 시도 때도 없이 언성을 높이며 말로써 서로를 할퀴는 모습을 보면서

어린 나는 충분히 공포스러웠고, 불안했고, 무한히 슬펐다.


어른이 된 지금, 아니 부모가 된 지금은

그때의 엄마, 아빠를 이해한다고,

일이 힘들고, 삶이 힘들면 그럴 수도 있었던 것 아닐까 하고,

부모님을 이해한다고 생각했는데, 나의 초감정에는 아직 그때의 불안이 선명히 남아있는 것이다.


이제와 부모님을 탓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리고 부모님이 자식을 사랑하지 않아서 그러셨다고도 생각지 않는다.

그저 서로의 표현방식이 달랐고, 미숙했을 뿐.




왜 나만 유독 이렇게 남의 눈치를 볼까?

혹시 저 사람은 날 싫어하는 게 아닐까?

나의 어떤 행동이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건 아닐까?



지금껏 불쑥불쑥 마주해온 나의 '불안'이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가에 대해

이제라도 알게 되어 속이 시원하다.


내 아이를 위해 읽은 책인데,

내 마음속에 있는 아이를 위한 책이 되었다.


다 괜찮다고, 이제라도 쓰다듬어 주어야지.


더 나은 부모가 되기 위해

올여름이 가기 전, 두 번은 더 읽어야겠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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